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이 선행을 부르다
송파8구 4법등 혜원 정기영
옛날에 가난하게 사는 김씨 성을 가진 농부가 있었는데 그는 부인이 일찍 죽자 아들 하나만 키우며 살았는데 그 아들이 16살이 되어 장가 갈 나이가 되어도 가진 것이 없어 장가도 못 보내고 그렇게 지내고 있던 중 어느날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옆집 삼식이 형이 한양에 가서 몇 년 고생해서 돈을 어느 정도 벌어 논도 사고 밭도 사고 해서 먹고 살 만해졌다고 하니 저도 한양에 가서 몇 년 고생해서 돈 좀 벌어 오겠습니다.”라고 할하고는 한양에 보내달라고 했다.
아버지 김씨는 아들 혼자 보내는 것이 좀 불안하기는 했지만 하도 주장을 하니 허락했다. 그렇게 아들이 한양에 간 지 4년이 지나자 아들한테서 기별이 왔다. 당장 집으로 내려갈 형편이 못 되니 아버지가 한양에 좀 왔다가라는 기별이었다.
김씨는 한양으로 가서 아들을 만났는데 아들은 아버지에게 그동안 모은 돈이라면서 논 열 마지기 정도 살 수 있는 돈을 건네고 보인은 할 일이 좀 더 있어 조금만 더 있다가 내려갈 니 아버지가 이 돈을 가지고 내려가서 논도 사고해서 준비를 해 놓으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고생했을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김씨는 그 돈을 품에 간직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자나깨나 돈이 잘 있나 싶어 꺼내보고 또 꺼내보면서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오다가 어느 정자가 있어 그곳에서 잠시 쉬면서 또 돈을 꺼내보았다. 잠시 쉬었다가 길을 가는데 한 20리쯤 갔을 때 몸에 뭐가 허전함을 느껴져 품속을 보니 깜빡 아까 그 정자에 돈을 놓고 온 것이었다.
이를 어쩌나! 김씨는 허겁지겁 다시 그 정자로 되돌아왔지만 정자에는 돈뭉치가 이미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이라 없어진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김씨가 정자에 털썩 주저앉아 망년자실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데, 어떤 머리가 하얀 노인이 나타나더니 “왜 그러시오?” 하면서 김씨에게 말을 건넸다. 김씨는 그 노인에게 그동안 있었던 아들이 고생한 이야기부터 돈을 잃어버린 과정을 쭉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 노인이 품에서 돈 뭉치를 거내더니 “이것이 당신 것이요?”하면서 묻는데, 바로 김씨의 돈뭉치였다.
노인은 내가 일찍 이것을 주었는데 반드시 주인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여기서 기다렸다고 말하면서 주인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당신의 사연을 다 들었노라고 말했다.
김씨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고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물었지만 그 노인은 대답 대신 어서 가서 잘살라고만 하고 자기 갈 길로 갔습니다.
김씨는 다시 돈을 품에 잘 넣고 고향으로 부지런히 가는데 강가에 다다르자 폭우가 쏟아져 배가 강을 건너지 못하고 여러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그때 저 위에 어떤 처녀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 오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이 저걸 어쩌나 하면 모두 발을 동동 구르는데 아무도 물살이 거칠어 감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김씨가 “저기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누구 좀 구해 주세요. 구해주는 사람에게는 논 열 마지기 값을 드리겠어요.”하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어떤 젊은 사내가 “그말 정말이요?”하고 되물으니, 김씨는 품속에 있던 돈 꾸러미를 들어 보였습니다.
그 젊은이는 그 돈이면 한번 목숨을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지 웃통을 벗고 물에 뛰어들어 사투 끝에 간신히 그 처녀를 구해냈습니다. 그 젊은이는 김씨에게서 돈을 받아 사라졌고 그 처녀는 한참 후에 정신을 차려 주위 사람들이 김씨를 가리키며 저분이 아가씨를 구했다고 말해주었어요.
그러자 그 처녀는 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김씨는 앞으로 조심하라고 말하고 길을 가려는데 이 처녀가 배도 어차피 오늘 못 건너고 하니 자기 집에 가서 하룻밤 유숙하고 내일 가라고 간청하자, 김씨도 생각해 보니 돈도 없고 이 날씨에 어디 갈 수도 업어 그 처녀 집으로 따라 갔습니다.
그런데 그 처녀 집을 들어서는데 집 주인이 나와 처녀에게 “왜 이리 늦었냐?”며 말하는 순간 그 주인과 김씨가 마주쳤습니다. 근데 아니 이 집주인은 아까 김씨 돈을 찾아준 그 영감님이었습니다. 서로 놀라며 바라보는데 처녀가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자, 영감님은 김씨에게 그 돈이 어떤 돈인지 내가 잘 아는데 자기 외동딸을 구해준 것에 크게 감사하고 김씨 돈을 챙겨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아들이 참 괜찮은 젊은이라고 칭찬하고는 사위로 맞이하였습니다.
그 뒤는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결론은 영감님의 선행이 딸을 살렸고. 김씨의 선행이 아들을 부잣집 사위로 장가보내게 된 것이지요.
선행이 선행을 부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