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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차 산행은 윤풀이 당직이라 참가하지 못하는 바람에 능선따라가 대신 찍사를 하라는 명을 받들어 성능이 별로인 카메라지만 밧데리를 충전하고 전날부터 잘 챙겨두었다.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구름이 낀 검은 하늘을 보니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 예보가 맞을 것 같았다.
하긴 요즘 일기예보는 좀 잘 맞는 편이다.
지난번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를 무시하고 오룡산 산행 때 비옷을 준비 안하는 바람에 소낙비와 우박을 두들겨 맞아 혼이 난 기억이 난다.
오늘은 모두 판쵸우의를 잘 챙겨 오겠지 하고 괜한 걱정을 한다.
6시 30분에 차의 시동을 건 후 영평이아부지 한테 전화를 걸었다.
지하철로 괴정3거리 부근을 지나고 있단다.
대티역 출구로 가서 기다리기로 하고 도착하니 벌써 출구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다.
아직 캄캄하고 한적한 도심의 중앙로를 달려 럭키아파트정문 부부산악회 터미널에 7시 5분전에 도착한다.
그때까지 노란 버스만 서있고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잠시 후 심옹이 어둠속에서 일번으로 나타난다. 오늘 심옹댁이 서울 가야하기에 혼자 왔다고 한다.
좀 있으니 외촌이 외촌댁을 호위하며 나타나고 그 뒤에 곰돌이가 초록님을 대동하고 어둠속에서 나타난다.
잠시 후 전화가 울린다. 노준 사모님이다. 노준의 준비가 그의 다되어가니 조금 기다려 달라는 전갈이다.
이어 웅이가 명륜동역을 지나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가 지금 출발하여 웅이 하차역인 동래역으로 가서 울산서 오는 웅이를 태우면 웅이가 좀 편할 것 같았으나 노준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할 수 없이 그대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울산서 먼 새벽길을 달려와 상기된 얼굴로 흰 입김을 내쉬며 웅이가 버스 문 앞에 나탄 난다. 모두 반갑게 인사를 하고 노준의 도착을 기다린다.
몇 분 뒤에 드디어 노준이 저 멀리 나타나더니 버스쪽으로 곧장 안 오고 상가 쪽으로 느긋하게 걸어가 커피 자판기 앞에 선다.
항상 여유가 넘치는 노준다운 모습이다.
영평아부지와 웅이가 차에서 내려 노준이 커피를 빼고 있는 자판기로 가 세 사람이 두 손에 한잔 씩 빼들고 와서는 나누어 준다.
이제 반가운 얼굴들이 다 도착했다. lady 2명에 남자 7명 모두 9명이다.
드디어 3차 백두 출발, 7시20분이다.
새 기사님은 전의 기사보다 훨씬 신뢰가 가고 차도 좋아 보이고 깔끔하다.
산행대장 영평아부지가 기사에게 갈 길을 설명한다.
부산을 벗어나 진례를 지날 때 가랑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갈수록 비는 점점 많이 내리고 윈도우 부라쉬는 쉴 새 없이 앞 창문을 비벼댄다.
오늘은 초록님이 떡 대신에 빵을 준비해 오셨다. 앙꼬가 팥인 빵과 크림인 빵 중 식성에 따라 두어 개씩 골라 아침 식사를 대신하여 맛있게 먹는다.
아침을 굶고 와도 항상 곰돌이부부가 준비해오는 떡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모두 민생고 걱정은 안한다.
북창원을 지나 구마고속도로 갈림 길 쯤 오니 앞서 가는 차량의 수가 보통이 아니다.
지난주 금산 갈 때보다 훨씬 차량이 많아 돌아올 때 정체가 걱정이 된다.
단풍놀이도 끝났으니 이제 고속도로가 좀 한적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새벽 일찍 일어나 부족한 수면을 때우느라 모두 잠이 든 차안은 조용하다.
가끔 눈을 떠 보면 아직도 창을 열심히 비벼 되는 윈도우 부라쉬만 바쁘다.
차가 서는 것 같아 눈을 떠 보니 문산 휴게소로 진입한다. 크게 붐비지 않던 문산 휴게소가 오늘 따라 주차 할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차들이 많다.
화장실도 인산인해다.
