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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부 :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 >
학교에 부화기가 있어 동아리 활동으로 『사육반』을 만들기로 했다가 화초 재배를 붙여 『원예사육반』을 만들었다. 게다가 달걀의 부화는 생명의 발생과 연관이 있어 “바이오 러브” 동아리의 이윤주 선생과 협력하기로 했더니 기술가정실을 운영하는 박소영 선생이 닭요리를 운운하기에 닭의 출생에서 장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세 동아리가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유정란은 평소 알 아줌마로 불리는 서상희 선생에게 부탁해 2015년 4월 24일 부화기에 달걀 30알을 넣었다. 이 과정은 “바이오 러브”에서 전담하기로 했다. 예정일이 5월 15일(금)이어서 토, 일요일 돌볼 이 없이 태어나 뽁딱뽁딱 할까 걱정했더니 30개 중 겨우 4마리가 태어났다. 부화율 13%. 참담하다. 부화기에 문제가 있나?
< 2015. 3. 30. 일단 집부터 마련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어서 일까? 바닥에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한 닭장. 몇 가지 흠이 있지만,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다. >
작년에는 30알 중 7마리의 병아리가 태어나 중병아리가 되었을 때 학부모에게 위탁했더니 떠돌이 개가 닭장에 침입해 거의 다 물어 죽였단다. 어쨌든 올해는 두 번째 시도인 셈이다.
다시 식당 영양사로 있는 제자의 집에 유정란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부탁했더니, 기러기 알 4개에 화초닭(애완용 닭) 알 5개, 그리고 일반 달걀을 21개 주었다. 그놈들을 바로 5월 20일 부화기에 넣었다. 6월 9일이 부화 예정일이고 기러기 알은 그보다 열흘 더 걸린다고 한다. 그럼 기러기 부화는 21일 정도가 되겠다. 그러나 이도 역시 오골계 한 마리만 부화에 성공했고 나머지는 습도 문제로 실패하였다. 결국, 60알 중 겨우 5마리를 부화해서 애지중지 키웠으나 그중 한 놈은 어느 날 오소리인지 고양인지 정체 모를 짐승에게 잡혀가고 말았다. ‘김병수’라고 명명한 놈도 쥐를 잡기 위해 뿌려 둔 쥐약을 먹고 빌빌하더니 저세상으로 가고 결국에는 닭 두 마리, 오골계 한 마리 총 세 마리만 남았다. 게다가 모두 암놈이다.
유정란을 낳아 암탉에 의한 자연 부화의 포부를 가지고 있었고. 행복한 닭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수평아리 한 마리를 시장에서 6,000원을 주고 입양하였다. 수평아리는 발이 까맣고 털이 붉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놈이었는데 상당히 토종닭 비슷하게 생겨 내 마음에 흡족하였다. 여자끼리만 있으면 백날 있어도 무정란이고 암탉도 수탉과 같이 사는 것이 행복하리라는 인간적 관점에 의한 판단이었다. 게다가 생명의 기원을 눈앞에서 볼 기회를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제공한다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 아니겠는가.
< 2015. 8. 21. 이제 병아리의 단계를 넘어 제법 닭 모양이다. 게다가 거의 한 달이나 늦게 태어난 오골계도 언니들의 행동을 모방하며 눈칫밥을 먹고서도 잘 자랐다. 서열이 있어 언니보다 아래쪽 횃대에 앉았다. >
네 마리의 닭이 사용하기에 닭장이 너무 호화 맨션인지라 다시 병아리를 부화하기로 작정했다. 물론 가을철인지라 온도 문제와 겨울을 나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단 부화기의 문제점을 A/S 센터에 물어서 습도 관련의 조언을 받았다. 식당 영양사로 있는 제자의 집에 유정란을 다시 부탁하여 9월 11일 30개의 달걀을 다시 부화기에 넣었다. 예정일인 10월 2일을 지나 3일까지 모두 12마리의 개성 만점의 병아리가 태어났다. 보육실에 넣어 전구 열로 키우는데 EM 용액을 뿌려도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바깥 공사 중인 교실 자리에 넣어 두기로 했다.
< 2015. 10. 06. 오골계의 혈통을 이어받은 놈도 있고 메추리와 혼인했는지 메추리를 닮은 놈도 보인다. >
10월 26일 암탉들이 드디어 알을 낳았다. 그러나 이게 유정란인지 무정란인지 알 수 없었지만 세 개의 달걀은 그간의 노고를 위로받기에 충분할 만큼 귀엽고 소중하게 보였다.
