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부풀리는 데는 3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효모(이스트)다. 효모는 공기(산소)가 있으나 없으나 자라는 통성혐기성균이다. 물론 공기가 있을 때 훨씬 더 잘 자라지만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이산화탄소(탄산가스)를 내놓고 에탄올(술)을 만드는 성질이 있다.
이때 발생하는 탄산가스가 밀가루반죽 속에 갇혀 빵을 부풀게 한다. 즉 반죽 속에서 알코올발효를 일으키는 셈이다.
탄산가스를 잘 가두어 두려면 반죽이 차져야 하는데 그 차지게 하는 게 바로 밀가루 단백질인 글루텐이다. 때문에 쌀가루나 보릿가루 등 다른 곡물은 글루텐이 없거나 적어 잘 부풀지 않는다. 그래서 빵은 보통 밀가루로 만든다.
요즘 글루텐이 몸에 나쁘다는 낭설 때문에 '글루텐 프리(없는) 빵'이 유행인 듯하다. 잘 부풀지 않는 납작한 빵을 누가 먹는지 모르겠다. 밀가루반죽이 부풀 때 탄산가스의 기포가 골고루 분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반죽을 잘 치대어 기포를 잘게 분산시켜야 질 좋은 빵을 만들 수가 있다.
시중에는 술빵이라는 게 있다. 빵을 부풀릴 때 효모대신 막걸리를 넣은 거다. 막걸리 속의 살아있는 효모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반드시 살균하지 않은 생탁을 넣어야 한다. 빵을 찔 때 막걸리의 알코올성분은 증발하여 없어지지만 막걸리 특유의 냄새는 그대로 남는다.
빵을 부풀리는 다음 방법은 베이킹파우더다. 베이킹파우더는 중조(중탄산소다)의 다른 말이다. 이른바 화학약품을 사용하여 탄산가스를 만드는 방법인데, 화학약품을 쓴다고 해서 인체에 나쁘진 않다. 중조는 열을 받으면 분해되어 탄산가스가 발생한다. 이 탄산가스가 밀가루 반죽 속에 갇혀 기포를 만드는 원리다. 반죽일 때는 부풀지 않지만 찌거나 구울 때 열에 의해 중조가 분해되어 빵을 부풀게 한다. 빵의 질이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선호되지 않는 방법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계란흰자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카스텔라 같은 특수한 빵을 제조할 때 적용한다. 계란의 흰자는 단백질 함량이 대단히 높다. 단백질 용액의 강한 기포 포집성(包集性)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흰자만 따로 분리하여 강하게 저어주면 전부 거품으로 변한다. 이때의 공기기포를 반죽 속에 가두어 빵을 부풀게 하는 메카니즘이다.
이런 빵은 기포가 아주 미세하여 부드럽고 식감이 좋다. 이 방법은 기포가 잘 깨어지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빵으로 성형할 수 없는 결점이 있어 카스텔라 이외의 용도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시중에는 천연효모를 사용했다거나 자연발효시켰다면서 빵을 선전하는 경우가 있다. 모두 다 말장난에 불과하다. 효모는 생물이라 천연인데 인공이 있을 수 없다. 자연발효란 효모를 따로 첨가하지 않고 재료에 묻어 들어간 것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때는 효모의 수가 적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칫 상하기 쉬워 주의를 요한다. 이렇게 빵을 만든다고 해서 여느 빵과 달라지는 점은 전혀 없다. leeth@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