탱탱한 아랫배를 부여안은 사람들이 죽 늘어 서 있는 줄의 수가 변기의 갯수와 같다. 나도 어느 한 줄 뒤에 붙었으나 기다리기에 너무 급하다.
가만히 보니 입구에 장난감 같은 조그마한 어린이 소변기가 있고 비어 있다. 주위에는 어린이가 한명도 없다. 그곳으로 빨리 가서 시원하게 해결한다.
이런 비상상황에 어린이 소변기라도 비어있으면 이용해야지 왜 비워둘까? 혹시 어린이 변기에서 볼일 보면 어린이 것처럼 될까 겁이 나서일까? 그래서 볼일 끝내고 살짝 확인 해보니 그런 일은 없다ㅎㅎㅎ.
산청을 지날 때 쯤 비가 그치고 있다. 다행이다.
전화기를 보니 부재중 전화가 떠있다. 윤풀이다. 전화를 걸어 참석인원과 현재위치를 얘기하고 정위치에서 당직근무 이상 없이 잘 하라고 약을 올렸다.
버스는 함양 IC에서 88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정체 없이 잘 달린다.
원래 함양과 산청은 오지중의 오지로 소문이 났지만 88도로 덕분에 이렇게 쉽게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잠은 달아나고 밖을 구경한다. 창가를 스치는 오지의 경치가 멋지다.
서 너 말 소출이 나올까 말까 한 작은 논바닥위에는 낫으로 베어낸 나락그루터기 마다 연세 높으신 농부가 한 해 동안 힘들인 마지막 수고로움이 추수의 흔적으로 남아있다 .
하얀 꽃을 모두 공중으로 털어버린 억새풀은 이제 억새고 거친 갈색의 수풀이 되어 바람이 밀려오면 누웠다가 물러나면 다시 일어서며 찬바람과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
마을 풍경도 정겹다. 흩날리던 은행잎이 동구 밖 길을 노란 융단처럼 덮어 놓았고 까치밥으로 달려있는 홍시가 기와지붕 넘어 빨갛다.
오지 풍경 감상은 끝나고 버스는 지리산 IC로 들어가 인월을 거쳐 24번 국도를 타고 남원쪽으로 20분쯤 간다. 오늘은 웅이가 가져온 태화루 3병만 가지고 올라가고 외촌의 껍데기 한 병은 부산으로 돌아가면서 마시기 위해 버스에 두기로 한다.
10시 정각, 드디어 지난 번에 하산한 여원재에 도착한다. 출발하고 2시간 40분 걸렸다.
영평아부지가 기사한테 지도를 들고 하산지점을 설명하는 동안 모두 등산화 끈을 묶고 스틱등을 챙긴다.
곰돌이는 신발이 짝재기다. 밑창갈이하려고 며칠 전에 만어산장에 맡겨 놓은 등산화를 어제 찾으러 가니 갈이가 끝나지 않아 상점에 불량품 재고로 남아있던 등산화를 오늘 신으라고 빌려 주었는데 한짝은 270mm 한짝은 265mm다. 그래서 큰 쪽에는 양말을 하나 더 껴 신고 왔다.
여원재 오른쪽으로 대간의 마루금은 연결되어 있다.
날씨는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아 다행이다.
여원재에서 오른쪽 숲으로 열린 대간 길에 들어서서, 모두들 신선처럼 표정이 맑다.
지난 번에 오지못한 웅이를 위해 지나번 넘어온 수정산을 배경으로 한 카트.
온통 소나무숲만 이어진다. 깔비는 스폰지처럼 폭신하고 길은 완만하다. 우리가 입산하기전에 약간 내린 비로 습기를 먹은 깔비가 더 폭신하다.
두 사람이 자매처럼 정겹다. 정담을 나누는 소리가 세찬 바람으로 울어대는 솔숲의 거친 소리 속에 더욱 예쁘게 들린다.
첫댓글
능선따라님
대간 리포터로 말뚝 박으시오





아이다, 올리는기 힘들기도 하지만 산행기는 윤풀이 올려야 제맛이다.
지난 번에도 어린이용 소변기 사용한 사람 난 안



다.
상습범이 있다. 다음산행 때 보면 알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