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가혹하게 수사했던 홍만표와 우병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혹하게 수사해 죽음에 이르게 했던 홍만표와 우병우가 최근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되어 신문에 도배되는 것을 보고 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이 바로 그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청에 출두할 때 복도에서 내려다 보며 웃고 있던 홍만표, 우병우가 아닌가.
그 덕인지 그들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젠가 저 두 사람도 ‘골로 가는 날’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 예언 아닌 예언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 왔다. 전관예우로 한 해 100억 가까운 수임료를 벌어들인 홍만표는 이미 구속되었고, 이번에는 현 청와대 민정수석인 우병우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발단은 진경준 검사장의 구속부터 시작되었다. 진경준-넥슨-우병우 커넥션 의혹이 날마다 터져 나오고 있다. 그것도 보수 신문인 조선일보로부터 터져 나왔으니 정부 흔들기 혹은 야권의 ‘음해’로 규정할 수도 없다. 조선일보가 아무런 증거 없이 청와대 실세를 건드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언론이 제기한 진경준-우병우 의혹>
(1) 처가 부동산 매매 개입 의혹
처음엔 계약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가 관련 증거가 나오자 말을 바꿔 갔다고 고백. 실제로 3~4시간 동안 머물며 계약서 살피고 부동산 매매에 개입함. 당시는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엄청나게 바쁠 때인데, 그 와중에 처가 부동산 매매에 개입해 3~4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것은 공직자로서 문제가 많음.
(2) 처가 부동산 매매 연결 고리 의혹
당시 땅이 잘 안 팔리던 시기, 어떻게 1300억대 강남땅이 넥슨에 팔리게 되었고, 그때 진경준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당시 판교에 본사 건물을 짓고 있던 넥슨이 넥슨제팬의(일본자금) 돈을 빌려 1300억대 강남땅을 사고 왜 일 년 만에 손해 보고 팔았는가? 이때 넥슨의 비리를 알고 있던 진경준이 압력을 넣은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진경준은 우병우가 민정 수석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3) 진경준 검사장 승진시 100억대 재산 신고 알고도 묵인 의혹
검사장이 승진할 때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철저하게 검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진경준이 신고한 100억대 재산에 대해 심층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 졌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로 향후 파국을 예고했다. 주지하다시시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그야말로 권력실세들의 재산, 병역, 비리 여부, 업무 수행 능력 등을 철저히 검증하는 곳이다. 그런데 검사장으로 승진할 사람의 100억대 재산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민정수석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진경준 검사장이 보유한 시가 100억원대의 넥슨 주식 80만주에 대해 “장모에게 빌린 돈으로 샀다”는 해명만 듣고 추가 검증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주식은 일반인이 쉽게 살 수도 없는 비상장주식인데다, 진 검사장이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에서 근무했던 점을 고려하면 넥슨 주식 보유가 상당히 부적절하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한겨레 신문 인용
이에 대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 수석의 변명도 가관이다. 그는 “민정수석실은 차명 재산, 차명 계좌를 들여다볼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승진을 위한 인사검증 과정에서는 검찰이 수사하듯 모든 걸 파헤칠 수는 없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진 검사장은 ‘차명’이 아니라 자신의 명의로 거액의 넥슨 주식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이번 정부에서 검사장 승진 인사검증을 받았던 한 인사는 “재산 보유 경위에 대한 추가 소명을 요구하는 전화를 민정수석실로부터 많이 받았었다. 입증 서류도 추가로 내야 했다”고 말했다. 장모한테 돈을 빌렸다고 한다면, 실제 장모가 그럴 여력이 있었는지도 조사하는 것이 민정수석실의 임무이자 권한이라는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어 추가적인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우병우 수석 주장에 대한 재반박은 또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사검증 대상자는 검증에 앞서 금융거래 제공동의서를 민정수석실에 내야 한다. ‘내 명의 계좌는 수사하듯 다 뒤져보라’는 동의서인 셈”이라고 했다. 그는 “의심 가는 재산이 있으면 가족들의 재산 내역까지 추가로 요구하기도 한다.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인사 탈락도 감수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증실무팀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실무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고 말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조 의원은 진 검사장 승진 직전인 2014년까지 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조 의원 말대로라면 실무팀에서는 진 검사장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냈음에도 우 수석의 뜻에 따라 승진이 확정됐다는 얘기가 된다. 전직 청와대 근무자는 “검증의 책임자(민정수석)가 특정인을 봐주겠다고 마음먹고 실무자의 의견을 묵살하면 그 아래에선 누구도 문제를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한겨레 신문 인용
