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쟁이 며느리
이흥근
연극 동아리에서 「방귀쟁이 며느리」를 공연했다. 신세정 작가의 글 그림에 김진 선생이 각색한 것이다. 분야별로 인물의 역할을 맡고 벽에 등장인물의 모습을 동호인들이 그리고 중요한 원고 대사를 적어 놓았다. 악기와 소품을 가지고 대본에 따라 연극이 시작되었다.
등장인물은 사회자, 시아버지, 시어머니, 며느리, 비단 장수, 놋그릇 장수인데. 나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맞지 않게 비단 장수 역할을 맡았다.
방귀는 항문에서 배출되는 기체로 구린내를 풍기는데 어른의 경우 하루에 0.5~1.5리터 방귀를 스무 번에 걸쳐 뿜어낸다. 냄새 때문에 문제이지 방귀는 불필요한 체내 가스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소변과 대변은 당연히 치러내는 배설로 인정하지만, 방귀에 대한 인식은 인격적인 문제로 알게 모르게 인품을 비하하게 한다.
너나없이 방귀를 뀌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시아버지는 호령 방귀, 시어머니는 잔소리 방귀, 며느리는 도둑 방귀, 서방님은 사랑 방귀, 아들은 유세 방귀, 딸은 연지 방귀, 손자는 귀염 방귀다.
며느리와 딸은 같은 여자인데 며느리는 도둑 방귀이고 딸은 연지 방귀( 연지는 입꽃 잎에서 뽑아낸 붉은 물감으로 여자의 얼굴 화장에 쓰인다는)인가? 연극을 하면서 느낀 것은 며느리 방귀는 도둑 방귀가 아니라 복 방귀라 생각해 본다. 연극은 재미있게 이어진다.
시집온 며느리가 방귀로 인해 친정으로 쫓겨 가는데 먹음직스러운 배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 비단 장수와 놋그릇 장수를 만나 내기를 하게 된다. 높은 나무에 열린 배를 따주면 비단과 재물을 준다는 말에, 며느리가 복 방귀를 뀌어 배를 따서 다시 시집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가는 길에 미끈한 청실배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엄청나게 높아. 그 배나무에 잘 익은 배가 주렁주렁 열렸는디, 너무 높아서 누가 되었든 딸 수가 있어야지.
저 고개 넘어온 비단 장수, 놋그릇 장수가 그 비싼 짐을 그득 가지고 지나다 배나무 아래 앉아 쉬게 되었는디, 먹음직스러운 청실배를 두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그려.
“자, 여기 배를 따 드렸으니 얼마든지 잡수시고 짐이나 갈라주시오.”
그래서 그 귀한 물건들을 반씩, 반씩 갈라 받았네.
“에헤야, 가자. 우리 며늘 아가야.”
그래 왔던 길 되돌아 집으로 가서 비단이랑 놋그릇이랑 팔아 부자로 잘 먹고, 잘 살았더래.
방귀쟁이 며느리 복 방귀를 뀌었네. 둥기 당당. 둥기 당당. 오늘 오신 손님들 둥기 당당. 둥기 당당. 속 편하게 방귀 뀌세요. 둥기 당당. 둥기 당당.
중간중간에 악기연주와 장구를 곁들이며 다 같이 노래를 불렀다.
놋그릇 장수 역할을 담당한 사람이 사정이 생겨 불참하는 바람에 내가 코를 막고 놋그릇 장수 역할까지 하니 모두 웃는다. 오랜만에 해학과 풍자극을 하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즐거웠다.
어린 시절에는 보리밥을 먹어서 방귀를 자주 뀌었다. 그러다 보니 방귀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았다. 식생활이 개선되어 이제는 방귀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한다. 그래서 모처럼 잊고 있었던 방귀 이야기를 꺼내 놓고 보니 마음의 여유와 웃음도 만나게 되었다.
친구 중에 소리내어 방귀를 잘 뀌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말한다. 시원하겠다고 하면 너털웃음 끝에 구수한 방귀 한 방을 날려 버린다. 우리는 배꼽을 잡고 모처럼 시원한 웃음을 날린다.
첫댓글 비단장수의 멋진 열연이 연상되었습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 따뜻하고 넉넉한 한가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