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오색약수터로 1... (원주를 지나며)
신라 헌강왕 때 도의선사기 창건한 오색석사(五色石寺)... 이 절 화원(花園)에는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피는 이상한 나무가 있었다. 이로 인하여 약수(藥水)에도 五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신라 구산선문의 일파(一派)인 가지산파의 근본 도량이었다. 이 사찰의 한 승려가 위조 주화(鑄貨)를 만들다가 적발되어 불을 질러 폐사(弊寺)되었다. 그래서 이 일대는 주전(鑄錢)골이라 하였다. 보물 제497호로 지정된 신라 시대의 삼층석탑을 비롯해 돌사자와 기단석, 탑으로 쓰였던 석재 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설악산 대청봉과 점봉산 사이에 있는 남설악 오색지구는 단풍이 가장 짙고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설악산(雪嶽山)은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의하면 한가위에 덮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夏至)에 이르러야 녹는다 하여 雪嶽이라 불린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후는 그 정도로 춥지는 않지만 산마루에 오래도록 눈이 덮이고, 암석(巖石)이 눈같이 희다고 하여 설악이라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설악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신록의 푸름이 협곡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암봉(岩峰) 사이로 불타오르며, 겨울에는 환상의 파노라마를 연출할 정도의 설국(雪國)을 이룬다.
이 오색약수를 10월 21일 한화관광을 따라 여행을 떠났다. 오늘 승차인원이 많아 버스가 두 대 분이다. 옛날 같으면 10여명이 타고 갔는데 이제 서로 협조하여 손님을 많이 데리고 오는 모양이다. 나도 오늘 9명을 모시고 왔다. 협조(協助)하니 옛날 어느 학교에서 있었던 일...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장래 희망을 물었다. ‘영철이는 커서 뭐가 될래?’ ‘과학자요..’ ‘영숙이는?’ ‘저는 여자이니까 애를 낳고 평범하게 살래요.’ ‘그럼 상철이는?’ ‘저는 큰 꿈은 없고요. 영숙이가 애를 낳는데 돕고 싶어요..’. ???
대전에서 인원 점검을 마치고 출발한 여행길... 오창 휴게소에서 아침을, 음성에서 제천으로 다시 원주 휴게소에서 휴식을... 오늘 날씨 안개가 심하여 빨리 달릴 수 없다. 차 안에서는 김용임의 ‘부초(浮草) 같은 인생’이 흘러나온다. 한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바람 따라 발길 따라 이리저리 떠도는 인생을 뜻하니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늘 불안해 전전긍긍(戰戰兢兢)하며 살아가는 느낌이다. 이미자, 김연자, 주현미, 문희옥과 함께 정통 트로트의 계보를 잇고 있는 김용임... 정상을 달리고 있다. 홍천으로...
양양 오색약수터로 2... (홍천을 지나며)
원주를 지나 홍천으로 가는데 삼마치(三馬峙)터널을 지난다. 터널에서 잠시 정차하면서 기사가 차에서 급하게 내려 뒤로 뛰어간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다. 터널 속에서 기다리는 마음... 답답한 마음이다. 가끔 터널 속에서 일어난 사고가 생각난다. 조금 후에 기사가 오더니 뒤차가 군 트럭에서 날아온 쇠파이프로 앞 유리가 깨졌단다. 조금 부상을 당한 것 같다하며 사고 수습을 위해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면서 버스를 터널 밖으로 나와 주차시킨다. 2-30분 후 사고 수습이 끝났는지 버스는 다시 달린다. 이 고개가 험하고 가팔라서 세 마리의 말을 갈아타야 넘을 수 있어 삼마치(三馬峙)라고 하였단다.
