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새끼
"이왕이면 다홍치마라잖아."
"다홍색, 불그쭉쭉 촌스러."
"촌 무시하냐."
"그럼 도시는 무시해도 되고. 너도 말장난이 떨어져가. 술 좀 제발. 알콜성 치매가 감도 떨어뜨려.
끄트머리도 끝트머리로 쓰고."
"설명하는 내 목소리 내가 들어도 짜증나서 그래."
"미친 새끼."
양산을 우산으로 쓰면
양산을 우산으로 쓰면 양산을 우산으로 쓰면 비 오는날 선글라스 낀것 만 못해.
폭우 속에 작은 야외 분수를 켜놓는 짓 만 못하고.
맑은 여름 낮 해수욕장 모래 위에서 촛불 들고 있던 너 만 못해.
너만 한 아들이 있다
"저 여자하고 나하고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데?"
"너만 한 아들이 있다."
"음, 태어나자마자 애 낳구나."
폰
무창포 바다에서
눈과 귀를 쉬게 하는 걸 못 참고
폐와 코와 입을 훈제해 대는
검지와 중지를 벌리면
떨어질 몹쓸 것, 담배
넌 짝퉁에 있던
분신이 눈에 이어 귀에 붙어지며
눈 뜨면 밤 동안 움추러든 보 터진
오줌 줄기 마냥 뿜는 말빨이
둘을 마주 앉게 한다
네 개털 신세는
너 먼저 한 득템을 시뮬레이션해
해 질 녘 수평선에
가격을 매겨주는 쇼호스트가 되어
황혼에 취한 널 또 피곤케 한다
부부는 이심둘체
"신 시인, 옛말에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 틀려. 이심둘체야."
"이심둘체?"
"아니다. 이심삼체다. 그 놈을 포함해서."
"ㅋㅋ"
"뭐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살살 갈궈려고 그라인더 썼다 감전 됐어. 찌릿찌릿해."
윤비시의 말장난
"윤비시 어머님 되시죠?"
"어디서 오셨어요?"
"면사무소요."
"아 전화하셨던 분이시구나."
"네."
"근데 제가 윤비시는 맞는데요. 우리 엄마는 아닌데."
"네에?"
"요즘은 선생님이라고 많이들 그러시던데. 윤비시 선생님."
"네에."
사서 걱정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셔.
그리고 떡도 없는 사람한테 뭘 바라니.
더군다나 떡집이 어디 있는지. 심지어 떡이 뭔지도 모를 인간한테 뭘,
하물며 넌 김치도 못 담그잖아. 안 그래?"
"그럼 그냥 계속 사 먹어?"
빨래
"어딜 빨어? 세탁기 안에 벗어놓은 내 빤스나 빨아."
낭떠어지
"명섭 씨, 여기 좀 와봐."
"왜?"
"와봐. 여기 좀 박아줘."
"안 박아. 못 박아."
"이런 건 남자가 좀 박아줘야지. 집안 분위기하고 맞나 걸어보게. 근데 무슨 생각한 거야."
"드릴 있어야겠다."
"절벽이라 어제 밤 명섭 씨 성에너지도 쭉쭉 낙하했지."
"뭔 절벽씩이나."
"그럼?"
"낭떠러지."
"이리 와. 한대 맞고 시작하자."
미친 새끼(2)
"밥에 머리카락을 왜 넣어? 머리카락이 뭐가 맛있다고."
"미친 새끼. 주는 대로 먹으세요."
과식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하잖아."
"여보세요. 많이 처 드신 귀신은 저승사자가 들고 가기 무거워 끌고 갑니다.
황천길 질질 끌려 다녀요."
식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하잖아."
"鬼姦 당해 자식아. 저승사자형들 남녀 안 가려."
뭐가 불만이니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건 여든한 살 넘게 살면 안 좋은 습관도 저절로 고쳐진다는 말인데,
오래 사시길 바란다는 얘기지."
"여전하다."
"개 버릇 남 못 준다는 건 버릇이 소중하기 때문에 그래. 우리집 개이름이 버릇이잖아. 버릇아 일루와."
"명섭아, 뭐가 불만이니."
