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과 성서정과, 그리고 세 본문 설교-18) 한 본문 설교는 강해 설교, 주석설교, 본문 설교, 제목 설교, 주제설교 등으로 진행이 됩니다. 장점은 요점을 잡아 집중적으로 설교할 수 있으며 선택된 본문을 깊이 탐험하고 그 특징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목회자의 특성과 철학, 신학적 입장과 강조할 부분을 효과적이고 집중적으로 체계를 세워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는데, 먼저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성서 이해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성경 전체와 연계된 본문의 통합적인 메시지를 도출하기가 어렵습니다. 설교자는 자기 뜻과 하나님의 뜻이 혼란스러워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성경의 다양한 영역에 손을 못 댄 곳들도 나오게 됩니다.
두 본문 설교는 구약과 복음서와 서신서에서 두 곳만을 선택하여 설교하는 것입니다. 주로 구약 한 곳, 복음서와 서신서에서 한 곳을 선택하게 됩니다. 장점은 한 본문 설교보다는 더 균형 잡힌 설교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구약에 대한 필수적 접근으로 구약의 메시지 개발이 증진됩니다. 단점도 있는데, 복음서와 서신서 신약 본문 가운데, 한 곳이 빠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면 온전한 메시지 도출에서 한계가 드러납니다.
최부옥 목사는 세 본문 설교의 핵심적인 틀을 소개합니다. 먼저 복음서는 세 본문의 중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말씀을 담은 내용물로 그날 세 본문 설교의 몸통이라고 합니다. 구약의 경우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모든 사역에 대한 전거요, 그 근거이며 그 배경을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신서의 경우 신약의 내용으로서, 예수 그리스도가 행하신 모든 사역의 일체를 사도들이 현장 교회에 전하고 가르치면서 나타난 제반 반응에 관련된 말씀들이라고 소개합니다. 최부옥 목사의 말입니다.
“구약이 복음서의 좌측 날개라면, 신약의 서신서는 우측 날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세 본문 설교는 언제나 예수의 존재와 말씀과 사역을 중심으로, 그 근거와 배경을 구약 본문이 담아내고 있으며, 동시에 주님이 제공하신 교훈과 삶을 현장 교회가 어떻게 전하고 실행하고 있었는지를 서신서 본문들이 구체적이며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한 본문 설교가 평면적이라면, 세 본문 설교는 입체적입니다. 힘들어도 목회자는 이러한 세 본문 설교로 주일낮예배 설교를 진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입체적인 말씀에 기초하게 되면 성도들의 삶이 변화될 것입니다. 최부옥 목사는 이렇게 확신합니다.
“설교자가 이 단계까지 이르면, 마지막으로 그동안 확인되고 제시된 말씀에 비치어서 오늘의 우리 교회와 성도들이 어떤 응답과 결단을 취하며 살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 이런 설교 형태는 마치 새가 양 날개를 제대로 펴야만 마음껏 날아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세 본문 설교 역시 매우 성서적이며 균형 잡히고 근거를 가진 무게 있는 증언을 하게 되기에, 교우들의 삶의 변화와 결단도 자연히 강하게 견인할 수 있다.”