< 2015. 10. 26 월요일 아침에 닭장 안 등겨 깔린 산란실에 기적처럼 달걀을 낳아두었다. >
그러나 네 마리의 닭 중 드디어 성년을 맞은 수탉이 꺽꺽한 목청으로 울기 시작할 즈음, 수능 시험일이 다가와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예기치 않은 닭의 우렁찬 울음은 영어듣기 시험을 방해할 우려가 있어 시장 날, 그는 생닭을 파는 가게에서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리고 가사실에서 백숙이 되고 닭죽이 되어 사라지는 듯했으나, ‘바이오 러브’ 부원들의 오래고 고된 작업 끝에 다음과 같이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었다.
< 이 수탉은 입을 크게 벌려 다음과 같이 절규하고 있다. “수능시험에 내가 왜 희생되어야 한단 말인가!” >
그리고 며칠 후, 출근을 해보니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 있었다. 짐승인지 짐승보다 못한 사람인지 모르지만, 닭장의 철망이 길게 찢어져 있었고 한 마리는 바깥에, 두 마리의 암탉은 닭장 안에서 참혹하게 죽어 있었다. 일부 내장이 훼손된 것으로 보면 짐승 짓이나 철망을 길고 날카롭게 찢은 것은 도무지 짐승의 짓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보기도 싫은 꼴이었기에 남학생들을 불러 땅속 깊이 묻어 주라고 했다. 평소 같으면 투덜거릴 녀석들이지만 창가에서 훌쩍이며 내려다보는 여학생들의 시선과 나의 참담한 심정을 짐작하는지 두말하지 않고 바로 깨끗이 처리하고 스스로 닭장 주변의 닭털이며, 끊어진 철사 등속도 정리해 주었다.
찢어지고 텅 비어버린 닭장을 쳐다보며 슬퍼하는 것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이며 스스로의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붓기로 했다. 아아! 닭은 갔지마는 나는 닭을 보내지 아니하였다. 나에게는 아직 10월에 부화한 12마리 중 먼저 세상을 버린 3마리의 병아리를 제외한 이순신에게 거북선 같은 존재인 9마리의 중병아리가 있다.
닭장의 철망을 더 촘촘하고 굵은 것으로 교체하면서 아예 두 겹으로 했다, 금전적 피해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는 뚫리지 않을 정도의 견고함으로 수선을 했다. 강철의 철조망이 필요하다면 수 겹으로 두를 각오로 제작했다. 이왕 하는 김에 마침 학교에서 버리는 자재를 이용해 미적으로 보이게 흰 태를 두른 창문 형식을 만들었다. 또 곧 닥칠 한파를 대비해 앞에 비닐과 천막 천으로 바람막이를 만들어 주었다. 바닥은 띄움으로써 겨울철 땅의 한기도 차단하고 바닥이 습기에 상하는 것도 예방했다. 그리고 바닥에는 합판을 깔고 등겨를 구해 깔아주니 보온과 함께 냄새 제거도 되고 보기에도 좋다.
< 따뜻한 남향을 바라보도록 자리를 잡은 흰색 창문의 멋진 빌라 형 닭집. 첫 페이지의 그림과 비교해보라. >
< 닭집의 조감도 앞뒤에 넓은 풀밭이 있어 뛰놀기에 좋기도 하거니와 펜스가 처져 있어 관리에도 쉽다. 뒤에 소나무가 네 그루 있어 그늘을 만들어 준다. 게다가 차에서 내리면 바로 닭장이니 내 주차 자리가 자동으로 정해졌다. >
< 2015. 11. 11. 약 40일 자란 병아리들. 따뜻할 때만 양지바른 곳에 두어 애지중지 키웠으나 세 마리는 가을밤같이 찬 날,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
< 11월 말에 추위를 견딜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지만 큰 집으로 이사를 시켰다. 다행히 서로가 죽지의 온기를 나누며 잘 자랐다. 2015. 12. 16. 75일 지나 제법 닭 태가 나는 9마리의 사춘기 병아리들이 되었다. 풀어주면 이리저리 땅바닥도 파 헤지고 날개도 퍼덕이며 활발히 논다. 들어갈 때도 살살 문 쪽으로 몰면 알아서 잘 들어간다. >
< 부화 후 다섯 달이 되어 혹시나 해서 산란장에 골프공을 두었더니 2016. 3. 2일 드디어 어느 녀석인지 모르지만 알 낳는 곳임을 알고 알을 예쁘게 낳았다. 그래서 세 마리의 암탉을 위해 산란장을 두 개 만들어 주었더니 하루에 한 개나 두개씩 불규칙하게 알을 낳았다. 그러다가 열흘 정도 지나서부터는 거의 두 개씩 산란을 하더니 한 달이 지나자 마리당 하나씩 낳았다. 나도 드디어 알부자가 되었다 >
닭들의 성징이 드러날 때가 되어 자세히 관찰해보니 암탉은 세 마리인 데 비해 수탉은 여섯 마리나 되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수탉 한 마리에 암탉 열댓 마리가 적합하다고 되어 있었다. 이대로 다 키우면 암탉들은 밤낮으로 짝짓기 하다가 볼일 다 볼듯하여 수탉 다섯 마리를 잡기로 했다. 일단 한 마리를 잡아 늘 닭장을 돌보는 남학생에게 주었더니 시골 외갓집에 가져가 키운단다. 검은 깃털이 멋진 놈을 남길 생각이었는데 그놈이 쉽게 잡혀 결국 잘 안 잡히는 엉뚱한 수탉 두 놈이 남았다.