그만해라
"건망증이 가장 심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누군데?"
"소변 볼 때 자기 고추 찾는 남자."
"명섭이 쫌 괜찮었어."
"가만 있어봐. 어! 내 고추 어딨어? 내 고추 어디 갔어? 너 내 고추 본 적 있어?"
"그만해라."
압정
"아무리 불치병이고 관 속에 같이 들어갈 병이라지만 사는 게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발 한번 부탁합니다. 선생님, 제발요."
"한번이 두번이지요."
"샘, 안 되겠습니까?"
"위험감수하시려는데, 안 좋습니다."
"정 그러시면 내가 몸은 병신이지만 매일 스테이션까지는 기어서라도 가서 제 의지를 보여드릴
겁니다. 아니야. 현관까지 갈 자신 있어요. 사람들도 보게."
" 그럼 그러세요."
"농담 아니야. 시팔. 내가 기필코 침대에서 뛰어내려 기어 간다. 두고 봐."
"흥분하지 마시고 욕은 자제하시고. 김 선생, 바닥에 보일러 아니 압정 좀 놔 드려."
현타야
나는 아는 게 없어
수박 겉 핥기야
근데 수박인 줄 알았더니
호박에 줄 그어놓은 거야
거울을 보니 혓바닥이
먹물로 시커매
못마땅
"신 시인, 저거 봐. 하여튼간에 먹는 거 가지고 장난 치는 놈들은 극형에 처해야돼."
"장난이라면서 왜 극형이야."
"흔히 장난친다고 하잖아."
"그것도 문제야. 우선 언론부터 음식 갖고 장난질한다는 표현 쓰면 안돼. 먹고 죽든지 말든지 상관 없이 난 돈만 벌면 된다는 업자들이 장난이라니깐 가볍게 여겨. 아니 무슨 소꿉장난이야. 사람 생명도 걸린 건데. 내 말이 틀려."
"니 말도 일리가 있다."
"이 자식은 평소에 생각해 본 것처럼 말하는 거, 그거 못된 버릇이야. 넌 모르는 거 알려주면 평상시도 그거에 대해서 생각해 본 거처럼 니 말도 일리가 있어."
"그게 불만이었어."
"그럼 니가 다른 설득력있는 것 좀 얘기해봐. 일리 있게."
"그래서 니가 시인하잖아."
"그리고 또 한가지 열이면 열, 미국은 땅덩어리가 넓대. 아니 땅이 넓다든지, 국토가 넓다든지, 아니면 땅의 크기가 크다라고 하면 되는 돼. 꼭 땅덩어리래. 듣는 미국사람들 기분 안 나쁘겠어. 똥도 기분 나쁜데, 똥덩어리라면 듣기 좋아?"
"참 못마땅한 것도 많다."
좆까치
"저 까치 좀 봐. 비닐하우스에서 사람 나오길 기다리는 것 같어. 까치도 보통 이상이야."
" 그럼, 그래서 성도 있잖아."
"뭔 성?"
"조 씨야. 어이! 좆까치!"
공든 탑이 무너진다 / 황새에게
그냥
"야 쥐구멍에도 볕뜰 날 있다잖아."
"맞아. 그래서 그 쥐새끼집이 훤해져서 못 숨고 잡혔잖아."
"말이나 되는 소리하고, 근데 이거 내 머리카락 아닌데."
"걍 먹어."
"에이 밥맛 떨어져. 여기요. 사장님."
"야야, 실수인데 차라리 일어나자. 그리고 입맛 떨어진다는 그분 털보단 낫잖아."
"아픈 데 그만 찔러라."
시별놈아
"명섭이 이 별난 놈아! 저 별이 무슨 별이냐? "
"별 볼일 없어. 이 시별놈아!"
꼰대짓
" 야 그 노래 기억나냐? 눈물로 쓴 편지라는 노래."
"언뜻."
"가사가 눈물로 쓴 편지는 어쩌구 저쩌구. 근데 눈물로 쓰면 아침에 찢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해. 일종의 이불킥이지. 감정으로 쓰면 안 되고 이성으로 써야지."
"너는 낭만이 없어. 돈만 알지."
