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너무나 흔했던 나의
나는 대한민국의 한 고등학생이다. 이곳,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저마다의 각기 다른 고민을 지니고 있다. 그중 모든 학생들이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있다. 바로 '진로 고민'. 누군가에겐 자신의 적성에 맞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생계 또는 성공을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대한민국에 사는 학생답게 아주 흔해 빠진, 하지만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진로 고민으로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해왔고 허비하는 중이다. 현재 19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이런 나의 진로에 대한 고민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중학교 1학년,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어내지 못한 때의 나는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 그저 노는 시간도 부족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에 바쁜 아주 흔한 그런 어린아이였다.
중학교 2학년, 드디어 나에게 꿈이 생겼다. 그 직업이라면 분명 나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하며 왜인지 모를 뿌듯함 속에서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친구들 사이에서 비교적 확고한 진로를 가진 나를 대견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어린 때의 나에게 미래의 내가 갖게 될 직업은 아주 먼 미래라 여겨졌기에 이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진로에 관해서는 마음껏 여유로웠다. 다시 말해 무책임했다. 이렇게 몸과 생각 모두 어렸던 나는 알 수 없는 여유로움 속에 갇혀 중학생 생활을 이어갔다.
17살, 구례고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3학년에서 다시 1학년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불안감에 갇힐 틈새 없이 즐거웠다. 그러나 곧바로 성적이라는 현실에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모든 것이 여유로웠던 나와 다르게 진로에 간절함과 확신을 가진 친구들은 그에 맞는 노력을 보였고 그 사이에서의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현실의 벽에 부딪혔고 그로 인해 나의 진로가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진로는 내가 원해서가 아닌 내가 노력하지 않았기에 선택된 것이라 그런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애정도 가지 않았기에 여러 직업들 속에서 갈팡질팡하며 나름의 노력과 함께 17살을 보냈다.
18살, 고2가 된 나는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 직업을 안고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학교생활은 점점 더 재밌어졌고 성적은 그와 반비례했다. 하지만 내 진로는 좀 이름있는 대학이 아니어도 누구나 갈 수 있고 그곳에서 노력한다면 누구나 될 수 있는 그런 진로였기에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고, 학창 시절에 행복한 추억을 가득 남기자는 마음가짐으로 정말 많은 추억을 남겼다. 이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여유롭진 않지만 알 수 없는 자신감 속에 갇혀 18살을 보냈다.
19살, 벌써 고3이 되었다. 19살이 되어서야 확신에 찬 진로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확신을 가지게 되기까지 수많은 착오와 깨달음, 절망이 뒤따랐다. 조금씩 현실을 직시하며 절망감에 빠졌던 지난날의 내가 안쓰러웠지만 그 절망에 잡아먹히지 않는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학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비교적 안전했지만 앞으로는 아주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수많은 고난과 역경에 처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들 속에서 행복과 웃음을 잃지 않길 바라는 19살을 보내고 있다.
모두들 절망과 실패의 연속에 빠지더라도 그 속에 잡아먹히지는 않기를••• 또한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살아갈 수 있길 바라며 나의 부끄럽지만 흔히 누구나 겪었기에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나의 비망록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