한편 이곳의 오음산(五音山)... 다섯 장수가 나올 지명이란다. 당시에는 고을에 장수가 나면 재앙을 입는다하여 사람들이 장수의 혈맥을 끊기 위해 오음산 능선에 쇠창을 꽂았다고 한다. 그러자 검붉은 피가 용솟음치고 다섯 개의 울음소리가 사흘 밤낮을 그치지 않았단다. 사흘째 저녁 무렵 주인을 잃은 백마 세 마리가 갈 길을 잃고 헤매다 이 고개를 넘어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五音山이라 하였단다. 한편 임진왜란 때 다섯 마리의 용마 중 세 마리가 왜군이 쏟아 부은 구리에 묻혀 죽었다는 전설도 전해진고 있다.
교통사고... 이는 내 앞에 언제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나부터 먼저 조심하여야 한다. 홍천IC로 빠져 나간다. 꿈에 그린 전원도시 홍천... 무궁화의 고장이다. 구한말(舊韓末) 무궁화를 심으면서 독립운동을 펼쳤던 한서 남궁억 선생을 기리기 위한 무궁화 테마파크다. 겉으로는 뽕나무를 보급한다고 내세우고 뽕나무 묘목에 무궁화 묘목을 끼워서 퍼뜨렸다. 그가 지은 ‘무궁화 동산’ 노래... ‘빛나거라 삼천리 무궁화동산 잘 살아라 이천만의 고려 족’... 무궁화는 피고 또 피어나는 그 끈질긴 생명력 때문에 국화(國花)로 지정되었을 것이다.
차는 출발하였는데 중간에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중간에 한 승객이 용변을 요구하니 급한 사람만 내리라니 순진한 사람만 참았다. 오색약수터까지 밀고 나간다. 남자는 소변을 보는데 90초이지만 여자는 그의 두 배다. 그래서 여자 화장실을 남자 화장실보다 두 배를 더 지어야 한다. 한편 운전을 하다보면 급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주유소 화장실은 주인 허락도 없이 이용해도 될까? 주유소의 화장실은 공중 화장실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사용이 가능하지만 주인한태 인사정도는 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인제로...
양양 오색약수터로 3... (인제를 지나며)
홍천읍을 지나면 오른편으로 공작산(孔雀山) 수타사(壽陀寺) 안내판... 신라 성덕왕 때 원효대사에 의해 일월사로 창건하였다. 선조 때 절 옆에 큰 냇물이 흐른다 하여 수타사(水墮寺)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름을 바꾼 후에 승려들이 한 사람씩 절 뒤에 있는 깊은 못에 빠져 죽는 일이 일어났단다. 그래서 순조 때 다시 아미타불의 무량한 수명을 상징하여 壽陀寺라 하였단다. 한편 공작산은 산줄기가 공작포란지형(孔雀抱卵地形)이라 붙여졌단다. 수타계곡은 암반과 커다란 소(沼), 울창한 수림(樹林)으로 수량도 풍부하다. 기암절벽이 어울려 장관을 이루는 비경지대로 여름철 피서지(避暑地)로 이름난 곳이다.
동홍천IC를 지나면 가리산(加里山) 휴양림... 발 아래로 펼쳐진 소양호의 풍경과 3개의 암봉(岩峰)으로 이루어진 정상(頂上)은 석간수(石間水)가 샘솟고 있다. 그리고 북쪽 산 밑의 물노리에는 옛날의 청태종의 선대묘(先代墓)가 있었다고도 한다. 또, 가래나무가 많아서 가래산이라고도 불렀다고 하는데, 현재 가래나무는 찾아보기 힘들고 참나무의 숲이 울창하다. 반대편에는 용소(龍沼) 계곡이 있다. 울창한 숲과 곳곳에 펼쳐지는 소(沼)와 너럭바위 등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10㎞에 걸친 계곡으로 비경(秘境)을 이룬다.
한국 전쟁 때 프랑스군 의무대장으로 참전해 수많은 국군과 민간인을 치료하다 전사한 쥴장루이 기념 공원을 지나면 인제군이다. 고개를 넘자마자 우측으로 청정 조각공원이 있다. 휴게소를 겸하고 있는 이 공원은 익살스러운 남근(男根)을 많이 조각하였다. 이 남근을 조각한 고OO규씨... 서산 출신으로 도편수(都邊首)인 아버지로부터 어려서부터 나무를 다루는 법을 배워 익혔단다. 이곳에서는 벌떡주를 팔고 있는데 이름조차 민망스럽다. 한편 이곳 어론리는 1963년 고재봉이 도끼로 대대장 일가족 6명을 살해한 곳이다.
