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문명은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4대 문명의 발상지에서 일어난 문명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문자의 발명에 이은,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 등 4대 발명품 등으로 인류의 생활은 진보를 계속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인류 문명이 꼭 진보만 해 왔다고는 보기 어렵다. 옛날에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던 국가가 오늘날에는 미약한 국가가 된 경우도 있다. 이집트와 그리스를 여행하며 느낀 것은 문명이 퇴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신라 때 만들어진 석굴암 등은 아직까지도 그 때의 건축 비밀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2000년 8월 하순 터키, 이스라엘, 그리스, 이집트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2주 동안의 여행이었다. 당시 나는 공기업의 임원으로 있었는데, 여름휴가로 해외여행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직원 한명을 대동하고 여행길에 올랐다. 네 나라 중 그리스 아테네는 1982년에 방문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아테네 이외의 지역도 방문하고 싶어서 그리스를 다시 집어넣은 것이다. 문명이 퇴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리스와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강하게 다가왔다.
8월 하순이었지만, 그리스는 더웠다. 위도는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지중해성 기후라서 우리나라보다 온난한 편이다. 1982년 8월 초에 가봤지만, 우선 아테네부터 보기로 했다. 파르테논 신전, 아크로폴리스, 올림픽경기장 등을 보고,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위치한 에피다우루스로 갔다.
에피다우루스는 그리스 고대도시로서 醫術의 神 아스클레피오스의 숭배지이다. 이 도시에 원형극장이 있다. 기원 전 4세기 말에 건축되었고, 1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이 극장의 음향효과는 탁월하다. 가이드가 자기가 맨 아래 무대에 있을테니, 114미터 떨어진 객석 맨 뒤로 가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무대에서 종이를 꾸길테니, 거기에서 종이 꾸기는 소리가 들리는지를 확인해 보라고 했다. 실제로 맨 아래 무대에서 종이를 꾸기니 그 소리가 114미터 떨어진 객석에서 들렸다. 놀라운 일이었다. 마이크 시설이 없던 그 시절에 음악회나 연극공연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대에서는 노래를 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한국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옛 그리스인의 과학적 지식이 이 정도였던가.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영국에서 똑같이 원형극장을 지었는데 음향효과를 내는데 실패했다고 했다. 물론 2007년에 건축의 미스테리가 풀렸다고 발표된 바는 있지만, 2,300여년 전에 이러한 것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리스인의 뛰어난 과학적 지식이 뒷받침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에피다우루스 외에도 그리스에는 수 많은 과학기술의 금자탑을 쌓은 고대의 건축물이 있다는 얘기를 가이드를 통해 들었다. 아쉽게도 가보진 못했지만.
그리스 여행을 마치고 이스라엘을 거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나라 이집트로 향했다. 카이로에 내리니 몹시 더웠으나 습기는 없었다. 매연 때문에 시내 공기는 아주 좋지 않아서 구경인지 뭔지 한시 바삐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도 시내를 대충 훑어보고 카이로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피라미드를 보러 갔다.
피라미드는 전국에 여러 군데 있지만, 여기에는 큰 것이 3개 있는데 그 중에서도 쿠프왕의 피라미드는 한 면의 길이가 230미터, 높이 137미터로서 230만 내지 260만개의 돌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신석기 시대에 어떻게 저런 어마어마한 건축물을 지었을까. 실제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상상을 초월했다. 피라미드는 놀랍도록 정밀하고, 완벽한 수학적, 천문학적, 건축학적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다. 피라미드는 세계 불가사의 건축물 중에 단연 최고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봤다. 그 앞에는 거대한 스핑크스가 있었다. 카이로 여행을 마치고 룩소르로 갔다. 화려했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엄청난 규모가 사람들을 압도하는 카르낙 신전은 이집트 최대 신전으로 꼽힌다. 신전 입구에 세워진 람세스 석상과 높은 기둥을 보고 있으면 이집트인들의 능력에 경탄하게 된다.
거대하고 과학적 지식이 결집된 건축물을 보며, 어찌하여 오늘날의 이집트는 미약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까웠다. 찬란한 문명을 낳은 이집트 고왕조가 어떻게 몰락했는지에 대한 원인은 뚜렷이 밝혀진 바 없다.
1967년 중동전쟁 때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1억3천만의 중동국가가 인구 280만명의 이스라엘에게 6일 만에 패하지 않았던가. 연 강수량이 50밀리 정도라서 나일강 가의 많은 이집트인들은 지붕이 없는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나일강 가를 드라이브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초라한 모습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성경에서 이집트에 대해 어떻게 예언되어 있는지 살펴봤다. 에스겔 29장 14-15절을 보면, “그들(애굽인)이 거기에서 미약한 나라가 되되 나라 가운데에 지극히 미약한 나라가 되어 다시는 나라들 위에 스스로 높이지 못 하리니 내가 그들을 減하여 다시는 나라들을 다스리지 못하게 할 것임이니라.”라고 되어 있고, 에스겔 32장 15절에는 “내가 애굽 땅이 황폐하여 사막이 되게 하여 거기에 풍성한 것이 없게 할 것임이여...”라고 되어 있다.
고대에 富饒를 누려 오던 이집트가 어느 사이에 미약해져서 비참할 정도로 가난에 찌들린 나라가 되어 마침내는 국제적으로 파산을 당하였고 그 결과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통치를 하는 시대를 맞았다. 2011년 초 자스민 혁명으로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나, 그 후 군부집권, 무슬림형제단 반란 등의 악순환으로 민주화가 시련을 겪고 있다.
이집트는 국토면적의 97%가 사막이라고 하는데, 고왕국 시대 때는 그렇게 사막의 비중이 높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언뜻 머리를 스쳤다. (“황폐한 나라들 같이 그들(애굽)도 황폐할 것이며 사막이 된 城邑들같이 그 성읍들도 사막이 될 것이라.” 에스겔 30장 7절)
민주주의의 산실이요,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던 그리스가 스페인이나 영국 같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여겨진 적은 없었고, 최근에는 세계 경제의 문제아로 등장하고 있다. 과도한 복지지출, 빈약한 산업구조 등으로 그리스는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국가의 興亡盛衰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돌고 도는 것인가. 한 때 강성했던 국가가 미약한 나라가 되는가 하면, 2,000여년 전에 사라졌던 이스라엘이 1948년에 새로이 등장했다. 이것은 기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근세에 이르기까지 존재도 미약했던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지금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국토 면적을 합하면 전 지구 면적의 20%에 달한다. 이 거대한 땅들이 근세에 와서야 역사의 전면에 부상한 것은 신의 섭리가 아닐까. 특히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이 형성된 과정을 보면 신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도 2차 대전 이후 최빈국에서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등극했다. 1975년에 60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는 3만 달러가 넘지 않았는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여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반만년 역사상 이런 때가 있었던가. 高句麗 長壽王 때 우리나라는 역사상 최대 판도를 자랑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신의 섭리에 의해 발전의 順方向을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승세를 계속 타서, 이집트나 그리스처럼 미약한 국가가 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며 신의 가호를 구해야 하리라고 본다. 더 나아가 남북통일도 신의 가호 아래 성취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