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0일 안국동.
새벽 6시반 부터 정장입은 청년들이 줄줄이 모여있었다.
나는 52기 공채 중 24차로 입소했었는데, 하반기 중에 두번째로 빠른 입사였던 것 같다. 가장 빠른 차수는 23차 1월 2일? 입소.
하여간 다들 정장+코트에 캐리어 줄줄이 끌고 그 껌껌한 밤을 뚫고 어느 갤러리 로비로 모였는데,
역시나 이때도 재수가 없었는지 인턴 동기는 정말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 내 입소일은 2월 말이었는데, 어쩌다보니 1월 초로 앞당겨졌다.
캐리어는 16박 17일 합숙교육을 위한 짐들이었고, 정장은 복장규정때문이었다.
삼숭의 가장 유명한 복장 비즈니스캐쥬얼, 줄여서 비캐. 그놈에 비캐.
하여간 정장 비스무리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입소날 모일때부터.
직원인듯한 사람들에게 출석여부를 확인하고, 본인이 타야하는 버스를 확인한 후에, 캐리어를 싣고, 자리에 앉는다.
오래되서 잘 기억은 없지만, 그때의 그 뻘쭘했던 느낌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중간에 어떻게 갔는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어디 체육관에 내렸었던 기억이 있는데 헷갈린다.
내가 갔던 연수원은 천안연수원으로, 에스원 연수원이었다.
대강당에 모이니 총 210명. 21명씩 총 10조. 난 마지막 조였다.
첫날, 터치스크린이 되는 랩탑을 하나씩 주는데, 여분의 배터리 두개랑 노트북가방을 주는데 정말 촌스럽다.
삼성 핸드폰도 만들고 노트북도 만드는데..생각보다 노트북은 좋았다. 터치스크린도 되고.
아마 아무 기대가 없었나보다.
가면 활동복? 체육복?도 준다. 그래서 운동화도 필참이다. 중간에 산넘고 벽타고 뛰어내리고 할려면 필요하다.
체육복에 잘 보면 samsung이라고 써있다. 그래서 밖에서 입을 수 없지만 가끔 영통에 입고 돌아다니는 놈들이 있다.
하여간, 조를 짜고, 지도선배를 만나고, 조별 연습실?같은 강의실 하나를 배정받는다. 주로 수업끝나고 여기로 모인다.
앞서 말했듯 SVP는 전 삼성 계열사 공채가 다 모여서, 여기저기 계열사 동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물론 지도선배도 전사에서 뽑혀서 와서 랜덤배정이다. 우리 지도선배는 엔지니어링 출신.
다들 동기니깐 형/누나 라고들 서로 부른다. 난 남자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3명 중 한명이었고,
여자동기들 중에도 나보다 어린 친구는 두명?밖에 없었다.
아무튼, 시간표도 받았는데,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풀. 풀수업이다.
대부분의 수업은 대강당에서 싹 다 모여서 받게 되고, 중간중간 팀별로 활동하는 경우는 다른데서 모인다.
주로 강의가 대부분이고, 사내강사, 사외강사 등등 다양하다. 노트북을 꼭 챙겨가야 하는데,
대강의실에는 충전을 할 수 없어서, 배터리를 야간에 꼭 풀로 충전을 때려놓고 자야한다.
복장은 언제나 비즈니스캐쥬얼. 을 입고, 그 대강당 좁아터진 자리에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앉아있어야 한다.
당연히 졸게된다. 하지만 졸다 걸리면 벌점이다. 그렇다고 교육이 다 재밌는 것도 아니다.
초반에는 뭘 공부하느냐..삼성의 역사, 가치관, 기업관, 관계사 등등, 하여간 삼성에 대한걸 많이 배운다.
신경영..도 많이 배우게 된다. 아무래도 전자에서 하는 사업을 많이 배우게 되는데,
왜 LG를 그렇게 신경 안쓰는지 아주 자랑스럽게 설명해준다.
처음 한 2-3일은 재밌다. 신기하고. 오오오오....드디어 내가 삼성맨이 됐구나....동기들도 새로 만나서 재밌고....
하지만 딱 3일이 지나면 잠이 오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슬슬 체력싸움이다.
1주일도 안됐는데 왜 체력싸움이냐 하면..보통 아침 6시반-7시에 일어나서, 씻고, 꼭 머리에 왁스를 하고, 비캐 복장으로
아침밥을 먹으러 가서 아침을 먹고, 아 꼭 아침을 먹어야 한다. 점심까지 버틸려면.
그러고 첫 대강당에 집합하는 시간 전까지 꼭 대강당 안에 들어가야 한다. 왜냐면 한 2-3일 지나면 이제 지정석이 생겨서
누가 오고 누가 안왔는지 티가 확 난다. 그리고 지각하면 벌점먹는다.
그리고 저녁 9시가 되서 하루 수업이 끝나면, 아까 얘기했던 팀별 강의실로 모여서, 과제와 수양록? 등등 나머지 자잘한 일들을 한다.
그래서 보통 방에 가면 11시반, 12시가 되는데, 또 씻고 배터리 꽂아놓고 형들이랑 얘기좀 하고 하면 어느덧 1시다.
다시 6시반쯤 일어나면 거의 똑같은 하루일과 반복인데, 잠자리도 바뀌고, 2인1실 혹은 3인1실이라 불편도 하고,
특히 우리쪽 라인 4개 방은 뜨거운 물이 안나왔다. 이유인 즉슨..제일 뒷건물 제일 윗층 제일 끝라인..
덕분에 형들이랑 웃옷만 입고 나와서 니네도 뜨거운물 안나오냐며 많이 친해졌다..1월 중순 한겨울에..
하여튼, 초반에 입소하면 지도선배가 알려준다. SVP의 궁극적인 목표는 야근에 익숙해지는 것.
고맙습니다..덕분에 셋업할 때 새벽 2-3시까지 잘 버텼습니다..
생각보다 밥은 먹을만 하다. 잠자리도 좋고. 시설도 나쁘지 않은데 복장이 굉장히 불편하다.
대학생 주제에 언제 맨날 정장입고 구두신고 다녀봤겠나. 그것도 하루종일.
그러다가 슬슬 조장을 뽑고, 자체적으로 위원회 혹은 자치회 같은 인원을 뽑게 되는데,
팀마다 한명씩 전체 자치회를 뽑는데 하필 내 룸메이트 형이 거기로 들어가면서 거의 못보게됐다.
역시 그런데는 내가 재수가 정말 없나보다. 전체 자치회는 수업은 같이 듣지만, 수업이 끝난 9시가 넘으면 따로 모여서 뭘 하러 가기 때문에 우리팀끼리 친해지거나 할 계기가 거의 없어진다. 그래서 잘때까지 얼굴 못볼 때가 자주 있었다. 물론 방 안에서.
물론 덕분에 방에서 편하게 살긴 했지만..
하여튼, 하루종일 다같이 모여있다보니 정말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근데 여기서도 출신학교 얘기는 잘 안하고, 고향얘기나 좀 하고 만다. 어차피 다 들어왔는데 학교가 뭔 소용이겠는가.
학교를 얼떨결에 밝혔던 사건이 있는데 그건 SVP 역사에 남을 사건이므로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겠다.
들었던 강의나 프로그램들을 다 적고 싶은데, 기억나는게 몇가지 없어서 기억나는 것들만 다음에 적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