마침 중학교 교감이 자기 집의 옻나무라고 하면서 옻 가지를 많이 가져와 하루 동안 옻만 곤 물에 수탉 세 마리를 푹 삶았더니 그야말로 대단한 옻닭 요리가 되었다. 학교 식구들을 불러 잔치를 하고 나니 옻을 옮은 사람이 여기저기서 죽는다고 야단이다. 원래 옻은 좀 타야지 약발이 받는 법이다. 옻을 만지고 삶으면서 김도 쐰 나는 아무 일이 없는데 집사람이 옻을 옮아 이틀이나 병원에 다녀야했다.
< 살아남은 자의 기쁨을 만끽하는 다섯 마리의 닭. 여기서 일단 드러난 서열을 이야기 하면 좌측 꽁지가 흰 수탉이 서열 1위 수탉, 맨 오른쪽 꽁지가 검은 수탉과 오른쪽 두 번째 검은 암탉이 서열 3위로 꼴찌, 그리고 가운데 두 마리 암탉이 서열 2위이다 >
닭들의 서열은 그들 집단에 있어 매우 중요하여 위의 사진처럼 먹이를 주워 먹다가도 서열 1위 수탉이 이상한 울음을 울면 다른 닭들은 일체의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웬일인가 했더니 엄청나게 높은 상공에 매 한 마리가 날고 있었다. 즉시 모두 서열 1위 수탉 중심으로 모이더니 안전한 닭장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고양이가 저 멀리 나타나거나 개가 나타나도 같은 행동을 취했다. 서열 1위 수탉은 나름의 책임감으로 집단을 위해 계속 주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통솔력과 지도력을 본다면 요즘 박근혜 대통령을 닭에 비유하는 무지몽매한 국민이 있는데 수탉이 땅을 치며 대로(大怒)할 듯하다.
같은 수탉이어도 서열 3위인 놈은 아무런 특징적 행동을 하지 않고 1위의 지시를 따를 뿐이었다. 심지어 “꼬끼오”하는 수탉 특유의 울음도 1위 수탉만 울 뿐 3위는 울지 않았다. 아마 “꼬끼오”라는 울음은 1위 수탉의 전유물로서 자신이 이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울음소리의 크기로 소리가 들리는 영역까지 알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인지 암탉들도 서열 3위 수탉을 완전히 졸(卒)로 보고 가끔 공격하는 것이었다. 서열 3위 암탉은 2위의 암탉들이 괴롭히지 두 마리 수탉은 암탉 모두에 너그러웠다. 즉 닭들의 사회는 암탉을 철저히 보호하는 매력적 마초 사회인 듯 보였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제일 불쌍한 놈은 서열 3위 수탉이었다.
서열 1위 수탉이 눈에 잘 띄는 큰 먹이를 발견해 꾹꾹거리며 땅을 쪼는 행동을 하면 암탉들이 부리나케 달려와 먹이를 먹으려 할 때 수탉이 ‘이때다 싶다.’ 하면서 암탉의 볏을 깨물고는 등에 올라타 짝짓기를 시도하였다. 이를 사람에 비유하면 마치 남자가 명품가방으로 여자의 호감을 사서 여자로 하여금 자기 집에 잠깐 가서 라면 먹고 가라고 하길 바라는, 즉, 19금 이상의 뭔가를 획책하려는 의도와 유사하다. 그러나 이러한 긴박한 때에 서열이 깨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었다. 그건 서열 1위 수탉이 짝짓기를 시도하려 하면 늘 날아 도망 다니던 서열 꼴찌 수탉이 어디서 그런 근거 없는 용기가 나는지 거의 날아와 두발차기로 암탉 등 위에 있는 서열 1위를 차버리는 것이었다. 심지어 서열 1위가 나가떨어진 그 자리에 자기가 대신 자리해 짝짓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는 엄청나고 긴 응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하긴, 얼마나 짜증나겠는가! 엄숙한 DNA 전달식이 서열 꼴찌 때문에 암탉 등에서 나자빠져 떨어지는 꼬락서니를 연출하는, 우스꽝스럽고 체면 구기는 해프닝이 되고 말았으니… 게다가 오랫동안 선물 공세를 펼친 암탉에게 꼴찌 수탉의 DNA가 전달되는 해괴망측한 꼴을 당했으니… 나는 다 이해한다.
