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설경이 아름다운 산이지만 오늘은 좋은 시야로 끝없이 펼쳐진 산들의 파노라마에 놀랍고 경외롭기까지 하다. 지리의 천왕봉과 주능선을 선명하게 두 눈에 담은 날이다. 역시 큰산이 좋긴 좋아!
산악회버스에 몸을 싣고 거창으로 달려내려와 11시부터 영각사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초반엔 유순한 산길이 한동안 된비알로 치고 오른다. 1500m 넘는 고산이니 한동안 숨을 헐떡이며 올라야 한다.
한동안의 된비알은 계단을 만나며 더욱 가파라지기는 하지만 계단은 대개 산정이 가까와졌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그렇게 남덕유의 하봉, 중봉을 거쳐 남덕유산 정상을 마주한다.
그리곤 향적봉 향하는 덕유 주능선을 잠깐 걷다가 이내 왼편의 일명 장수덕유산이라는 서봉으로 향한다. 북사면 응달지역이라 제법 눈이 많다. 미끌미끌 체인아이젠에 미끌리며 아예 앉아서 미끄럼타고 가기도 하며 마지막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서면 서봉의 헬기장이고 일망무제 오늘 전망대중 최고이다.
이내 헬기장옆의 서봉 정상석을 알현하고 이제부턴 하산길이다. 오른쪽으로 돌아드는 길과 평지는 눈이 덜 녹아내려 편안한 눈길이고 왼편으로 돌아드는 길과 비탈길은 눈이 다 녹아내려 진흙탕길이다. 미끌리면 진흙범벅일듯 하니 조심조심 그렇게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