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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봉산에는 딱따구리가 산다!
봉산생태조사단
작성: 2024.04.13
마지막 수정: 2024.04.20
봉산생태조사단이 기록한 봉산의 새
봉산생태조사단은 2023년 4월 21일부터 탐조활동을 시작해, 2024년 4월 10일까지 조류 총 65종을 사진, 영상, 소리로 기록했습니다.
텃새: 곤줄박이, 굴뚝새, 검은이마직박구리, 까치, 꿩, 노랑턱멧새, 동고비, 동박새, 딱새, 때까치, 물까치, 멧비둘기,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쇠딱다구리, 쇠박새, 아물쇠딱다구리, 어치, 오목눈이, 오색딱다구리, 직박구리, 진박새, 집비둘기, 참새, 청딱다구리, 큰부리까마귀, 큰오색딱다구리, 황조롱이
여름철새: 꾀꼬리, 되지빠귀, 뻐꾸기, 새호리기, 소쩍새, 솔부엉이, 쏙독새, 파랑새, 큰유리새, 호랑지빠귀, 흰눈썹황금새, 흰배지빠귀
겨울철새: 개똥지빠귀, 검은머리방울새, 긴꼬리홍양진이, 나무발발이, 노랑지빠귀, 되새, 말똥가리, 멋쟁이새, 멧종다리, 밀화부리, 상모솔새, 새매, 쑥새, 양진이, 유리딱새, 콩새, 황여새, 흰머리오목눈이
나그네새: 노랑눈썹솔새, 산솔새, 솔새, 쇠붉은뺨멧새, 쇠솔딱새, 힝둥새, 흰배멧새
▪ 천연기념물
: 소쩍새, 솔부엉이, 황조롱이, 새매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 새호리기, 새매
▪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
: 꾀꼬리, 박새, 쇠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봉산생태조사단이 기록한 봉산의 포유류
: 다람쥐, 청설모, 고라니(육안관찰)
봉산에는 딱따구리가 산다!
한국에 서식하는 딱따구리(딱다구리)는 아물쇠딱다구리, 쇠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까막딱다구리 등 6종입니다.
봉산생태조사단은 봉산에서 아물쇠딱다구리, 쇠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등 5종을 기록했습니다. 딱다구리과는 아니지만, 봉산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동고비역시 딱따구리와 비슷한 생활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딱따구리 관련 자료를 찾으면 동고비도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 서식하는 딱따구리는 모두 텃새입니다. 우리 곁에서 일 년 내내 함께 살아갑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딱따구리의 존재가 생경한 이유는 다른 텃새들과는 다르게 딱따구리는 숲에서만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큰오색딱다구리는 건강한 숲의 지표
큰오색딱다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에 삽니다. 주로 거목이 있는 울창한 숲에 살아 큰오색딱다구리가 있다는 것은 숲이 건강하다는 증거가 됩니다. 유럽에서는 큰오색딱다구리를 건강한 숲의 지표종으로 삼기도 합니다. 봉산 자생림에서는 큰오색딱다구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요, 그만큼 봉산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뜻이어서 더욱 반가운 새입니다.
봉산의 편백숲에서는 딱따구리를 볼 수 없다
딱따구리는 오래된 활엽 혼효림에서 살아갑니다. 둥지를 만들 두께가 되는 큰 나무가 있어야 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에서 먹이를 구하기가 쉽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나무를 일률적으로 심은 편백 숲에는 딱따구리가 둥지를 만들 두께의 나무가 없을뿐더러, 단조로운 식생으로 먹이를 구하기도 마땅치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봉산의 편백 조림지를 1년간 모니터링하면서 편백숲에서는 딱따구리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나무를 살게하는 딱따구리
나무 속에 파고 들어가 피해를 주는 곤충을 다른 조류가 잡아 먹기는 어렵지만, 나무를 팔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딱따구리는 나무 속에 숨어 있는 곤충을 잡아 먹을 수 있습니다. 풍뎅이와 사슴벌레, 참나무시들음병 (곰팡이 감염)을 유발하는 광릉긴나무좀 등 여러 곤충이 나무 속에서 수액을 빨아먹으며 유충 시절을 보냅니다. 수액은 나무의 양분이니, 이를 너무 많이 빼앗기거나 병원균이 침투해 영양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나무가 죽게 되겠지요.
