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에 대한 변증 〔五倫辨〕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에서 부자(父子)ㆍ군신(君臣)ㆍ부부(夫婦)ㆍ장유(長幼)ㆍ붕우(朋友)는 사물을 이른 것이고, 친(親)ㆍ의(義)ㆍ별(別)ㆍ서(序)ㆍ신(信)은 법칙을 이른 것이다.
만물은 형이하(形而下)의 기(器)이고, 법칙은 형이상(形而上)의 도(道)이다. 오품(五品)은 만물을 위주로 해서 말한 것이고, 오전(五典)은 도를 위주로 해서 말한 것이다. 오륜(五倫)은 사람을 가지고 말한 것으로 차례가 있어서 도가 그 가운데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고, 오교(五敎)는 임금과 스승을 가지고 말한 것으로 도리가 있어서 인륜이 그 가운데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다섯 가지 유(有)는 ‘사물이 있으면 법이 있다’고 할 때의 유이니, 그것은 고유(固有)하다고 할 때의 유이고, 내가 공부에 힘써서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살피건대, 오교 가운데에 친ㆍ의ㆍ별ㆍ서ㆍ신 다섯 가지의 도가 각각 소중한 것으로 오품의 가운데에 따로 귀속되어 있어서 서로 통하지 않는 듯하지만, 다섯 가지의 이치는 본래 모두 하나의 인륜 가운데 갖추어져 있다. 예를 들어 부자 사이에는 친ㆍ의ㆍ별ㆍ서ㆍ신이 모두 갖추어져 있고, 임금과 신하 사이에도 친ㆍ의ㆍ별ㆍ서ㆍ신이 갖추어져 있다. 그 나머지도 다 그러하니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五倫辨
父子有親。君臣有義。夫婦有別。長幼有序。朋友有信。蓋父子君臣夫婦長幼朋友。所謂物也。親義別序信。所謂則也。物卽形而下之器也。則卽形而上之道也。五品。主物而言之。五典。主道而言之。五倫。自人而言。明其有倫序而道在其中。五敎。自君師而言。敎其有道理而倫在其中也。五有卽所謂有物有則之有。言其固有之有。非我做工夫而有之也。按五敎之中。親義別序信五者之道。雖各以所重者。分屬五品之中。而似不相通。然五者之理。本皆具於一倫之中。如父子之間。盡具親義別序信。如君臣之
間。亦具親義別序信。其餘皆然。不可不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