박근원 교수의 조언에 따라, 최부옥 목사는 세 본문 설교를 성부의 절기(창조절-대림절)에는 구약을 주축 삼아 복음서와 서신서로 나아가며, 성자의 절기(성탄절-주현절-사순절-부활주일)에는 복음서를 주축으로 삼아 구약과 서신서로, 마지막 성령의 절기(부활절-성령강림절)에는 서신서를 주축으로 복음서와 구약으로 나아간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 본문 설교에 헌신하는 교회는 매 절기 성찬 예식을 거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은 듣는 말씀(설교)과 먹는 말씀(성만찬)이 있기에, 절기 맞이 성찬 예식을 거행하는 일은 절기를 맞이하는 성도들의 영적 준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예전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교회력에 따르는 성서정과 설교의 유익한 점을 제주 종달 교회 김기승 목사는 다섯 가지 정도 이야기합니다. “첫째, 성서일과를 따라 설교하면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둘째, 성경을 편식하지 않는다. 셋째, 설교 준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넷째, 일관성이 있는 설교를 하게 된다. 다섯째, 설교를 듣는 성도들의 신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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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력과 성서정과, 그리고 세 본문 설교-13) 개정공동성서정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 이하 RCL)의 구조와 내용을 살펴보면 가톨릭의 성서일과와 마찬가지로 3년 주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복음서를 두어 첫째 해(A년도)에는 마태복음을, 둘째 해(B년도)에는 마가복음을, 그리고 셋째 해(C년도)에는 누가복음을 기본적인 본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성서정과는 주님의 날인 주일에 사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동시에 성찬식이 거행되는 것을 권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RCL이 배열하고 제안한 성경 본문들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장장복 교수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다소 흠이라고 한다면 성서정과가 다루지 못하는 본문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복음서 같은 경우는 다소 병행된 사건으로 겹치거나 중복된 느낌을 받게 된다. 교회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가 설교의 주제가 되기에는 한국적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매우 중요한 교회력의 주제들을 제외하고는 적절한 비율로 현실적 상황과 직결될 수 있는 주제들을 고를 수 있는 대안들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김경진 교수는 좀 더 세밀하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①에서 ⑥까지는 김경진 교수의 문제 제기이며 ⑦과 ⑧은 필자가 김경진 교수의 안에 추가한 것입니다.
① 성서정과에 포함되지 않은 본문들이 있다. 가령 구약 성경 가운데 역대상, 역대하, 에스라, 나훔, 오바댜는 한 번도 설교할 수 없다. 신약성경 역시 요한 2서와 요한 3서 그리고 유다서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요한계시록과 사도행전도 빠진 부분이 너무 많다. 물론 개정성서정과는 부록에 사용된 본문과 사용되지 않은 본문을 파악하도록 해 놓기는 했다.
② 납득하기 어려운 본문 선정과 애매한 누락이다. 가령 방대한 내용을 하루의 성경 본문으로 선정한 경우가 그렇다. 또한 본문을 나눌 때 애매한 곳에서 본문을 나눈 때도 있다.
③ 성서정과에서 중복되는 본문들이 너무 많다. 개정성서정과에 약 80여회 정도 중복 본문이 나타나는데, 구약에서 50회, 신약에서 30여 회가 나타난다. 이것은 성탄절, 사순절, 고난주간, 부활절, 성령강림절 등의 교회력과 신년주일, 추수감사절, 만성절 등의 특별한 날들을 위한 본문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④ 중복되지만, 사용과정에서 실제로는 빠질 위험이 있는 본문들이 있다. 이것은 부활주일이 매년 그해의 교회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오는 오류이다. 물론 개정공동성서정과는 넉넉하게 본문을 준비하여 제시하고 있다.
⑤ 한국 개신교회의 상황과 맞지 않는 성서 본문들이 있다. 가령 개정공동성서정과가 서구교회의 교회력을 폭넓게 따르고 있어서 대림절, 성탄절,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 이외에도 작은 절기들을 지키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한국 개신교회의 상황과 잘 맞지 않는 것이다.
⑥ 개정공동성서정과는 서구문화와 서구교회의 전통을 따라 몇 가지 특별한 절기들을 위한 본문을 추가하였는데, 만성절(All Saint’s Day),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주님의 봉헌 주일(Presentation of the Lord, 2월 2일), 주님 수태고지일(Annunciation of the Lord, 3월 25일), 성모 방문 축일(Visitation of Mary to Elizabeth, 5월 31일), 그리고 성 십자가 주일(Holy Cross, 11월 14일) 등은 성서 본문들이 다른 본문들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⑦ 개신교의 측면에서 보면 교회 절기 가운데 종교개혁 주일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개정공동성서정과가 가톨릭교회와 함께 사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보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개정공동성서정과가 포함하거나 고려하지 못한 절기들과 성서 본문들에 관해서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⑧ 개신교회가 많이 지켜오는 어린이 주일과 어버이주일과 같은 절기들도 고려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성서 본문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인들이 경험한 역사적 사건들을 위한 기념 주일이 없다. 가령 광복기념주일이나 한국전쟁기념주일, 혹은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한 기념일 등을 위한 성서정과가 아직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한국 교회를 위해서 한국인들이 숨 쉬고 살고 있는 명절들과 세시풍속들(가령, 한가위와 단오, 설날 등)과 관련한 기독교적 절기와 성서정과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