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팔래치아 산맥이 품은 落水莊(Fallingwater)
박성무 / 건축학부
애팔래치아 산맥(Appalachian Mountains)은 북미 오대호에서 발원하여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세인트 로랜스강 하구,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래보라도주에서 시작하여 남서쪽으로 미국의 앨라바마주까지 뻗어져, 대부분 미국의 동부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전 13개 주를 경계하는 산맥이다. 이 산맥 동쪽은 미국이고 서쪽은 그냥 서부 영국령이었다.
낙수장은 애팔래치아 산맥의 중간쯤 위치한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동남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고산지대, Mill Run Highland에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ank Lloyd Wright 1867.6.8.-1959.4.9.)가 1935년에 설계하고 1939년에 완공된 주택이다. 이 주택은 피츠버그에 있는 카우프만 백화점의 소유주인 에드거 J. 카우프만 부부를 위한 휴양용 별장이다.
이 주택이 완공된 이후 타임지에서는 낙수장이 라이트의 가장 놀라운 역작이라 칭하였다. 또한 스미스 소니언에서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28개 인생장소 목록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1976년에는 미국 국립역사기념물로도 지정되었고,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낙수장 설계로 라이트는 이렇게 온 세계가 인정하는 건축설계 계의 거장이 되었다
2012년도 여름에 미국 노스 케롤라이나 주립대의 방문교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아리조나 피닉스 외곽 북동쪽 록키산에 자리한 탈리에신 외스트(Taliesin West)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곳은 라이트가 설립한 건축대학으로 그의 생애가 고스란히 담긴 박물관 역할을 하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이 곳에서 그의 “건축은 자연으로부터 나온다”는 건축 유기론에 (Organic Architecture) 공감하며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올 여름은 책에서만 보던 낙수장을 찾았다.
2024년 7월 8일에 뉴저지주 Newport를 출발하여 애팔래치아 산맥을 동서로 가로 지르는 I30번 고속도로를 경유하고, 거의 애팔래치아 산맥의 정상에서 381번 펜실베니아 주도를 갈아타고, 달려서 6시간 여의 긴 운전 끝에 Mill Run 하이랜드에 있는 낙수장에 도착하였다. 381번 도로는 펜실베니아주의 애팔래치아 산맥의 고원지대의 능선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펜실베니아 주 도로로서 이 도로 주변은 마치 우리나라 대관령처럼 스키장 스로프와 골프코스, 리조트 등 휴양시설이 산재해 있고, 아주 한적하고 평화로운 고원지대로 연결되어 있다. 이 길따라 20여분 운전해 내려가면 숲속 오른쪽 길 옆에 “Fallingwater”라는 표시석이 우리를 반겨준다. 숲속을 따라 몇분 더 운전해서 올라가니, 자그마한 산 봉우리 아래 Information Center, 갤러리 카페가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미리 티켓팅을 예약하였기에, 15분쯤 기다렸다가 Guide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인포메이션 센타는 낙수장 본건물 앞쪽 계곡 건너있는 자그마한 산봉우리의 남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산봉우리를 동양의 풍수학에서는 안산이라고 부른다. 이 안산 기슭을 따라 오른쪽에서 좌로 5-6분 걸어 내려가니 계곡 건너에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황토색의 낙수장의 동쪽 모습부터 나타났다. 본 건물 뒤쪽으로는 바위 절벽이 둘러져 있고, 앞쪽은 보이지 않던 계곡물이 나타나 서서히 흐르다가 본 건물 앞에서 폭포로 이어진다. 설계자 라이트는 배산임수, 안산, 동남쪽문, 본관, 접근로 등, 다른 서양의 기하학적인 건축물들과는 달리 자연을 이용하고 순응하는 동양적 마인드를 가지고 건물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라이트는 지금은 일본 문화재가 된 일본 제국호텔 라이트관을 설계하면서 동양철학,특히 풍수학에 심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곡 건너기 전 건물의 정면에서 본 Facide는 Cantilever 구조로 된 1층, 2층 바닥이 계곡 위로 쭉 뻗어져 나와 있어서 마치 계곡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계곡 아래에서 보면 마치 폭포가 건물 내에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落水莊, Fallingwater라 명명한 것 같다.
Cantilever 구조란 한쪽이 고정되어 있고 다른 한 끝은 아무런 지지없이 공중에 떠 있는 구조를 말한다. 낙수장은 1층, 2층 테라스를 주변의 폭포와 바위와 나뭇가지 등, 자연환경을 건물과 유기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당시로는 흔하지 않은 이 구조를 이용한 것이다.
본 건물 앞 계곡의 동쪽 교량을 건너서 약간 좌로 틀어서면 암석을 절취해서 만들어진 북쪽 마당이 있고, 이 마당 남쪽은 본관과 폭포 사이에 길따라 길게 본 건물이 놓여있다. 그리고 이 마당 위에는 건물과 절취한 바위 사이를 여러 개의 철근 곤크리트 작은 보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걸쳐져 있어서, 건물 앞마당을 자연과 유기적인 공간으로 연출하고 있다.
이 마당을 덮은 철근 콘크리트 작은보의 철근은 뒤 암석에 정착하여 구조적으로는 절벽에 붙어있는 본 건물이 계곡으로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일조하고 있고, 또 마당 위를 콘크리트 작은 보로 덮어서 사용자에게 심리적으로는 안정을 주는 것 같았다.
