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하늘은 둥글고 땅을 네모나다(天圓地方)'고 했다.
참 이상하다. 하늘도 네모나고 땅도 네모난(天方地方) 모양이 엉뚱하게 등장한다.
조선의 법궁 경복궁 연못과 세 섬(三神山) 그리고 경회루(慶會樓)이다.
그 큰 연못도 사각형이고 세 인공섬도 사각형으로 조성한 것도 아주 특이하다.
국왕의 침전 강령전 서쪽에 큰 연못을 조성하고 누각을 지었다.
인공적으로 축조한 연못과 세 섬 그리고 경회루는 태종 때 조선 최고의 건축가 박자청이 축조한 것이다.

거대한 규모의 연못과 세 섬 그리고 경회루는 수백 년이 흐른 오늘까지 흐트러짐이 없다.
연못과 인공 섬을 축조하는 기법은 도가(道家)의 신선사상(神仙思想)에서 유래한 것으로
당시 사람들이 그리던 이상향(理想鄕)과 관련이 있다고 전한다.
세종 때 대제학을 지낸 변계량이 왕에게 지어올린 <화산별곡(華山別曲)에 그 세 섬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7년 4월 2일 기사의 일부를 옮겨 그 내용을 살핀다.
"경회루·광연루 높기도 높을사 넓으나 넓어 시원도 하다.
인애는 걷히고 맑은 기운 불어든다.
하늘 밖에 눈을 놀리니 강산풍월 경개도 천만 가지
답답한 심회를 활짝 풀어준다.
위, 올라보는 경 긔 어떠하니잇고.
봉래(篷萊) 방장(方丈) 영주(瀛州) 삼신산
위, 어느 시대에 찾아 볼꼬."
이 연못 안에는 세 섬이 삼신산을 상징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은 원래 습지여서 일찍부터 작은 연못 하나가 조성되어 있었다고 전한다.
태종 12년(1412)에 연못을 크게 넓히고 누(樓)를 지었다.
경회루가 세워진 방지의 규모는 남북 113m, 동서 128m이다.
경회루 방지의 수원은 못 바닥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를 사용하였다.
여기에서 출수구는 방지의 서남쪽에 두었다.,
특징적인 것은 상부석을 받치는 돌이 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도록 모서리를 45도쯤 돌려서 받쳐 놓았다는 것이다.

그 연지 세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에 경회루가 국보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회루 방지는 조선왕궁의 수공간 가운데에서 가장 장엄한 규모를 지니고 있다.
경복궁을 창건하면서 태조는 습한 땅에 연못을 파고 그 옆에 다락집을 지었다.
작은 규모였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다락집은 기울어졌다고 한다.
"땅이 축축하여 기초가 튼튼하지 못해 기울었구나!"
태종은 박자청에게 명하여 다시 짓도록하였다.
서편으로 위치를 옮겨 큰 건물로 짓고 연못을 확장하였다.
결과적으로 물 속에 섬을 만들고 대규모 건물을 짓는 공사였다.
세종 때 일부 수리하고 성종 때 전면개수하였다.
이때 돌기둥에 용과 꽃을 새겼다고 한다. 용을 새긴 돌기둥은 큰 구경거리였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온 사신이 돌기둥을 보고 감탄하였다고 전한다.

경회루 연당은 누지(樓池)라고 했다. 누지 서족의 작은 섬 둘이 있다.
경회루가 있는 큰 섬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다. 그 둘레에 난간을 둘렀다.
그러나 작은 섬 두 곳에는 난간도 없이 소나무만 심었다. 무인도인 셈이다.
이 섬은 연산군이 만든 만세산(萬歲山)이라고 한다.

이곳에 큰 연못을 조성한 이유로 풍수지리에서 부족함을 메워주는 비보책(裨補策)을 든다.
풍수에서는 모든 땅의 기운은 두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첫째 바람을 만나면 기운이 흩어지고(風則散) 두 번째로 물을 만나면 기운이 멈춘다(界水則止).
좋은 기운이 흩어지지 않게 산으로 둘러싸서 바람을 갈무리하는 장풍(藏風)과
좋은 기운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물길을 얻는다는 득수(得水)에서 풍수라는 말이 생겼다.
풍수에는 좋은 기운인 생기(生氣)와 나쁜 기운인 사기(死氣)가 있다.
사기 중에 나쁜 기운은 살(煞)이다. 살(煞)은 죽인다는 뜻이다.
살 중에서 가장 나쁘다는 황천살이다.
경복궁의 동남향에서 치고 들어오는 황천살이다.
세조 때 남산 국립극장과 타워호텔 사이 언덕에 남소문을 냈다.
큰 아들 의경세자가 비명에 목숨을 잃고 둘째 아들 예종도 즉위 2년만에 세상을 하직한다.
그 후 그 문을 폐쇄하고 동남향에 비보책으로 소나무를 많이 심는다. 그 지명도 수송동, 송현동으로 개명한다.
허점을 드러낸 지역에 소나무를 심고 그 동네 이름을 소나무와 관련된 것으로 바꾸는 등 비보책을 마련한 것이다.
경복궁의 우백호인 인왕산에는 치마바위라고도 불리는 큰 바위가 있다.
푹신푹신한 흙산은 포근함을 느낀다. 큰 바위는 그렇게 평안한 느낌을 주기보다는 나쁜 기운인 산살(山煞)을 낸다.
인왕산의 바위덩어리에서 날아오는 산살(山煞)의 살기(煞氣)는 왕의 침전 강령전을 공격하고 있다.
살기가 치고들어가는 길목에 경회루의 연못으로 바리케이트를 친 것이다.
기(氣)는 수영을 못한다. 물을 만나면 꼼짝 못한다. 물을 만나면 기운이 멈춘다(界水則止).
이 연못 조성으로 임금의 침전인 강녕전을 살기로부터 보호하게 된 것이다.
첫댓글 내용도 문장력도 압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