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명소를 찾다가 알게 되었다. 자꾸 무언가를 만들려고 해서 만든 곳인지 도대체 어떤 역사와 문화를 기념하는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어떤 설명도 없고 그냥 표지판만 두어군데 덩그러니 있다(지금 글을 쓰면서 문득 '아라동4.3길'과 많이 겹쳐진 부분이 있어서 설명을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나름 준비하고 갔는데 시작점을 못찾아 조금 헤매기도 했고(이것은 순전히 나의 길치 특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ㅎㅎ), 결국 맘 편하게 관음사 주차장으로 찾아가서 관음사부터 시작을 했다. 낯선 길이어서(나에겐 제주의 모든 길이 낯설지만 특히 이길은 더더욱 낯설었다)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일단 시작하고 나니 길 곳곳에 이 길을 표시하는 리본이 있고, 중간에 산책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편해진 길이다. 전체적으로는 다른 길에 비해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웠다(날이 흐리고 여름이 짙어져서인지도 모른다). 내가 걷는 방향의 길 왼쪽으로 따라가며 펼쳐지는 계곡을 오르락내리락하기가 만만찮아서, 돌아올 때는 계곡을 조금 멀리한 숲길을 선택해서 모처럼 맨발로 솔잎을 밟으며 걸었으니 그동안 고생한 발에게 조금은 보답한 느낌이다. 오늘은 관음사에서 시작하여 삼의악 오름으로 1코스를 탐방한 후 다시 삼의악 오름에서 그대로 내려와 2코스 편백나무 쉼터 및 소산오름까지 갔다가 처음 시작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시간은 3시간 조금 더 걸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