어쨌든 수탉 한 마리에 암탉 열대여섯 마리가 성비(性比)에 적당하다고 하니 한 마리를 제거해야 했다. 별 역할이 없는 서열 꼴찌를 잡으려 했으나 늘 도망 다니던 녀석인지라 포위망을 뚫고 몇 번이나 도망치고 말았다. 포획 실패의 결과는 엄청난 경계심이었기에 녀석은 항상 닭장에서 나올 때도 맨 꼴찌로 나오고 들어갈 때는 일등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마구 고함을 지르며 달아나는 것이 미친놈 같았다. 그에 비하면 서열 1위 수탉은 기름기 번들거리는 볏을 로마 병사의 화려한 투구인양 곧추세우고 (어감이 좋지 않지만 별 뜻은 없다.) 붉은색과 희색이 섞인 꽁지를 우아하게 치켜들고 품위를 지키며 점잖게 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2016. 4. 19. 오늘은 청도 장날이라서 시장 안 닭 파는 집이 문을 열기에 무조건 수탉 한 마리를 잡아야 한다. 학생들과 포위해서 잡다가 보니 도망 잘 다니는 서열 3위는 아예 닭장에서 나올 생각도 않았고 삶에 대한 심오한 각성 없는 암탉들이 닭장 밖으로 나오니 이를 보호하기 위해 책임감으로 나온 우두머리 수탉이 의인(義人)처럼 포획되었다. 여기서 일단 닭 사육의 연구 목적은 급격한 변화를 보여야 했다. 지금까지의 목적은 “건강한 수탉을 이용한 유정란 생산과 자연부화”였는데 이를 “수탉의 서열 연구와 역할 전이 관찰”로 바꾸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란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세상이 항상 정의롭고 순리대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여기서 교훈으로 얻어야 의로운 수탉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서열 1위 수탉은 시장에서 그 반짝거리던 깃들을 짤순이 통에서 벗어버리고 식용화 과정을 거쳐서 옻닭이 되어 붕어찜과 돼지등뼈 김치찜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 집 식탁 위에서 학교 선생님들에 의해 그 짧고도 화려한 삶의 형체를 의연히 지우고 말았다.
< 네 마리의 닭의 서열은 다시 편성되어야 하는데 일단 왼쪽 첫 번째 검은 암탉은 서열 4위, 둘째 작은 암탉은 2위. 세 번째 3위, 오른쪽 끝의 수탉이 1위가 되어야 하는데 수탉이 제 자리를 찾아갈지 모르겠다. 어쨌든 서열 높은 암탉과 어울리고 있으니 기대가 된다. >
4월 20일, 지금까지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던 수탉이 오전에 아주 어색하게 서너 번 울더니 오후에도 서너 번 우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수탉의 꼬끼오하는 울음은 우두머리로서의 행동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짝짓기 행동은 서열 2위 암탉이 공격적 성향을 보이자 실패하고 초라한 뒷모습을 보이며 물러났다. 하지만 차츰 수탉 중심으로 무리가 형성되는 듯 보였다. 나는 이 수탉을 온갖 치(恥)와 굴(屈)과 욕(辱)을 참고 견뎌 드디어 대장군이 된 중국 역사의 ‘한신(韓信)’이라 이름 지었다. 그래서 나와 졸지에 종씨가 되었다. 한신은 계속 암탉들 주위를 맴돌더니 4월 25일, 서열 3위 암탉과 짝짓기 성공했고 이어 5월 3일 드디어 서열 4위마저 누르더니 이제 가장 덩치가 작으면서도 앙칼진 2위만을 도전 과제로 남기게 되었다.
