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함, 순간은 달콤하나 결과는 비참하다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보며
나는 또 한 번 후회했다.
고등학교 3학년 , 열아홉, 어느 순간 나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나에겐 먼 미래같이 느껴졌던 시기에 놓여져 있었다.
어느덧 내가 10대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어색함과 설레임이 동시에 흘렀던 공기가,
그 때가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말이다. 분명 고3 이라면 고2 때까지와는 다르게 이젠 정신차리고 바쁘게 달려야 할 때인데 나 혼자만 고3이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레이스를 질주하고 있는데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기분이었다.
커지는 불안감을 애써 무시한 채 하루하루 낙천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심각성을 알고 있음에도 문제를 직면하려 하지 않고 회피하는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입시상담을 하며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의 성적과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의 등급을 확인했고 지금까지 회피해왔던 현실이 성큼 내 앞으로 다가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명확한 진로가 있었음에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음에도 노력하지 않은 내가 원망스러웠다. ' 조금만 더 부지런했더라면 , 남들 하는 만큼이라도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들어왔다. 성실하게만 했으면 지금처럼 비참한 결과를 마주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 이 결과의 원인은 나태함이었다. 그래, 나태함 바로 그 나태함 떄문이었다.
목표를 위해서 노력하기 보다는 쾌락에 눈이 멀어 그저 지금 당장 편하고 즐거운 길을 선택해왔다. "나태함이란 순간은 달콤하나 결과는 비참하다" 라는 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실천으로 옮기는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게으름과 그에 따른 결과에 후회하는 일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잡아 나를 붙잡고 있었다. 아니, 내가 그 습관들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내일부터" 라는 문장을 입에 달고 살며 시험이 다가 왔을땐 항상 급박하게 벼락치기를 하며 다음 시험을 기약했다. 다음 시험도 마찬가지였다. 다짐의 연속, 그리고 나태함으로 인한 후회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때마다 자책하고 자기혐오에 휩싸였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게 되었다.
나는 내가 살아온 19년이라는 세월을 되돌아 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어렸을 적 운동부를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건 세월이 흘러도 잊지 못할 내 안에 깊이 심어져 있는 기억이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나태함이란 꽤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던 지독한 습관이다. 나는 남들보다 늦게 운동을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배로 노력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남들은 간절함을 담아서 활시위를 당길 때 나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무의미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그런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런 나보다 운동을 더 늦게 시작한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실력의 차이가 나와 크게 벌어져 있었다.화살이 향하는 곳의 색이 나와는 달라져 있었다. 그 친구는 나태한 나와 다르게 남들보다 두배, 세배 열심히 노력하였기 때문이었다. 노력의 차이, 성실함의 차이가 격차의 원인이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훈련할 때의 시간의 농도가 달랐기에, 나의 화살 한 발과 그 친구의 화살 한 발의 가치가 달랐기에.
"무언가를 할 때 한 번 미친듯이 노력해봐라 " 라는 코치님의 말씀은 나에게 변화를 줄 수는 없었다. 열심히 해야한단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도저히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무언가에 빠져서 최선을 다 하려면 성실해야 하고 나태하지 않아야 하는데 나에게 그건 너무 어려웠다. 당연히 운동 성적은 좋지 않았고 운동을 그만두었다.운동은 재능이 없어서 해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운동을 할 때 나태한 그 마인드가 어디 갈리 없었고 결과는 뻔했다. 어떤 분야의 일을 하든 마찬가지다. 내가 변화하지 않으면 결과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태함, 나태함은 블랙홀 같은 존재이다. 일을 미루고 미루면서 자책하게 되고 자기 혐오는 점점 심화된다. 나 자신을 속이고, 회피하고 자기합리화 하게 한다. 나태함은 나를 멈추게 만든다.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태함은 습관으로 자리잡아 블랙홀처럼 어둠 속으로 끌어당겨 무기력하게 만들고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빠져나오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쳐야 한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벗어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그리고 죽기 전가지도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살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지독한 습관으로 자리잡은 나태함을 한 순간에 바로 떨쳐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극복하는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란걸안다. 하지만 나는 꼭 해낼 것이다.
어려운 일에 닥치면 끝까지 부딪쳐서 이겨내려고 하기보단 어떻게든 회피하고 숨으려고만 했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나태하게 살아왔다. 이젠 그러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태함을 극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태함서 벗어나서 계속 성찰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반복하며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한 번 절실히 매달려 보고 싶다. 후회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치열해져보고 싶다.
앞으로 6개월,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향해 달릴것이다.
물론 입시가 끝나도 내 인생에서 넘어야 할 산이 무수히 많겠지만 그떄마다 지금의 다짐을 잊지않고 달려나갈 것이다.
무언가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삶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고 싶다.
나는 또 한 번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