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천막농성 2년 맞아 '나아리 방문의 날' 행사 마련
경주 월성핵발전소 바로 앞에는 '나아리'라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갑상선암 발병, 삼중수소 피폭 등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에 마을 집단이주 대책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나아리 주민들이 이주대책위를 구성해 '월성원전 홍보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건 2014년 8월 25일부터다.
이주대책위는 지난 2014년 8월 25일 천막농성을 시작한 이후 월성1호기 폐쇄, 삼중수소 피폭에 대한 대책마련 등을 촉구하며 정부와 국회를 방문했으며 현재 30여 가구가 매일 상여를 끌고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에는 나아리 주민 30여 가구가 참여한다.
나아리 바닷가에서 보면 월성핵발전소 돔이 손 뻗치면 닿을 듯 가까이에 있다. 바닷가에서 뛰어 노는 아이, 관광객, 바다에서 미역 따는 해녀와 고기 잡는 어부, 월성핵발전소 정문에서 100미터 거리에 있는 식당과 상가, 인근 농지에서 농사 짓는 농부…. 이들은 모두 핵발전소로부터 안전과 건강을 위협 받고 있다.
2014년 8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월성핵발전소가 있는 양남면 주민 61명 몸에서는 삼중소소가 평균 8.36베크렐이 나왔다. 2015년 2월 주민 체내 삼중수소 피폭 조사 때 양남면 주민 10명은 7.47베크렐, 그 중 월성원전 가까운 곳에 사는 나아리 주민 5명은 평균 9.93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체내에서 검출됐다.
월성핵발전소 1호기 가동 중단시기는 2012년 11월 20일에서 2015년 6월 9일까지인 점을 비춰 볼 때 월성핵발전소 재가동 이후 체내 삼중수소 농도 평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주대책위는 이주와 월성1호기 폐쇄를 함께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에 따르면 삼중수소는 신체 내 탄소와 만나 탄수화물 성분으로 결합되면 더 오랜 시간 몸에 머문다. 만약 몸속에서 삼중수소가 붕괴되면 세포, 조직 변성을 일으켜 생체 기능이 변할 수도 있다. 삼중수소는 주로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형 원전에서 발생한다. 삼중수소는 중수로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선폐기물의 일종이다.
나아리 방문의 날 행사에서 이주대책위 인사 때 한 주민은 "오랜 기간 싸우려니 힘이 든다. 우리는 나이가 60살, 70살 넘은 이들이 많다. 저놈들(한수원)은 꼼짝도 안 하고 우리만 골병드는 거 같아 힘 빠질 때도 있다. 그래도 우리 손주들을 방사능에 피폭되면서 살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우리 같은 노인이야 얼마나 더 살겠나. 그렇지만 여기에 오신 분들이 우리 아이들이 방사능 피폭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게끔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나아리 방문의 날 행사는 나아리 이주대책위가 준비했고,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환경운동연합 등이 후원했다. 울산에서는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에 참여하는 단체가 248만원의 후원금을 마련해 이주대책위에 전달했다. 주민들은 후원금이 큰 힘이 된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주민들은 국수를 삶아 연대 온 사람들에게 대접했다. 연대 온 이들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영덕 핵발전소 반대 주민투표를 이끌었던 사람들,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에서 100여 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