대대장 숙소에서 절도죄로 구속된 고재봉은 이에 앙심을 품어 출소 후 대대장 집에 가서 살인을 하였다. 하지만 원한을 품은 대대장은 전출을 가고 후임자인 이OO중령이 희생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당시 대대장이 사랑으로 감쌌다면 엄청난 살인극을 피했을 텐데... 고재봉 역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는데 너그러운 마음은 사나운 혀를 고쳐준다는데... 왼편으로 물이 다 빠진 소양호가 보인다. 물이 부족한 것을 실감한다.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일부 사람들... 무조건 반대보대는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인제읍을 지나면 원통리다.
양양 오색약수터로 4... (오색 약수터에서)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 유래는? 땅은 넓고 인구밀도가 적은 인제군... 한국전쟁과 같은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교통과 통신도 원활하지 못했던 시절 이곳에서 군 생활을 했던 군인들의 푸념에서 만들어진 말이란다. 하지만 옛날 어느 임금이 난리를 피해서 이 고을에 와서 머물렀다. 그는 서울의 형편이 궁금하여 몇 차례나 사람을 보냈는데 그때마다 되돌아오는 이가 없자 다시 한 사람을 보내면서 ‘인제 가면 언제 오겠느냐?’라고 묻고 만일에 또 돌아오지 않는다면 ‘원통해서 못 보내겠다.’라고 했단다. 이 오지(奧地)도 머지않아 고속도로가 개통될 예정이란다.
국도 44번을 타고 한계령으로... 가는 길에 대승폭포(大勝瀑布)가 있다. 금강산(金剛山)의 구룡폭포(九龍瀑布), 개성의 박연폭포(朴淵瀑布)와 함께 우리나라 3대폭포의 하나인 大勝瀑布... 높이 88m, 면적 약 60㎡란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부모를 일찍 여읜 대승(大勝)이라는 총각이 있었다. 어느 날 절벽에 동아줄을 매달고 내려가서 석이버섯을 따고 있었다. 그런데 죽은 어머니가 이름을 다급하게 불렀다. 놀라 올라가보니 지네가 동아줄을 쏠고 있었단다. 그 후 그가 목숨을 건진 뒤로 이 폭포는 대승폭포로 불리게 되었단다.
죽어서도 자식의 생명을 구해준 어머니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하는 대승폭포... 우리네 어머니의 참 모습이다. 여행길은 한계령 휴게소를 지나는데 그냥 지나친다. 이곳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싶었는데... 더욱 남원주 휴게소에서 용변을 보았는데 오색약수터까지 밀고 나갔으니 고통이 아닌가? 한계령을 내려가는데 길이 가파르다. 하지만 주변의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청명한 하늘, 선선한 날씨, 울굿불굿한 단풍... 세 박자가 한데 섞여 낭만이 넘치는 계절이다. 오색약수터에 도착한다. 주변을 배회하고 점심은 주문진으로 갔다.
양양IC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주문진으로... 가는 길에 고려 말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숨어산 하조대(河趙台)... 송죽(松竹)이 사계절 울창한 죽도정, 파도가 깎아 만든 바위와 해안 풍경이 일품이다. 또 온갖 번민일랑 바다에 떨어뜨려 버리고 쉬고 또 쉬어가라는 휴휴암(休休菴), 영화 ‘고래사냥’을 촬영한 남애항... 동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란다. 해가 떠오르는 양양군(襄陽郡)을 지나니 강릉시 주문진이다. 이곳의 민자네 식당(662-8189)에서 늦은 점심을 생선회와 더불어 먹으면서 오늘 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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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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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드립니다~~~앞으로도 더욱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