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은 속이 탄다. 이 무식한 놈을 어떻게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잘 안 난다 저놈 머리에는 뭐가 들었는지 한번 수박 통 깨듯이 깨고 씨 빼가면서 샅샅이 조사 좀 해서 그 아리송한 내력을 알아보고 싶다. 저놈 머리통은 현대 21세기 의학으로는 도저히 규명을 못 할 것 같다. 하려면 빨리하라는 염 의원의 채근도 있고 익수한테 마냥 끌려다닐 일도 아니고 해서 오늘은 작심하고 일을 하던 못하던 양단간에 결정을 하기로 하고 김 사장하고 진천 횟집으로 익수를 불러냈다. 술 취하면 딴소리할까 봐 술 먹기 전에 다시 몇 번 더 다짐하고 횟집 이사장도 불러 증인 아닌 증인을 세우며 다짐을 했다. 아~형님들 걱정 마시요 성이 들어와서 집 한 채 짓고 산다는디 길 못 내주겠소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 주면서 주라는 디 남도 아닌 이웃 간에 어떤 누가 야박하게 그러겠소 아 글쎄 나 걱정하지 말고 일 추진이나 잘하시오. 이럴 때는 자기 땅을 공짜로 반절은 내어 줄듯하다. 변호사한테 공증만 안 섰지 공증한 거나 별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염 의원이 다른 데 가려는 공사를 우선 여기부터 해야 한다고 사정사정해서 끌어들여 일이 겨우 성사되어 마지막 공사인 레미콘을 치려고 하니 익수가 갑짜기 반대를 하고 나섰다. 레미콘 포장은 안 된단다. 아니 내가 길 내준다고 했지 언제 레미콘 포장하라고 했소 하면서 결사적으로 안된다고 길길이 뛰니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길은 차지하고라도 친구 볼 면목이 없으니.... 결국에는 공사가 취소되고 공사비는 반납했다. 군위원은 군위원대로 은행장은 은행장대로 체면이 말이 아니고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김 사장도 기초 작업만 해두고 길이 좁아 차가 못 드나 들어 공사를 못하고 저렇게 묵혀서 망초꽃만 한밭 그득하다. 땅거미가 내린 밭에서 초코배리 묘목을 심고 있는 부부의 모습은 언뜻 밀레의 농부를 생각게 했다. 갑짜기 동네 사람들이 들이닥치니 하던 일을 멈추고 어리둥절 쳐다본다. 신익수가 큰소리로 아 형님 그것이 말이나 되남유 밑도 끝도 없이 말을 꺼낸다. 익수 씨보다 윤석 씨가 두 살 위다. 은행장은 그 일이 있는 후로는 말을 섞지도 않지만은 익수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안 믿고 별의별 소리를 해도 상대도 안 한다. 옆집에 살아서 겨우 수인사만 하고 지낼 뿐이다. 마지못해 시큰둥한 소리로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소리어 논에 물대는것 말이요 형은 내일 오후부터 대기로 했다면서요? 그리어 그게 어때서 그게 아니고 일순지 달순지 그 양반이 자기 기름값 아깝다고 저렇게 하고 있으니 저렇게 대다 가는 내일까지 못 대면 어쩔 것이요 남에 논 모는 다 말라죽는데 양수기로 빨리 퍼대고 남도 물을 줘야 될 것 아니요 안 그래요? 그러는 사이 유 행장 부인이 막걸리와 맥주한병 오미자 효소를 시원하게 타가지고 나온다. 오미자 효소가 시원하니 정말 맛있다 나도 오미자 효소 좀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키에 고생을 안 해봐서 그런지 나이가 그렇게 들어 보이질 않는다. 이쁘지는 않지만 야리야리하면서 세련된 도시 여자 풍모가 풍기며 지적인 몸짓이 묘하게 어스름 저녁과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체리 묘목은 몇 그루나 심으셨어요? 한 삼십 그루 심었어요 집에서 먹고 지인들도 좀 줄려구요 동네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한채로 간이 평상에서 또 한 잔씩한다. 일단 회관으로 가서 교장 오라고 해 얘기를해봅시다. 그러면서 은행장이 술을 한 잔씩 돌린다 들고 내려갑시다. 하며 일어선다. 염장을 지르느라고 하느님이 물 나오는 구멍을 꽉 틀어막고 있는지 빗 방울이 떨어질 듯 말듯 지랄만 하고 마른 번개만 혁신도시 쪽에서 친다. 우~~ 내려오니 동네 앞 신작로 컨테이너 경로당 앞이 왁자지껄 하다. 