다만 수탉이 아직 어떻게 무리를 리더해야 할지를 몰라 가끔은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 사이에 암탉들을 인도해 차바퀴 아래에서 닭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아주 멀리까지 닭들을 데리고 다녀 주차장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쓸데없이 나에게 적대감이 느끼는지 경계하는 울음소리를 내는데 그러다가 죽는 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 제 2부 :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출발 >
4월 21일 부화기에 넣을 달걀을 가져왔다, 학교 식당 영양사로 있는 제자가 집에서 기르는 오골계와 토종닭, 믹스계(鷄)와 기러기 알 2개 등 여러 가지가 섞인 것 30알과 꼬꼬아줌마 언니 양계장에서 부화용으로 특별 부탁해 가져온 달걀 28개에 우리 닭이 낳은 알을 2개 넣기로 했다. 굳이 우리 달걀을 넣은 목적은 아주 작은 알과 아마 쌍란일 듯한 알을 넣어 결과를 관찰하려는 것이다. 물론 쌍란은 잘 부화가 되지 않는다고도 하나 인터넷 검색 결과, 쌍란에서 두 마리의 병아리가 태어나는 동영상을 본지라 실험 삼아 해 보는 것이다. 물론 생명으로 장난을 치려는 생각은 없고 순수하게 쌍란에서 쌍둥이 병아리가 태어나는 장면을 보고 싶을 뿐이다. 또 작은 알을 넣은 것은 알이 작으면 병아리도 작은지를 보려는 것이다. 기러기는 텔레비전에서 본 적 있는, 진짜 야생 기러기가 아닌 ‘머스코비’(사양오리)라는 남미 종자인 걸로 아는데 이는 달걀보다 10일 더 있어야 부화가 된다고 하니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부화기에 넣었다. 물론 태어나면 바로 내 얼굴을 보여 나를 어미로 인식시킬 생각이다. 이 기러기는 잘 날아다닌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물을 찾아 청도천에 갔다가 돌아 올 귀소본능이 있을지도 부화가 된 후에 생각할 일이다. 물론 못 날도록 날개깃의 일부를 잘라 버리는 방법도 있으니까.
< 서열 2위 암탉은 체구가 작아 달걀도 초란 크기로 작다. 3위 암탉이 중간, 4위는 덩치만 크지 산란기관이 아직 미성숙한지 커다란 쌍란을 낳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쌍란을 늙은 닭이 나을 거로 생각하는데 실제론 반대이다. 알을 낳은 지 얼마 안 된 닭들이 쌍란을 낳는다. 서열 4위는 쌍란을 두 개 낳은 후부터는 제대로 산란 버릇이 들었는지 하루 하나씩 규칙적으로 낳는다. >
5월 13일이 부화 예정일이다. 일단 부화된 병아리를 보름 정도 온도와 습도에 맞게 키울 1차 양육장을 깨끗이 청소하고 온도 조절 장치도 점검하였다. 이번 부화의 핵심 과제는 “닭에게 모정(母情)의 본능이 있는가?”이다. 즉 부화된 병아리를 암탉에게 보여주었을 때 이들을 자신이 포란(抱卵)해 알을 깬 것처럼 보호하고 돌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돌본다면 세 마리 암탉 전부가 돌볼 지 어느 특정한 암탉이 돌볼 지도 살펴볼 일이다. 물론 암탉과 수탉을 키워 유정란을 낳도록 했을 때는 자연 포란을 생각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암탉들은 알만 낳을 뿐 달걀을 10개 정도 모아 두어도 그냥 나와 버렸다. 그래서 암탉이 알을 품어 병아리를 까고 그들을 데리고 다니며 보호하는 다정한 모습은 나의 상상일 따름이었다.
