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엄영아
꼭 가고 싶었던 시장 구경에 나섰다. 시장 안을 구석구석 둘러보는 게 재미있어 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광장 시장은 구경만으로도 별미다.
방금 버무린 총각김치와 섞박이를 급한 대로 길바닥에 내려놓았다. 한국에 가면 김치다운 김치를 한번 먹어보겠다고 벼렸는데 아직 먹어보질 못해서 그런가. 김 모락모락한 밥 한 그릇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한다.
남편은 거리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미국까지 맛집으로 소문난 은성대구탕 집에서 점심을 먹자고 남편을 졸랐다.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모두 앞치마를 두르고 보글보글 끓는 대구탕을 땀까지 닦아가며 잘 먹었다.
빈대떡, 순대 가게도 5년 전과 다름없는 듯했다. 노점상 김밥, 비빔밥, 만두, 따끈한 국수도 옛날 그대로다. 우리는 부산 어묵 가게 앞에 서서 어묵을 사 먹었다. 국물에 매운 고추를 넣어서인지 톡 쏘는 맛이 입에 감겨 두 개나 먹었다. 어느 곳에서도 흉내 내지 못하는 맛있는 부산 어묵이다. 떡볶이도 지나칠 수 없어 한 접시 사서 마주 보고 웃음을 머금은 채 나눠 먹었다. 시장을 구경하며 한과도 사고 명란젓도 샀다. 어린아이가 된 신이 났다.
일주일 전 경험한 광장시장의 매력에 빠져 오늘도 예배 후 서 권사님과 함께 광장시장 구경에 나섰다.
서 권사님은 저녁에 남편과 먹으라고 아주머니가 즉석에서 싼 꼬마 김밥과 방금 찜통에서 쪄낸 새우만두를 사주었다. 한국 시장 도넛도 한 번쯤 먹고 싶어서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시장길을 걷다가 도넛을 발견했다. 도넛을 튀겨내는 아저씨는 손님이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튀겨주었다. 그 쫄깃하고 바싹하고 달콤한 것이 기가 막혔다.
고향의 길거리 음식은 모두 낭만 음식이다. 엄마의 품처럼 타향에서 위로를 주는 고향의 음식이다. 내가 낭만 음식을 맛있게 먹으니 엄마처럼 좋아하는 서 권사님. 미국에서부터 먹고 싶다고 말한 광장시장 먹거리는 모조리 사주었다. 마치 친정에 간 딸에게 맛있는 음식을 챙겨주는 엄마처럼. 서 권사님 덕분에 나의 삶은 문득 환해졌다.
(10/15/2023)
첫댓글 어린아이처럼 맛있게 들며 행복해 하는 엄샘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고국에서 마음껏 길거리 음식도 맛보게 함께 동행한 친구되신 권사님도 행복하셨을거예요
그러니 또 고국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엄샘을 꼬드기겠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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