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사례관리 대상자였던 백 어르신이 계십니다.
결식 예방을 위한 먹거리 자원망 확보, 주거환경 개선, 건강 관리를 목표로 개입하고 있었습니다.
백 어르신의 경우 건강이 악화되기 이전에 폐지를 수거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해왔기 때문에 물건을 주워와 적재하기도 하였고, 복지관 및 주민센터 등에서 제공된 도시락 등을 섭취하지 않고 방치하여 악취로 인한 민원이 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5월 담당자가 변경되면서 어르신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일주일에도 몇 번씩 전화하고, 가정에 방문하곤 했습니다. 합의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 변화는 관계 형성 이후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차례의 상담과 방문을 통해 백 어르신은 건강이 좋지 않아 거동이 불편하여 청소하기 어려웠을 뿐, 이웃들에게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이를 개선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번동3단지종합사회복지관의 청정이웃지원사업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과 동시에, 백 어르신 병원 동행이 진행되었습니다.
병원 방문 및 진료를 거부하여 현 건강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복지관에서 마주칠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가정에 방문할 때마다 다양한 이유를 들어 병원 방문을 권유했습니다.
담당자의 마음이 닿은 것인지, 백 어르신이 스스로 건강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병원에 동행하여 진료 및 검사, 거동을 불편하게 했던 당뇨 발톱을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기요양보험제도 대상자가 되어 합의한 목표였던 식사(결식 예방), 주거환경 개선, 건강 관리 모두 달성되었고 개입을 종결하였습니다.
담당자가 변경되고 나서 가장 많은 관심을 쏟았던 대상자로, 종결 과정에서 백 어르신의 목표 달성 체감도를 여쭤보았습니다.
"그래도 (백점 만점에)7~80점은 되는 것 같아요."
합의한 목표가 당사자, 담당자 모두가 달성되었다고 판단하여 사례관리 개입 종결에 대해 안내하자 백 어르신의 표정에는 목표가 달성, 변화되어 후련함과 동시에 아쉬움이 보였습니다.
"다른 것보다 자주 왔던 사람이 자주 못 온다니까 아쉽네."
6개월 내로 2회 이상 사후관리가 진행될 예정이며, 종결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욕구가 발생하거나 종결과 동시에 합의된 목표가 지속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담당자에게 연락할 것을 안내하였습니다.
백 어르신이 스스로 목표 달성 정도를 7~80점으로 평가할 수 있을 때가 오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만날 어르신들은 백 어르신과 같이 비슷한 시기에 합의된 목표들이 달성되지 않을 수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사자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담당자로서 때로는 권유하기도, 지지하기도, 유도하기도 하면서 옆자리를 지키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