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가 나의 이름을 너에게 알려준다면, 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남자가 부서진 상자를 다시 봉합하는 마법을 사용하며, 물었다. 상자가 다 모아지자, 다시금 그것을 손에서 굴리면서, 더욱 강하게 말했다.
"저를 어디로 데려가시는지 말해주시고, 당신이 이름을 밝힌다면, 그 곳이 위험하지 않은 곳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핀스틴 마법학교를 포기하고서라도 들어가겠어요. 다만.."
"다만...?"
"궁금한 점을 모두 풀어주세요. 이 곳에 처음와서 본 여자 분은 누구이신지. 그리고 당신은 누구인지를... 그리고 여긴 얼마나 좋은 곳이며, 위험하지 않은지를.. 전부 다요."
멜리아는 진심을 다해 말하고 있었다. 어두운 분위기 탓에 그녀의 손등에 땀이 젖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손등을 잠시 문지른 후, 다시 남자에게로 눈을 돌렸다.
남자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흠. 그래. 네가 나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거다. 하지만 얘야. 모른 척해주면 안되겠니. 사실 나는 이 나라 안에서 금지된 여러 어둠의 마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온 죄목으로 현재 근신 중이다. 물론 악의는 없었던 건 맞지만. 나라에선 그래도 날 아즈카반같은 그 끔찍한 감옥 안으로 보내려한다는구나. 용케 아직 잡히지 않고 있지. 그래 내 이름을 말해주마. 내 이름은 데니스 플로렐이다. 퇴마학교에서 어둠의마법과 그 방어법을 가르치고, 또한, 이 학교 학생들의 안전, 규율을 담당하고 있다. 1년전, 너를 찾아왔던 핀스틴 마법학교의 그 교수와는 안면이 꽤 깊지. 그래. 또 궁금해하던 것이 뭐였지?"
"여기 처음 와서 본 여자 분이요."
"아. 아. 그래 그래. 그녀.. 사실 그녀는 이 학교의 교수는 아니란다. 몰라도 되는 사람이야. 단지, 방문객에 지나지 않은 사람이었거든. 그럼 이제 모든 궁금증이 풀린거니. 이 곳이 안전한 곳이고, 절대 위험하지 않은 곳이라는 걸 이해했니? 이해했다면 내일 아침 11시까지 모든 짐을 챙겨 학교 정문으로 오거라."
"네? 그럼 제가 여기 퇴마학교에 입학하게 된다는 말씀이세요?"
"그래. 나는 널 매우 가르치고 싶구나. 이렇게 입학식 전부터 내가 궁금하여 찾아온 여학생을 그냥 보내줄리가 만무하지 않느냐. 그리고 넌 상당히 재능있는 마녀가 될 재목을 갖추고 있어. 절대 날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단 말이지."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볼게요."
"꼭 왔으면 좋겠다. 네가.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잘 지도할테니."
그렇게 퇴마학교를 빠져 나왔지만 멜리아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해져갔다. 데니스 플로렐 그 사람이 현재 수배 중이면서 퇴마학교의 교수진의 일원이라니. 말이 되지 않았다. 이 학교의 교장은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를 채용했단 말인가. 하. 멜리아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이미 늦어버렸어. 차라리 여기서 마법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어. 하지만.. '
하지만... 을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는 1년 동안 떨어져지냈던 가족들 때문이었다. 어느 12살 소녀가 1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있었는데. 이런 감정이 안 들겠느냐마는 그동안 그녀의 사촌이 잘 보살펴준 덕에 그동안 잘 버텨온 것이었다. 그녀의 사촌은 마법사는 아니지만 마법사 부모님을 두고 있기는 했다. 일명. 스큅(마법사 가족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마법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런 출신이어서인지 사촌오빠는 그녀를 잘 챙겨주었다. 마법책 사는 것도 도와주었을 뿐 아니라 필요한 모든 것을 구매해주기도 했다. 그래도 가족들 생각이 안 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그 가족들을 7년동안 더 못 본다고 생각하니 더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는 거였다.
"오빠, 오빠는 내가 여기서 계속 지내며, 학교도 여기서 다녔으면 좋겠어?"
"그럼. 사실 지난 1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잖아. 어쨋든 이건 너의 일이라고 생각해. 퇴마학교 교수 중 하나가 현재 수배 중이라고는 해도 좋은 사람이라도 듣긴 했어. 그에게 교육 받는 건 너로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
"그럼 짐 싸는 것도 좀 도와줘. 내일 당장 출발이야. 내일이면 어두운 분위기에 익숙해져야 할 시간인데.. 여전히 내 마음을 밝은 쪽을 선호하는 것 같네."
"어두움 안에서 밝음을 찾는 것 만큼 어려운 건 없어. 그걸 네가 해낼거라 난 믿어. 게다가 넌 아직 모르는 것이 참 많잖아. 그 학교에 대해서."
"그럴까?"
"당연한 말을! 지금까지 밝혀진 게 다가 아니야. 네가 11살 때 꿈에 나타났다던 저승사자가 한 말 잘 기억하며, 그리고 내가 수차례 강조했던 말들. 꼭 명심하며, 학교 잘 다니도록 해. 내일 출발이잖아. 오늘은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 게. 잘자."
멜리아는 내일 입학할 퇴마학교에 대한 생각을 마음에 두고 잠이 들었다.
첫댓글 속편을 제작하려 원고를 쓸 때마다 등장인물들이 무자비하게 죽어나가는 경향이 심해서 9화는 다음 주자가 작성해주셨으면 합니다. 검열을 하는 대로 원고들을 자유 게시판에 투고할 예정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