< 2층으로 된 부화기에서 알을 깬 놈들은 스스로 힘으로 바닥까지 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진 놈은 모양 빠지게 사지를 널브러뜨리고 파각의 피로로 꼼짝하지 않고 쉰다. 이때 유리문을 두드려 자주 깨워 주어야 한단다. 아마 남극 같이 추운 곳을 탐험할 때 추위에 잠들면 죽는다는 것과 같다고 할까. 일단 털을 말린 후 좀 지나면 삐약삐약 울기도 하고 이리저리 다니며 다른 놈을 쪼아 보기도 한다. 1차 양육장으로 옮기기 위해 바구니에 담는데 바닥에 떨어져 털을 다 말린 다른 놈이 궁금한지 고개를 내밀어 보고 있다. 1차 양육장에서 한 달 정도 기른 후 일차 분양을 할 계획이다. >
5월 12일 오전에 벌써 대여섯 마리의 병아리들이 세상을 향해 껍데기를 깨기 시작했다. 달걀 껍데기를 자기가 깨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면 달걀 부침이 된다는 말장난도 있거니와 실제로 파각을 사람이 도와주면 좋지 않다고 한다. 힘이 들어도 살아가기 더 힘든 세상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죽을힘을 다해야만 한다. 어떤 병아리는 파각하다가 그만 지쳐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죽을힘을 다해 태어나야 할 만큼 이 세상은 아름답고 값어치 있는 곳일까? 인간이 문명화할수록 오히려 불행해지는 것 같으니 우린 불행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순된 존재인 것 같다. 겨우 태어나 세상을 처음 보는 병아리를 앞에 두고 이런 염세적 발언을 하는 것은 앞으로 이 병아리들의 삶이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 1차 양육장. 한옥의 문틀 형식으로 상당히 예술성이 있으며, 자동 온도 조절 장치가 있어 주령별 온도 맞추기에 수월하다. 병아리가 바깥 온도에 적응할 때까지 한 달 정도 머물 곳이기에 청소나 습도, 냄새 등 제법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
< 병아리 주령(週齡) 별 온도 >
주령 : 1 2 3 4 5 6주
온도 : 36-33 32-29 28-26 25-23 21 이상 20-18
습도 : 70 60 60이하
12일 오후까지 6마리가 병아리로 태어나 털을 말리기 시작했다. 오골계 같은 놈도 한 마리 있었다. 그리고는 4마리가 퇴근 전까지 태어나 출생 시의 피곤함을 못 이겨 바닥에 축 처져 있다가 유리문을 똑똑 두드리니 다시 눈을 떠 고개를 들고 삐약 소리를 냈다. 일단 먼저 태어나 털을 말린 6마리는 1차 양육장으로 보냈다. 13일 아침 일찍 출근해 들여다보니 열대여섯 마리가 오골거리며, 삐약거리며, 서로 밀치며, 여기저기 쪼아보며 태어나 할 수 있는 여러 모습을 각각의 병아리들이 해보고 있었다. 아직도 파각을 하다가 그만 지쳤는지 알에서 깨지 못한 놈들이 있어 털이 달걀 껍데기에 말라붙기 전에 섬세한 손으로 4마리의 달걀 껍데기 제거하고 둥글게 뭉쳐있던 사지(四肢)를 펴 주었는데 껍데기가 눈알에 붙어 일목계(一目鷄)가 된 한 녀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상태가 좋다.
< 1차 양육장 안의 모습. 오리 알 2개, 그리고 부화 중 생명 발생과정을 보기 위해 실험용으로 깨뜨린 6개를 제외하면, 52개 중 24마리가 깨어났다. 부화율이 46%. >
이번 부화의 특기 사항은 달걀 공급처별 부화율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서상희 선생이 가져온 양계장 유정란이 가장 부화율이 높고 그다음은 급식소 제자가 가져온 것, 그리고 내가 키운 암탉의 알 가운데, 크기가 작은 알 2개와 일반 크기 알 2개와 쌍란은 부화에 실패한 점이다. 푸른 잔디밭을 제공해 운동도 시켜주고 우유에 지렁이에 게다가 성비까지 고려해준 4마리의 닭은 배은망덕하게도 이번 부화에 있어 제구실을 도무지 하지 못했다. 이 책임은 당연히 수탉 한신이 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게다가 이놈이 자꾸 차들이 주차해 있는 주차장으로 암탉들을 이끄는 바람에 주차하려다가 아스팔트 위를 다니는 네 마리의 닭들을 본 선생님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날을 잡아야겠다.
며칠 전 청도 읍장을 지낸 진상기라는 사람을 만나 닭 이야기를 했더니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워낙 허랑한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이라 그리 신빙성은 없지만 그래도 예로부터 늙은이의 말은 경험에서 나온 말이라 듣기로 했다. 그건 한 집의 닭들을 오래 키우다 보면 근친상간으로 닭들이 선천적, 태생적으로 약해져 질병에 쉽게 걸리고 기형도 태어나는 등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탉은 몽땅 잡아먹고 장에 가서 튼튼한 수탉을 한 마리 사서 새로운 족보를 형성해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짝짓기를 하려다가 눈이 마주친 순간, “엇! 이모.” 내지는. “오빠, 가족끼리 왜 그래욧!” 하는 등 불상사가 많이 생겨 짝짓기를 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신이 놈이 짝짓기하려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눈에 많이 띄었다. 이것 역시 한신이를 제거해야 하는 또 다른 합리적 근거가 아닌가. 날을 반드시 잡아야겠다.