본 건물은 뒷 도로가 북쪽 마당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약간 휘어져 올라가고, 도로 남쪽면이 낭떠러지인 점을 감안하여, 도로 남쪽면 지하에 철근콘크리트 옹벽을 설치하였으며, 건물의 북면은 지형에 순응하게 요철를 두어 배치하였다. 또 기둥과 벽면은 현장 부근에 있었던 돌로 마감되어서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북쪽 마당 중앙쯤에 있는 현관홀에서, 북쪽 벽 따라 계단을 반층쯤 올라가면, 1층 서재가 북서쪽 끝에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중앙과 남쪽 끝까지는 거실, 그 중간쯤 동편으로는 부엌이 배치되어 있고 거실 남쪽 좌우로는 테라스가 배치되어 있다. 층고는 285cm로 비교적 낮은 감을 준다.
북서쪽에 있는 건축주의 서재에서 창문을 통하여 바라보는 계곡과 폭포, 물소리, 나무, 구름 새소리 자연경관은 사계절 내내 자연과 동화될 듯 하다. 라이트는 이 자연 풍광을 최대한 조망을 건물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책상과 창을 일체로 설계하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구를 설계했다고 한다.
1층 거실은 폭포 위로 돌출되어서 하늘에 떠 있는 듯하고, 거실 좌측 테라스에서는 폭포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 폭포와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이 별장이 가장 높게 평가되는 것은 거실과 테라스가 애팔래치아의 자연을 삶의 공간에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잘 끌어들였다는 점일 것이다. 사용자로서 건축주와 가족은 어떻게 자연을, 폭포를, 주위 환경을 즐겼을까? 저 폭포의 물소리는 어떠했을까? 가족끼리만 외롭지는 않았을까? 1년에 얼마 동안 머물며 즐겼을까? 기타 등,등, 너무나도 훌륭한 별장 테라스에 서서 둘도 없이 아름다운 애팔래치아 산맥이 품은 걸작을 감상하면서, 내가 할 수 없는 부러움에 대한 공학도의 심퉁을 부려 본다.
2층은 화장실 딸린 3개의 침실이 있는데 중앙에 있는 건축주의 침실은 테라스가 남쪽으로 쭉 뻗어 나와 있고 동쪽에 있는 침실의 테라스는 동쪽으로 쭉 뻗어져 있다. 또 서쪽에 있는 코우프만의 아들 침실에 딸린 테라스도 서쪽으로 쭉 뻗어 있어서 정면에서 보면 옆으로 긴 건물에서 중앙부가 더 많이 돌출한 형상을 띄고 있다. 그리고 3층에는 코우프만의 아들 서재가 북서쪽으로 조그만하게 독립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낙수장을 정면에서 보면 가운데 부분만 폭포 위로 툭 튀어나와 있고, 이의 양 측면은 뒤로 후퇴해서 길 따라 옆으로 퍼져 있어서, 최고의 조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Facide를 연출하고 있다.
2층에서 브릿지를 건너서, 황토색의 외팔 Gallery를 따라 산 위로 30m ~ 50m 올라가면 Guest House가 있다. 이곳에서는 폭포가 보이진 않지만, 계곡물을 끌어들인 수영장과 독립된 공간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곳 건물은 층고가 높고, 외관은 본관과 같이 황토색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불행히도 건물 보수공사로 내부는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리고 30m쯤의 완만한 능선을 다시 오르면 주차장, 차고, 창고가 딸린 본관과 같은 황토 색깔의 2층 건물 관리동이 마지막으로 나타난다.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져서 다시 왼쪽으로 커브를 돌아 내려가면 널따란 큰바위가 서쪽 2층의 바닥을 지지하고 거대한 소나무와 어우러져서 눈앞에 나타난다. 사람이 만든 인공과 자연의 돌과, 물과 나무가 서로 어우러지고 교감하는 낙수장의 또 한 모습을 본다.
몇 장의 기념사진을 찍고 본관 대문 앞을 지나 다시 왔던 교량을 건너 계곡을 따라 한 100m쯤 내려가면 낙수장을 쳐다보며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서 마음껏 사진도 찍고 낙수장을 마음껏 감상했다. 그리고 안산의 나머지 서쪽을 돌아 안내소로 돌아오며 낙수장 방문을 마무리했다.
건물이 세워질 당시 건축주가 살던 Pittsburgh는 근대 미국 발전에 초석이 된 석탄, 철의 산지로 50만의 시민이 살고 있었으며, 카네기 같은 부자를 탄생시킨 곳이다. 이곳에 본사를 둔 건축주 카우프만과 건축설계의 거장 라이트의 만남이 애팔래치아의 보석, 낙수장이란 걸작을 탄생시킨 것이다. 설계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이 낙수장 설계 이후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하는 등, 세계 최고의 건축가의 명성을 얻었으며, 말년에는 아리조나 로키산맥 남쪽 기슭에 Taliesin West라는 건축대학을 설립하고 여기서 여생을 보냈다. 지금도 이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건축도들이 모여 들고있다. 지금도 아리조나주에 가면 피닉스와 Taliesin West를 연결하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대로”가 길손을 반기고 있다.
첫댓글 교수님, 섬세한 글 고맙습니다. 낙수장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물론 가 보고 싶게 하기도 합니다. 이런 건축물이 있음을 배우며, 또 교수님 글을 읽으면서, 곧 들어올 뮤지엄산 기행문 원고도 생각하게 됩니다. 두 건축을 연결해서 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습니다. 마치 <<늘푸른나무>> 14가 기획한 것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도 같구요. 옥고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