(4) 우병우 수석 아들 의경 꽃보직 의혹
의경인 우병우 수석 아들이 입대한 지 두 달 만에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운전요원으로 보직이 바뀌고, 얼마 후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이 승진한 것이 우연이 아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우 수석이 전날 “아들의 상사(이상철 서울청 차장)를 만난 적도 없고, 전화 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말한 데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민정수석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경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이 청와대가 있는 수도 서울의 경비와 대통령 경호를 관할하는 서울청 경비부장을 모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표 의원은 “정권 고위층을 검증하고 대통령 친인척 문제를 관리하는 민정수석이 정작 자신의 아들의 군복무 상황에 대해선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민정수석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같은 당 조응천 의원도 “치안감급 이상 경찰 고위 관료는 승진 임용 때 청와대의 인사검증도 받기 때문에 사정기관을 통솔하는 민정수석이 이상철 차장(치안감)을 모른다고 하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우 수석의 아들을 운전요원으로 뽑았을 당시 경무관이었다가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한겨레 신문 인용
(5) 외교부 직원 좌천 인사 의혹
중국 관광객 비자 면제 건에 대해 외교부 직원이 반대하자 이를 항명으로 보고 좌천성 인사가 이루어졌다는 의혹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좌천 인사’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니 애초부터 징계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전횡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비겁이 빚어낸 대참사”라며 “특히 이견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잘못도 범하지 않은 공무원을 이미 이뤄진 인사 내용까지 뒤집으며 불이익을 준 민정수석실의 행태는 폭력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 일 이후 청와대의 부당한 압력을 막아내지 못한 윤병세 장관에 대한 외교부 직원들의 실망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6) 기타 의혹
농지법 위반 의혹
우 수석의 부인을 포함한 네 자매가 보유한 경기 화성시의 농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네 자매는 2014년 화성시 일대 농지 1232.25㎡를 7억4000만 원에 매입했으나 농사를 직접 짓지 않아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농지법상 소유자는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이 땅은 우 수석 처가가 소유하고 있는 기흥컨트리클럽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데 네 자매 대신 기흥컨트리클럽 직원들이 농작물을 대신 경작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위조여권 이용 딸 외국인 학교 입학 의혹
이외에도 위조 여권을 만들어 딸을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혐의로 처벌을 받은 바 있는 막내 처제가 또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로 국적을 바꿔 다른 외국인학교로 전학시켰다는 의혹도 있다. 막내 처제는 여권 위조 브로커에게 4만2000달러를 주고 온두라스 위조 여권을 만둔 후 딸을 외국인학교에 불법 입학시킨 혐의로 201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수임계 내지 않고 몰래 변론 의혹
우 수석에게는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우 수석이 2013~2014년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정식 수임계를 내지 않고, 법조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와 함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 등의 '몰래 변론'을 맡았다는 것이다. 우 수석은 홍 변호사와 정 전 대표를 이어주었으며, 변호사법 위반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법조브로커' 이민희씨(56)와도 어울렸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핵심은 '진경준-우병우-넥슨의 연결고리'로 거기서 어떤 특혜가 주어졌는가다. 하지만 검찰이 자신들의 인사를 검증하는 우병우 민정 수석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온 것이 특검인데, 여야는 모두 그 전에 우병우 수석이 사퇴해 정부에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때 노무현 대통령을 가혹하게 수사해 죽음에 이르게 한 홍만표와 우병우의 추락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인과응보란 말을 실감한다. 이 사건은 정권을 뒤흔들 헌정 사상 가장 큰 게이트로 커 갈 공산이 크다. 오죽했으면 우군인 새누리당 의원들도 우병우 수석에게 사퇴하라고 할까. 우병우에겐 우군이 없고, 이미 구속된 홍만표는 홍위병이 없다. 남은 것은 민심의 철퇴뿐이다. 당장 특검을 실시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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