< 시원한 소나무 그늘 아래 암탉 두 마리가 모래 목욕을 하고 있다. 이런 그윽한 환경을 제공했음에도 한신이란 놈은 눈앞의 미녀들을 호시탐탐하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
< 24마리 중 한 마리는 병아리로 살아본 이 세상 더러워 못 살겠다며 나흘 만에 저세상으로 가고, 양호선생님의 초등학교 자녀가 병아리를 키워보고 싶다고 해서 두 마리를 분양하고 나니 스물한 마리가 남았다. 원래 있던 2차 사육장이 좁아 청소 도구함 큰 것을 분해해 멋진 사육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중학교 교감이 병아리 키울 닭장을 만들었다기에 여덟 마리를 분양하고(21-8=13) 고등학교 교감도 시골집에 닭장이 있다기에 여섯 마리를 분양했더니(13-6=7) 양호선생이 병아리가 커 더 이상 아파트에 키우지 못하겠다며 두 마리를 다시 가져오는 바람에(7+2=9) 최종 아홉 마리가 남았다. >
< 나와 인연을 맺은 아홉 마리의 닭. 대부분 암탉인데 검은 놈만 수탉이라 볏이 크다. 맨 왼쪽 놈은 태어날 때 잘못되어 일목계가 된 놈이다. 일반적으로 케이지에 흰 닭을 키우면 지저분해서 볼 품 없으나 방사하면 아주 우아한 자태의 기품 있는 닭이 되는 것이다. >
6월 3일부터 검은 암탉의 행동이 수상하더니 드디어 달걀 품기에 들어갔다. 대략 생각해 보니 알은 여섯 개 정도일 듯하다. 서열 1위 암탉이 괜히 자기도 품어 보려고 해서 어떤 때는 부화 통에 두 마리가 같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1위 암탉이 알을 품는 동안 검은 놈은 아무것도 없는 부화 통에 앉아 비켜주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아마 23일이나 24일 정도에 병아리가 태어날듯한데 아비인 한신은 그때까지 살려 두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한다. 태어나자마자 아비 없는 유복자(遺腹子)로 세상에 던져진 신세임을 병아리가 안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니겠는가. 절체절명의 순간, 한신은 3주간이나마 목숨을 잇게 되었는데 만약 이번 자연 부화에 실패해 녀석이 무정자증 내지 발기불능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하늘이 두 쪽 나도 잡아먹고 말겠다. 그리고 뼈로는 “박제가 된 수탉을 아시오”로 만들고 말겠다.
6월 17일 옆 부화 통에 서열 2위 암탉이 알 하나를 낳자 서열 1위 암탉이 드디어 자기의 일터를 찾았다는 듯 알 하나를 품기 시작했다. 마침 집에 그동안 낳아둔 알이 네 개가 있어 함께 넣어 주었다. 그러면서 마침 검은 닭이 먹이를 먹으러 나간 틈을 타 알을 세어보니 자그마치 16개나 되었다. 알을 품는 동안 다른 닭이 계속 알을 낳아 자! 이것도 한번 품어 보시라고 권했는지 생각보다 열 개나 많았지만 늦게 낳은 알이라는 표시가 없으니 그냥 둘 수밖에 다른 도리는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보니 서열 1위 암탉도 알이 하나 더 많아져 여섯 개를 품고 있었다. 알을 낳는 녀석은 서열 2위 밖에 없으니 이 몹쓸 년이 자기 알을 여기저기 마구 처지르는 것 같았다.
6월 24일 아침 부화장을 들여다보니 깨어진 달걀 껍데기가 보였다. 아! 드디어 자연 부화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따르는 여러 문제점이 있었으니 첫째, 세 세대가 한집에 살아야 하므로 서열관계가 문제가 될 듯하고 몇 마리 부화가 될지 모르지만 열세 마리에 알파이므로 공간이 또한 부족할 듯하다. 먹이도 세 종류가 되어야 함이 정상인데 어떤 놈이 무얼 먹는지 어찌 안단 말인가? 어쨌든 축하할 일임에 틀림이 없으나 25일, 26일은 낚시회에서 임하댐에 출조 계획이 있어 월요일이나 되어야 결과를 알 것 같다.
6월 27일 출근을 하니 몇몇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닭장 앞에서 열심히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도 덩달아 보았더니 닭장 안에 조그마한 병아리 세 마리와 검은 암탉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부화통을 열어 보니 병아리 한 마리가 죽어 미라처럼 말라 있어 꺼내 묻어주었다. 서열 2위 노란 암탉이 자기 품던 알은 버리고 검은 닭이 품던 알을 대신 품고 있다가 쉰다고 나와서는 두 암탉이 머리가 터지도록 싸우기 시작했다. 아마 양육권에 대한 다툼인 것 같았다. 내 비록 솔로몬보다 지혜로우나 이 싸움은 해결할 방도가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는 신(神)의 영역이니 신이 그들에게 준 본능으로 알아서 하도록 두는 수밖에. 이래서 내가 솔로몬보다 지혜롭다는 것이다.
