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 어머님 이야기가 새삼 홀연히~~ 자주 떠오르며 나에게 상기시켜 주신다.
"나이 육십이 넘으면 스스로 몸에게 물어봐야 한단다. 그 나이가 들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당할 수 있겠니?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젠 어머니께서 일러 주신 나이보다 십 년 이상 훌쩍 지났으니 더더욱 자주 질문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질문을 잊고 행동부터 하는 것이 다반사다. 자신의 몸을 놓고 실험물로 삼는 것처럼 위험한 일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이 살을 먹다 보면 은연중에 자꾸 자신을 실험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체중이 늘어도 행동에 제약이 따르지 않았지만 이제는 체중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스스로 느낄 적이 많다. 여러 날 앎은 후 털고 일어서면 그 사이 다리 근육이 많이 소실된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체중 중심이 허물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60대 초반 때였다. 이때부터 하체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하여 헬스장 출입을 하며 각별하게 운동을 하였었다. 2년 이상을 지속하며 성과는 있었지만 실내에서 하는 운동이라 공기 청정기를 설치했어도 창 너머로 햇빛이 들면 떠돌아다니는 먼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용자들 중 몰상식한 행동으로 운동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일을 자주 목격하게 되어 아무리 관리자를 통해 시정을 요구하여도 개선되지 않아 본인들과 다 툰 후 실내 운동을 청산하고 자연으로 나와 버렸다. 그리고 하루 8-10km 걷기 운동을 시작하였다.
평소에도 등산으로 단련시킨 몸이라 적응속도도 빨랐다. 그리고 인내심은 바로 극복이 뒤따라 주어야 가능한 일인데, 극복심이 없으면 등산을 통해 정상에 오를 수 없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걷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것처럼 매 순간 극복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정상에 서게 되는 것이다.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들은 생명 보존을 위하여 부단하게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을 멈추고 방치하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것은 바로 퇴화다. 방치의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퇴화의 속도는 빨라지게 된다. 퇴화의 과정은 연식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따르는 것이지만 건강한 퇴화의 과정과 병들어 가는 퇴화의 성격은 천지차이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자연적 퇴화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노년의 생활이다. 근육이 줄면 모든 문제의 근간이 된다. 직립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것은 건강하게 걷는 일이다. 모든 구조가 걷기에 합당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걷기를 멈춘다는 것은 완전한 퇴화를 일시적으로 불러와 황폐화시켜 버리게 된다. 자연 속에서 한 걸음 한걸음 걷는 일은 정신과 육체를 맑은 건강으로 이끌어 주며 삶의 최종착까지 완만한 균형으로 자신을 이끌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들은 아무런 수고 없이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한 달 이상 아픔의 고통 속에서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 일은 바로 걷는 일이었다. 증상이 호전되어 산을 찾았었다. 얼마나 힘들던지 약 2km 이어진 오름길 생지옥처럼 느껴졌다. 그런 길을 올랐던 기억을 내 몸은 잊어버린 결과다. 거의 평지 수준인 트레킹 코스는 그런 부담이 없지만 산 비탈길은 그만한 강도의 걸음이 뒤받침 되어야 고통이 따르지 않는 것이다. 마음과 체력이 일치를 이루며 현재를 동시에 받아들여야 가파른 길도 수평적 사고로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걸음의 반복은 극복의 수준을 높여 준다. 오랜 지기와 산을 다녀온 후 실험적으로 단독으로 다시 올라보았다. 긴장의 강도는 동행인이 있는 것보다 강 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약점은 두려움과 일맥상통하게 된다. 그러나 홀가분하다는 바람이 지닌 명제는 순수하게 나의 것으로 다가오는 기쁨이 있었다. 역시 반복의 효과는 개선을 약속하고 있었다. 보폭, 걸린 시간 등등 한결 수월하게 다가왔다. 인간의 생명력은 반복 앞에서 풍요로운 것을 동시에 깨닫게 되는 것이다. 행위 후 기쁨이라 느껴지면 반복에 대한 욕구가 인간의 생리라는 잊었던 마음이 나에게 돌아와 준 것이다. 나의 정신과 마음과 육체는 나의 모든 것들을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다. 이 기억을 늘 생동감 있게 정비해 놓으면 즉각 반응하지만 오랜 세월 묵혀 두면 훼손되고 황폐해져 되살리려면 많은 시간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에 반해 반복을 설정해 놓으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될성싶다. 방치하여 스스로 꺾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꾸준히 관리하여 퇴화의 질을 높일 것인가 하는 것은 자신이 선택할 일이다. 자연 속을 걷는 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노년의 행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