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데아의 깨달음
환원주의
세상은 단순한 것의 집합이다. 모든 복잡한 것은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단순한 것으로 해명된다. 복잡한 사회학은 단순한 심리학이 해결하고, 복잡한 심리학은 단순한 뇌과학이 해결하고, 복잡한 뇌과학은 단순한 생물학이 해결하고, 복잡한 생물학은 단순한 화학이 해결하고, 복잡한 화학은 단순한 물리학이 해결하고, 복잡한 물리학은 단순한 수학이 해결하고, 복잡한 수학은 단순한 구조론이 해결한다.
차원이 높아지면 단순해진다. 차원이 높다는 것은 서로 공유하는 정도가 높다는 것이다. 둘이 하나를 공유하므로 단순해진다. 많은 가족이 집 하나를 공유하므로 집배원은 가족을 일일이 만나지 않고 우편함 하나로 해결한다. 집집마다 식구수만큼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부부는 침대를 함께 쓰는 만큼 비용을 절약한다. 그러나 환원주의는 위험하다. 인류가 환원의 원리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환원은 깨달음이다. 인류는 깨닫지 못했으므로 환원하지 못한다. 깨달음은 아기의 특별한 능력이다. 아기는 어려운 외국어도 쉽게 배운다. 우리는 그 시기를 놓쳐버렸다. 호르몬이 바뀌고 뇌구조가 바뀌어 자연에서 숨겨진 패턴을 읽어내는 능력을 잊어버렸다. 깨달음은 감각이다. 필자는 아기 때의 기억을 상당히 가지고 있다. 아기의 특별한 능력이 오래 지속되어 그 감각을 잊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모형
수학은 환원주의 그 자체다. 수학이 틀리지 않았으므로 환원이 잘못된건 아니다. 그런데 왜 인류는 환원하지 못할까? 원자론에 막혔기 때문이다. 환원의 꼭지점에는 원자가 있다. 원자는 쪼개지지 않는다. 원자는 구조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틀렸다. 당연히 원자도 구조가 있다. 더 이상 단순해질 수 없는 원초적인 복잡성이 존재한다. 그것이 존재의 원형이다.
환원의 정점에는 원자가 아니라 공유가 존재한다. 하나의 존재는 외력의 작용에 맞서 반작용까지 의사결정 5로 성립한다. 5가 움직이면 25, 조절하면 125, 붙잡으면 625, 발생하면 3125다. 더 이상 복잡한 것은 없고 보다 간단한 것도 없다. 더 복잡한 것이 있다면 중복된 것이다. 복잡은 같은 것이 중복된 것과 다른 것이 끼어들어 혼잡한 것이니 오염된 것이다.
환원주의를 깨달으면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존재의 바닥이 보여서 불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귀신도 없고, 도깨비도 없고, 내세도 없고, 천국도 없고, 윤회도 없다. 대신 이 모두를 연결하는 근원의 존재인 신을 만나게 된다. 신은 수염난 할아버지가 아니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통짜덩어리로 존재한다. 신은 우주 안의 모든 존재가 의지하는 동력원이다.
이데아
세상이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전개하며 그 과정에 원본과 복제본이 만들어진다. 원본이 빛이라면 복제본은 그림자다. 플라톤이 말한 동굴의 비유다. 뉴런이 원본이라면 시냅스는 복제본이다. 어떤 하나가 변하면 최대 3125개의 의사결정 단위가 추가된다.
결혼하면 친척이 생긴다. 처갓집 식구도 생기고 시댁 식구도 생긴다. 학교에 가면 급우가 생기고, 회사에 가면 동료가 생기고, 군대에 가면 전우가 생긴다. 인구가 늘어난건 아니고 관계가 늘어난 것이다. 관계는 그림자다. 사람이 하나 죽으면 관계는 백이 사라진다.
이데아가 원본이면 현상은 복제본이다. 이데아가 하늘나라 어디에 있는건 아니고 바로 이 곳에 있다. 이데아는 객체에 동력을 제공하는 원본이다. 기독교가 플라톤의 이데아를 왜곡했다. 천국을 암시하려고 이데아를 유토피아나 무릉도원 같은 별세계로 생각했다.
세상은 사건이다. 사건은 에너지를 주는 자와 받는 자를 연결한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 생물의 머리와 꼬리, 사물의 전체와 부분, 사회성의 선과 악, 문명의 진보와 보수가 대칭된다. 모든 움직이는 것은 대칭된다. 둘 중에 하나는 진실이고 하나는 그것의 변화다.
빛은 광자가 있지만 그림자는 있어야 할 그 무엇이 없다. 선은 사회성이라는 방향성이 있지만 악은 선의 실패를 의미할 뿐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진보는 문명이라는 방향성이 있지만 보수는 진보의 상대적 속도조절일 뿐 고유한 실체가 없다. 자체 엔진이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움직이고, 움직이면 대칭되고, 대칭은 둘이 짝짓는다. 여기서 인간의 관측오류가 발생한다. 그림자는 환상이다. 실제로는 하나와 그 하나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뉴런과 시냅스를 혼동한 것이다. 부부는 물리적 연결이지만 시댁 식구는 그림자다.
촉과 깃은 둘이지만 화살은 하나다. 하나가 외부의 간섭을 받아 움직이면 둘이 되지만 밸런스가 복원되면 본래의 하나로 돌아간다. 조절장치는 대칭된 둘 중의 머리 쪽에 있다. 빛은 조절할 수 있지만 그림자는 조절할 수 없다. 사건의 원인 측을 통제해야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