< 병아리가 다섯 마리 보인다. 병아리 각자의 선택에 따라 그때그때 엄마가 바뀐다. 그러나 검은 암탉의 서열은 분명히 노란 암탉과 바뀌었다. >
사흘간의 조정 기간을 거친 6월 29일경에 병아리는 다섯 마리가 되었다. 두 마리의 암탉은 신이 그들에게 부여한 본능으로 둘 중 한 놈은 병아리를 돌보고 한 놈은 달걀을 품는, 공동육아 방식을 선택하는 현명함을 보였다. 그러나 한 가지 엄청난 변화가 있었으니 그건 서열 1위의 노란 암탉이 서열 꼴찌였던 검은 닭에게 쪼이고 도망 다닌다는 사실이다. 어머니의 힘이라 할까? 물불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공격하는 통에 어느 누구도 당할 길이 없다. 두 암탉이 싸우면 수탉인 한신이란 놈은 멀리 있다가도 헐레벌떡 뛰어와 조정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으며 병아리를 밟지 않으려 조심하는 아버지로서의 모습도 가끔 눈에 띄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지금까지의 계획이 바뀔 리는 없다.
사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짝짓기를 가장 열심히 한 암탉은 지금도 한신이와 열애 중이라 데이트와 모텔에만 관심이 있고 알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서열 2위의 암탉이고 그다음이 가끔 거의 강압적 무력에 몸을 허락한 서열 1위의 노란 닭이며, 실제 서열 3위의 검은 암탉은 내가 짝짓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낳은 정 기른 정이라는 케케묵은 고전적 드라마를 이들은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낳은 정보다 품은 정이 앞선다는 것을 달걀과 병아리와 암탉의 관계에서 알 수 있었다.
이 이야기가 물론 네버 엔딩 스토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대강 정리할 시기가 온 듯하다. 6월 30일 부화하지 못하고 남은 알들이 있건마는 암탉들은 더는 알을 품지 않았다. 그건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른다. 다만 검은 암탉이 알을 품기 시작할 때 알이 여섯 개이며 그중 한 마리는 부화 후 죽고 다섯 마리가 깨어났으니 처음 목표는 달성한 것이다. 분명 몇 개는 살아 있을 것이지만 부화하지 못한 열한 개의 알을 묻으려다가 문득 자기 집에 키우는 개를 잡아먹자는 착한 선생이 있어 그 개에게 달걀을 먹이라고 주었다. 자연은 재생(再生)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이번 닭 키우기의 목표가 아직 끝이 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다만 다섯 마리 병아리를 자연 부화로 얻었다는 것에 만족할 따름이다. 물론 한신이는 여름방학 중 교육용으로 자신의 육신을 기꺼이 기증할 눈치다. < 끝 >
덧붙임 : 원예사육 동아리 회장이었던 고3의 김명진군이 닭을 기르고 고추를 재배한 여러 활동을 바탕으로 생활기록부를 작성한 결과, 2017학년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 입학하였다. 물론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닭을 키우는 것이 동아리 활동란을 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농대를 지망한 학생이었기에 원예사육부가 인생 업그레이드에 도움을 준 것이다. 닭 길러 무얼 하느냐구? 학생을 서울대 농대에 넣는다. 힝!
첫댓글 과학적인 사육, 세밀한 관찰, 자상한 돌봄등 수고가 많소. 교육자의 길은 고난의 길이 아니겠소.그때 먹은 옻닭이그 닭이었소 늦었지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육작목반 활동을 계속하시길....술에는 안주가 있어야하니까.
잘 키우세요. 한번씩 들여다 보는 것으로도 즐겁습니다. 여러마리 닭무리 속에서 몇마리 잡아먹어도 잡히는 그 순간만 잠시 놀랄뿐 돌아서는 바로 잊어버리는 닭 대가리기이기에 인간처럼 살아남은자의 트라우마는 못느낍니다. 쉽게 잊는 것도 행복일수도 있겠지요. 수능 앞두고 쇠주잔을 기울일 날을 기다리며..........
선생님 교정에 닭들이 노니는 거 보러 가겠습니다. 그리고...양계가 교육의 마지막 활용도 사용되는 시점에서 저도 불러주심 감사하겠습니다. 함께 꼭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