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병원을 찾는 횟수는 잦은 편이다.
나이 드실수록 여기저기 아픈 구석이 늘어나다 보니 이웃집처럼 병원을 다니신다.
기저질환인 천식으로 인한 호흡기 계통, 혈압과 당뇨, 안과와 치과, 골다공증과 신경과, 소화기 계통까지.
아버지를 보내 드리고 3년여 잘 버티시더니 어느 순간 자꾸만 죽고싶단 얘길 하신다.
그러더니 기어이 입에 담기도 듣기에도 힘든 소릴 쏟아 내셨다.
모두의 가슴이 서늘해지는...
정신의학과에 모시고 갔더니 우울증이란다.
급기야 정신의학과 약까지.
너무 많은 약을 드시다 보니 면역체계가 무척 약해지셨나 보다.
급성폐렴으로 입원하시게 된 상황.
입원 역시 해마다 한번쯤은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고위험군 환자라 반드시 보호자가 24시간 곁에 있어야 한단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병원에 계실 때도 근무한다는 미명 아래 변변히 간호해 드린 적이 없었다.
엄마랑 간병인이 그 역할을 대신했고 날마다 한 두시간씩만 머물렀을 뿐.
밤새워 하루 종일 엄마 병실을 지킨다.
너무나 갑작스레 거동조차 못하는 엄마.
옷을 입는 것도 소변을 보는 것도 손길이 필요했다.
"내가 왜 이런다냐"
반복해 중얼거리며 혼란스러워 하신다.
나도 처음이다.
병실 침대에서 소변을 받아 보는 건.
그나마 대변을 보고 싶다실 땐 산소통을 휠체어에 걸치고 장애인용 화장실로 간다.
한밤 중,
병실은 끊임없는 작은 소리들로 채워진다.
기침 소리, 가래 끓는 소리, 가느다란 신음 소리, 코고는 소리, 부스럭 부스럭 뒤척임 소리, 간호사들이 들락거리는 소리...
아픈 사람들의 다양한 소리를 듣는다.
처음 접하는 상황이 쉬 적응되질 않는다.
새벽녘에야 깜빡 잠이 들었을까.
5시가 되니 병실은 작은 소리들에서 깨어난다.
조심스러워 했던 시간은 끝났나 보다.
각종 소리들에 볼륨이 더해진다.
오히려 그런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더 반갑다.
아침 담당의사의 회진, 간호사들의 잦은 방문, 식사 시중, X-Ray 촬영, 무엇보다 엄마의 자질구레한 주문들.
더딜 줄 알았던 하루가 금세 가버린다.
저녁 큰오라버니와 교대한다.
퇴원할 때까지 앞으로도 이런 시간들이 몇 번 더 반복되겠지.
쉬운 일일 수가 없다.
피곤함에 절었는지 10시도 되지 않아 잠에 든 후 아침에야 일어났다.
다시 병원.
벌써 일상이 그립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첫댓글 연로하신 어머니 간호하는 그 안쓰러운 마음 충분히 알만 합니다.
어머님이 나으셔서 가정에 안정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곧 나으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