면에서 동네가 작다는 이유로 경로당을 안 지어줘 몇 안 되는 주민끼리 십시일반으로 기부하고 고향을 떠난 인사들도 부조도 하고 해서 컨테이너 경로당을 그나마 장만했다. 김교장이 트럭에서 씩씩거리며 내린다 이것이다.무슨 말이여 내 차래 돼서 받는데 무슨 말들이 그리도 많아 심사가 틀어진 말투다. 저번 회 때 그렇게 차례로 대자고 안 했어? 이 사람아 엔진 돌려서 빨리 대고 다른 사람도 대야지 자네가 그러고 있으면 어쩌자는 것이여 알만한 사람이 그리여 자네는 모르면 가만히나 있어 이 사람아 내가 모르긴 뭘 몰라 희연이 형이 받아친다. 그 난리 치던 익수는 뒤로 빠져 말 한마디 못하고 뒷전에 쪼그리고 앉아서 담배만 피운다. 잠깐만요 은행장이나 선다. 형님 한번 물어봅시다. 형님 엔진 안 돌리는 것이 기름값 아까워서 그러는 거요? 그렇네 돌리나 안 돌리나 물 올라오는 것은 매일반인데 기름 들어가면서 돌릴 필요가 뭐 있겠나 도랑에 물차면 자연적으로 다 들어가는데 그것이 이치 아닌가? 그래요 알았어요 두말할 것 없겠네요 하면서 가버린다. 그리고 올라가서 물고를막고 자기네 논으로 돌리고는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친구인 희연 형이 한마디 한다. 자네 해도 너무하는구먼 아니 내가 뭘 너무한다는 거야 이 사람아 잘 모르면 가만히 나 있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내가 모르긴 뭘 몰라 그렇게 잘 아는 자네가 말 좀 해보소 남에 논은 모가 다 말라죽는데 자기 기름값 아깝다고 엔진을 안 돌리고 올라오는 물을 가지고 하세월로 댄다고? 이 사람아 길을 막고 물어보소. 그것이 온당한 것인지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이 이게 무슨 짓인가? 뭐 무슨 짓 저번에 다 합의해서 차례대로 대자고 안 했어? 그러니 내 차례에 대는 거야 내가 새치기를 했어 뭐했어? 저런 앞뒤가 꽉 막힌 인사를 봤나 누가 새치기했데 야 엔진 돌려서 빨리 대고 물올려 주라는 것이지 인마! 모르면 가만히나 있어 인마아? 저 새끼는 뭐라고만 하면 나보고 모른다 모른다 하며 지랄이네 농사나 짓고 엎드려 있으니께 우습게 보이냐 그래 우습게 보인다. 저런 개새끼가 너 이리 와봐 그래 오면 어쩔래 칠래? 이런 상놈에 새끼가 니가 뭘 아냐 촌놈에 새끼야 물이 차면 당연히 올라가지 다른 데로 가냐 멍청한 자식아 저 새끼말하는 뽄새좀보소 야 이 새끼야 니가 그러고도 교장질 해쳐 묵엇야 너야말로 무식이 하늘을 찌른다 이 새끼야 경우도 모르는 자식이 누구보고 모른대 저 씨발놈 말하는 것 좀 보소 내가 교장 질하는데 니가 보태준 것있냐? 이 새끼야 그래 보데 준 것 없다. 보태주마 하면서 달려들어 머리로 받아버리니 교장 입에서 피가 주르르 흐른다.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너 사람 첬어 저 새끼가 사람 치네 니가 돈 좀 있다 이거지 오늘 너 잘 만났다. 입술을 훔치니 피가 손등에 묻어나온다. 그것을 본 김 교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동네 사람들이 달려들어 뜯어말리니 못 이기는 척 경로당 들마루에 털썩 누우며 아이고 나죽것네를 연발하며 저 새끼 돈 좀 있다고 사람 치는 것 봤지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동네 사람들도 어리둥절한 상태다. 익수는 일은 저질러놓고 뒷전에서 나 몰라라 담배만 피고 있어다. 보다 못한 두일이가 다가가서 얘기 좀 해요 왜 아무 말도 안 하시오 좀 거들던 말리던 해야지 내가 뭘 내가 말하려고 했더니 희연이 형이 나서서 저러니 나까지야 뭐 말끝을 흐린다. 언제는 다 자기가 책임 진다고 큰소리 땅땅 치더니만 싸움만 붙여 놓고 뒤로 빠져있다. 영구리 입구에서 경찰차가 불빛을 반짝거리고 삐오 삐 오를 연발하며 온 초평 뜰을 들썩이며 들어온다 김 교장은 경찰차 소리가 들리니 들 마루에 누어 더 큰 소리로 아이고 죽겠네를 연발한다. 하늘을 보니 아까는 하늘에 별이 총총하더니 구름이 초평면사무소 쪽에서부터 올라온다. 이런 촌 무지렁이 새끼들하고 말을 섞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지난 일이 번개처럼 일수의 머리를 스치며 악이 북받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