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김호일 전 국회의원이 2014년과 2017년 선거에 출마해 연달아 고배를 마신 두 세 번째 도전 만에 대한노인회 제18대 신임 회장에 당선됐습니다.(2020. 10)
김호일 회장은 세계 10위권인 경제 규모와 달리 한국의 노인복지는 세계 60위권 정도인 현실을 지적하며 ‘노인행복부’ 신설을 강조했습니다. 그가 신설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오래 사는 게 행복이 아니라, 재앙이 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장수(長壽)는 신의 축복일까요, 재앙일까요? 인간의 평균 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살만큼 살았다며 성대하게 축하를 했던 환갑잔치는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수명이 늘어난다 해도 건강한 100세가 될 것인지, 그렇지 못한 100세가 될 것인지는 불명확합니다. 이제는 100세도 부족해 20∼30년 안에 인간의 수명을 150세까지 연장하는 신약이 개발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20∼30년 안에 인간 수명을 30% 늘리는 약이 나온다. 장수는 축복이다. 단, 알츠하이머병처럼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을 뿐이다. 2150년까지 인간의 최고수명이 150세에 이를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노화연구재단의 오스테드 교수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인간의 수명 연장과 관련한 연구 논문의 주 내용입니다.
오스테드 교수는 이 논문에서 150세라는 최고 수명에 도달할 사람의 모습도 구체적으로 공개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 국적의 여성이고, 키 150cm 정도의 군살 없는 아담한 체형이며, 밝고 낙천적 성격을 지닌 이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에 일리노이대학의 인구문제 전문가인 스튜어트 올샨스키 교수가 오스테드 교수의 주장을 즉각적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 날 수 없다. 인간은 노화를 막을 수 있게 설계되지 않았다. 기대수명은 85세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다.”
두 교수는 서로간의 주장이 상반되자 인간 수명을 놓고 3000억 원 내기를 걸었습니다. 이를 위해 각자 150달러씩 내서 2150년까지 주식시장에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세기처럼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이 이 돈이 5억 달러(6000억 원)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만약 2150년에 인간의 수명이 150세에 도달하면 오스테드 교수가 승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후손이 내기 돈을 전부 갖기로 했고, 150세에 한참 미달하면 올샨스키 교수의 후손이 내기 돈을 갖기로 공식 계약서도 작성했습니다.
두 교수 중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의 평균 수명 85세와 150세를 놓고 시작한 세기의 대결은 시간만이 그 정답을 분명하게 알려줄 것입니다. 그런데 내기를 건 두 교수 간에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 간의 건강 격차였습니다.
교육 정도와 생활수준 등에 따라 질병으로 고생하는 ‘와병(臥病) 기간’이 서로 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훌륭한 교육을 받고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수록 와병 기간은 줄어들 것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수명이 늘더라도 병실에서 보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결국 축복받는 최고의 장수 조건은 ‘건강’에 달렸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건강한 장수는 노년의 축복이지만,
병약한 장수는 노년의 재앙입니다.
세상을 비틀어보는 75가지 질문
Chapter 1.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