딱따구리는 나무 속에 사는 곤충을 잡아먹음으로써 나무가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나무 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길을 걷다가 죽어 있는 나무줄기가 파헤쳐지고 껍질이 벗겨진 모습을 보면, ‘딱따구리가 여기 살고 있구나!’라고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딱따구리에겐 고사목이 필요해
딱따구리는 둥지로 삼는 나무로 아까시나무, 참나무, 은사시나무, 물오리나무, 오동나무 등 목질이 부드러운 활엽수를 선호합니다. 그중에서도 죽어가는 나무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완전히 죽은 나무는 금방 쓰러지므로 일부는 살아서 쓰러질 위험은 적으면서 구멍을 뚫기 편한 고사한 부위가 있는 나무가 최적의 나무라고 합니다.
자연의 모든 존재는 죽어가며 자신의 몸으로 다른 생명을 살게 합니다. 죽은 나무, 또는 죽어가는 나무에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해, 딱따구리에게 둥지뿐 아니라 먹이를 구하는 먹이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속이 빈 고사목은 딱따구리에게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나무를 파는(pecking) 것은 아닌데, 숲에 울리도록 큰 소리로 나무를 두드릴(drumming) 때가 있습니다. 이는 딱따구리가 영역을 표시하거나 구애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은평구에서는 아까시나무 일체, 일부가 고사한 나무 등을 전부 고사목으로 취급하며 베어내는 ‘위험 수목 정비사업’이 있습니다. 이 사업은 숲 생태계를 고려한다면 지양해야 할 사업이고, 등산로 주변으로 쓰러지는 고사목 정도만 정리하는 방향으로 세심하게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딱따구리의 둥지
딱따구리가 사용한 둥지는 다른 동물의 둥지로 재사용되기도 합니다. 동고비가 그 대표 동물입니다. 동고비는 딱따구리처럼 나무에 구멍을 낼 수는 없지만, 딱따구리가 만들어놓은 구멍에 진흙을 발라 입구를 작게 좁힌 후 둥지로 재사용합니다. 봄이면 둥지를 리모델링 하기 위해 땅에 내려와 진흙을 잔뜩 입에 문 동고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올해 초에 봉산생태조사단은 청설모가 딱따구리의 둥지를 재사용하는 모습도 발견했습니다. 다람쥐를 비롯해 거미까지 다양한 동물이 둥지를 재사용하고, 겨울엔 여러 동물이 도토리 등을 저장하는 먹이 창고로 활용해 딱따구리는 숲의 건축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나무를 베는 것은 숲 생명을 죽이는 일과 같다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 때, 둥지에 있던 어린 큰오색딱다구리가 벌목으로 인해 추락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간벌, 고사목 제거, 등산로 및 도로 확장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끊임없이 나무가 베어지는데, 봉산이라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입니다.
또 지저분해 보인다며 잔가지를 제거하는 등 ‘관리'를 하는데, 이는 딱따구리를 비롯한 많은 새가 번식하기 어렵게 합니다. 둥지는 천적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하므로 가지가 많아 둥지가 가려지는 나무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봉산에도 까막딱다구리가 올까?
까막딱다구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까막딱다구리와 같은 대형 딱따구리는 둥지 등 서식을 위한 아름드리나무가 필요한데요, 과거 한국의 숲이 헐벗었던 시기에 많이 감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숲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자연림을 중심으로 까막딱다구리 발견 지역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가 앞장서 회복된 숲을 ‘늙은 숲'이라 칭하며 영급 개선을 위한 숲 가꾸기 사업, 각종 인공림 조성 사업 등으로 까막딱다구리가 살아갈 울창한 자연림을 다시 훼손하고 있습니다. 봉산 역시 정부차원의 숲가꾸기 사업, 은평구청의 편백숲 조성 사업, 무장애숲길 조성 사업 등으로 건강한 자연림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2000년, 북한산에서 까막딱다구리가 20년 만에 발견되고, 작년에도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봉산의 오래된 숲이 잘 보전되어 북한산의 까막딱다구리들이 봉산에도 터를 잡고 살아가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참고
책 [큰 오색 딱따구리의 육아일기], 웅진지식하우스, 김성호
책 [한국의 새], LG상록재단, 이우신 외3명
책[야생 조류 필드가이드], 자연과생태, 박종길
[딱따구리보전회], 네이버카페
[나무는 보았다. 잘려나간 형제들의 모습을… 나무는 들었다. 보금자리 잃은 새들 울음을… ], 세계일보, 하상윤 기자
[나무 죽이는 곤충 도려내는 ‘숲의 외과의사’] 한겨레, 박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2006.02.14)
들꽃마중님의 네이버 블로그 (2023,03,27)
[북한산에서 까막딱따구리 20년만에 처음 발견], MBC뉴스, 이보경 기자
봉산생태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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