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컵' 2라운드 숭실대 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팀 승리를 이끌어낸 단국대 신연호 감독의 모습 ⓒ K스포츠티비
대학축구 대표 강자들 간의 자존심 대결에서 웃은 쪽은 단국대였다. 단국대가 숭실대를 물리치고 FA컵 3라운드 초대장을 손에 쥐었다. 연장까지 가는 대혈전 속에서도 집중력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귀향길을 향하는 발걸음도 경쾌해졌다.
단국대는 26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컵' 2라운드에서 숭실대와 연장까지 득점없이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시즌 첫 대회인 춘계연맹전에서 챔피언 연세대에 져 32강에 만족한 단국대는 약 1달만에 공식 경기에서 집중력 높은 플레이로 승리를 거머쥐며 본전을 제대로 건졌다. 2014년 U리그 챔피언십 16강 이후 16개월만에 '리벤지 매치'에서 또 한 번 숭실대에 판정승을 거두는 등 기쁨이 더욱 배가됐다.
"대학팀들 간의 매치업이라 FA컵 상위 진출 못지 않게 자존심 대결도 굉장히 중요했다. 경기 전부터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칠 것을 당부했다. 숭실대도 단기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팀이기에 더욱 그랬다. 경기 내내 쉽지 않은 여정이 계속됐지만,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잘 버텨준 것이 승부차기 승리라는 결실로 이어진 것 같다."
이날 베스트 멤버를 풀가동한 단국대는 장기인 빠른 공-수 전환과 측면 연계 플레이 등을 앞세워 숭실대와 경기 내내 대등한 승부를 펼쳤으나 마무리가 아쉬움을 노출하며 코칭스태프의 애간장을 녹였다. 에이스 나상호(2학년)와 장준혁, 조성욱(이상 3학년) 등을 중심으로 상대 수비를 현혹시키는데 역점을 뒀음에도 잦은 미스와 동선 중복 등이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해 윗선과 뒷선의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었다.
공격이 다소 미진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단국대가 끈질기게 생명줄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수비 조직력이었다. 골키퍼 박형민과 '캡틴' 문지환(이상 4학년)을 축으로한 수비라인이 상대 양성식과 유지민(이상 4학년) 등의 움직임을 적재적소에 차단하며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단국대는 '지옥의 룰렛'인 승부차기까지 가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골키퍼 박형민이 고도의 심리전과 동물적인 감각으로 상대 3명의 키커 실축을 유도하며 대혈투의 종지부를 찍었다.
"오늘 (최)준혁이가 부상에서 돌아왔고, 일부 신입생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스쿼드 운용의 숨통이 트였었다. 다만, 미드필더에서 공격으로 연결하는 부분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공격 상황에서 볼 소유가 아쉬움이 계속됐다. 하지만, 밸런스를 맞추면서 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부분이 춘계연맹전 때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골키퍼 (박)형민이와 주장 (문)지환이, 준혁이 등이 수비에서 맡은 역할을 잘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숭실대 전 승리로 급한 불을 껐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U리그 '죽음의 4권역'에서 연세대, 용인대, 경희대 등과 숨 막히는 '서바이벌 경쟁'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부상 예방 등은 필수 아닌 필수다. 춘계연맹전 당시 센터백 손기련과 최준혁(이상 3학년)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부상 선수들이 속속히 돌아오고 있다는 점은 위안이다. 가동 인원이 넉넉한 상황이 아니기에 부상병들의 합류는 팀 전체의 무게감을 높이는 최적의 카드다. FA컵 3라운드에서 높은 카테고리 팀들과 매치업도 점점 흥미를 더해갈 것으로 점쳐진다.
"U리그와 FA컵을 병행하는 타이트한 일정이 우리 팀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센터백 (손)기련이를 비롯해 나머지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공격적인 부분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FA컵은 한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무대다. 하위팀이 상위팀을 잡는 묘미도 숨어있다. 대학팀은 성적보다는 도전 정신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에서 포인트를 잡아주면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이상 단국대 신연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