"그런 넌 친구한테 꼰대짓하냐."
십새
"명섭이, 이 씹새야. 저 새가 무슨 새냐?"
"음, 저 새 이름은 '저게 무슨 새냐. 이 십새'라는 새인데, 너 그것 몰랐냐. 십새꺄.
그리고 잡새가 어딨냐? 다 학명이 있고 이름이 있지. 너가 모른다고 잡새라고 하면 되겠냐."
"그럼 잡초도?"
미친 새끼(3)
"명섭 씨. 백로봐. 날아간다. 근데 진짜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갈까?"
"인비테이션이다. 초대도 안 했는 데, 왜 기웃거려. 저 씹새는."
"하여튼 미친." "
"곱게 미친 니가 낳지 뭐."
"얘?"
겉멋 든
"걔 이혼했다면서."
"음, 멋도 모르고 하는 거야. 뭐 그렇잖아."
"그래서 넌 겉멋 든 사람하고 했냐?"
"이 새낀 아픈 데 또 찌르네."
나끼오빠?
"괴로울 때 피는 담배연기엔 한숨이 섞이게 되잖아요. 이 연기가 하늘로 올라
나끼오빠에게 닿을 수 있다면 제 고민도 알아주시지 않을까요. 물론 해결해 주실
지는 모르겠지만요."
"기도하세요. 아니면 하나님이 기침 나오게 했다고 폐암이나 내려주실 톄니깐요. 근데 나끼오빠가 누구예요?"
양극화
"너 배부른 돼지가 될래.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래."
"배부른 소크라테스께서 등가죽이 배에 붙은 저희 삼겹살을 더 드시려 하시는군요.
그럼 질겨도 씹는 돈맛이니 꼭꼭 많이 처 드세요."
너도 아는 거 있구나(2021. 3. 9)
"명섭아, 그레잇 리셋의 속뜻이 있다고 했나? 아님 경제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미래 진단 정도?"
"그게 보다 처방, 가이드라인 그리고 그 이상의이이이이이."
"그 이상 뭐?"
"플랜이랄까. 그래서 일설에 플랜데믹이라고도 하지. 모르겠으면 너도 검색해봐."
"인터넷에 떠도는 말을 어떻게 믿어."
"아니면 알 만한 사람한테 물어보든지."
"그러다 이 사람이다 싶어 눈 맞으면."
"훌륭한 자식이네. 쓰레기도 치워주고 말이야. 근데 사실 나도 자세히 몰라."
"그럼 처음부터 모른다고 그러지."
"너는 말이야. 알 만한 사람인지 모를 만한 사람인지를 몰라. 그래서 알 만한 것도 모르고 알아야 될 것도 몰라.
거기에 모르고 있다는 것도 몰라. 마치 연동이랄까. 그리고 내가 이걸 기획한 사람들을 만나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제발 그 소리 좀 그만해 이 팔럼아아."
"모라구?"
"아 맞어."
"뭐가?"
"앨런 긴즈버그도 만나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고 했지. 유튜브에."
"음."
"꼭 실물로 만나봐야 알아. 대화하고 밥 먹고 그래야 아냐구. 보통 책 보면 알잖아, 혹시나 아예 시집을 안 본 거 아니야?"
"너도 아는 거 있구나."
여자 / 신명섭
엄마가 없으면 네가 없다
여자가 없으면 사람이 없다
여자가 없으면 문명이 없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가 없다
여자가 없으면 네가 없다
여자가 없으면 내가 없다
사랑하고 존중해라 즉, 너다
감感아
감아!
왜 익기도 전에
떨어지려고 하는가
아직 때가 아니니
꼭 잡고 매달려 있어라
끈질기게
그렇게!
붉고 뜯기 좋게
흐물거리며
詩에 매달려 있으면
시끄럽게 온 까치들에게
사랑도 줄 수 있지 않는가
* 느낄 감(感)을 과일 감으로, 시(詩)를 감나무를 뜻하는 시(枾)에
차선 안에서
최선을 다하기 어렵다
차선일 때가 많다
차선 안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걱정하지마
신명섭
걱정하지마
해는 내일도 뜬다
다만,
오늘밤 네가
죽어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