월요일에 큰딸 은서가 미국에 들어왔다. LA 공항에 첫발을 들이며 “어 왜 이렇게 공기가 습해요?”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날씨가 이상하긴 한가 보다. 너무 덥지 않고 밤에는 싸늘하기까지 하다. 한여름 날씨가 이렇다니..., 쟌뮤어 트레일의 작은 물줄기들이 거의 말라 있고, 산 위에 눈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이곳에 와서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어찌 되었든 은서가 도착하고 하루 LA에서 머물렀다. 호텔에서 쉬면서 시차도 적응시키고 산행도 준비시키기 위해서였다.
화요일 아침, 8시에 출발하였다. 아침을 먹기 위해 미국 식당을 검색해 픽업하여 차에서 먹으며 목적지를 향했다. 그러나 꼭 만나 뵙고 가야 할 분이 있어 바로 맘모스 쪽으로 가지 않고 빅베어 쪽으로 차를 돌렸다. 빅베어에 들른 후 쟌뮤어로 향하다 보니 거의 2시가 되어서 출발 할 수 있었다.
맴모스에 도착하니 7시가 다 되었고 급히 Mammoth Mountaineering Supply에 가서 곰통(베어캔)을 빌렸다. 그리고 마켓에 들러 고기와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후 campground로 향했다. 은서는 아직도 시차 적응 중인지 차에서 계속 자고 있다. Coldwater campground에 도착해 Host를 찾으니 카트를 타고 저 아래쪽에서 올라오고 있다. 혹 Walkin site가 있는지도 묻기 전에 곰이 왔다면서 “The bear is here”라고 외치고 다니고 있다. 급히 Walkin site가 있는지 묻자 오늘은 남는 곳이 없다고 한다. 다른 campground를 찾아야 했기에 차를 돌려야 했다. 그러나 나가는 길목에 곰이 있었고 사람들이 조심조심 피하며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도 조심조심, 차를 움직이며 곰을 피해 다른 캠프 그라운드로 향했다.
바로 옆에 있는 Lake Mary Campground로 들어가 Host를 찾으니 키가 작은 백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사이트가 두 개 남아있는데 하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고 하나는 언덕 너머에 조금은 Privity한 곳이라며 보고 결정하라고 한다. 사람들이 많은 곳은 그야말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Privite한 곳은 바로 옆에 사람이 있었으나 조용하고 차분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1박 25불, 미국에서 살던 때에 비하면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평범한 호텔도 요즘 시즌에는 250불 이상이다 보니 캠프 그라운드는 그야말로 돈을 아낄 수 있는 중요한 곳이기도 했다.
이젠 사이트를 확보했으니 다급했던 마음이 다소 차분해진다. 텐트를 치고 식사를 준비한다. 곰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식사를 만드는 중에도 음식물은 베어 박스에 넣어야 한다. 역시나 밥과 미역국을 끓이고 김치와 자반을 반찬 삼았다. 은서도 이제 조금 피곤이 풀렸는지 맛있게 밥을 먹으며 어깨춤을 춘다. 동생과 아빠와 함께 있으니 너무나 신난다고 한다.
한의대 본과 4학년, 국시 준비로 한창 바쁜 이때, 공부에 전념하다 아빠의 쟌뮤어를 자신도 한번 걸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학교 일정에 맞추어 일주일 늦게 도착한 것이다. 그 사이 우리는 Red Meadow에서 시작하여 Tuolumne에서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은서와 함께 내일 다시 Tuolumne에서 시작하여 Yousemite까지 진행하게 된다.
빛나는 별이 있는 즐거운 밤을 보내며 하루를 우리는 또 한 번 쟌뮤어 자락에서 보냈다. 내일부터 있을 산행이 기대된다. 은서 진서 모두 힘내라,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