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자부터 버핏, 저커버그까지…가상화폐 '말말말'
이선목 기자
입력 : 2018.01.16 09:58 | 수정 : 2018.01.16 14:04
‘비트코인 광풍’이 몰아친 지난 1년간 가상화폐 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시장의 열기는 2018년이 시작된 지금도 식을줄 모르는 분위기다.
그러나 가상화폐 시장이 전진만 한 것은 아니다. 극심한 가격 변동성, 과열된 투기 양상과 함께 가상화폐가 테러 자금, 자금세탁 등 각종 범죄에 활용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우려한 세계 각국의 금융 당국은 최근 강력한 가상화폐 시장 규제안을 내놨고, 규제 방법과 강도를 둘러싼 논란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어떤 이들은 가상화폐의 투기적 성격과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우려하고, 강력한 규제를 촉구했다. 반면, 가상화폐에 활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중앙은행에 집중된 권력의 탈중앙화를 반기는 이들도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가상화폐 가상 주화/블룸버그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데니스 가트먼,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등 대부분이 가상화폐의 투기성을 우려하며 나쁜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가상화폐에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낸 사람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 등이다.
입장을 바꾼 사람들도 있다. 바트 칠튼 전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과거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을 후회한다며 가상화폐 투자에 나섰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반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은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섰다. 비트코인 열풍은 분명 투기적이지만, 본질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했다가 두달 뒤인 지난해 11월에는 “비트코인이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명백히 투기적인 것이며, 이를 안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 ‘데니스 가트먼’ 가트먼레터 발행자 “비트코인은 도박꾼의 몽상, 아주 나쁜 종말 맞을 것”
금과 원유 등 ‘상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데니스 가트먼 ‘투자정보지’ 가트먼레터 발행자이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8월 CNBC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도박꾼의 몽상일 뿐”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투기꾼들을 위한 시장이며,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격 변동성이 1주일에 20~40%에 달하는 비트코인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트먼 애널리스트는 이어 “비트코인은 아주 나쁜 종말을 맞을 것”이라며 “나는 절대로 비트코인을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가상화폐, 기존 은행 대신할 것…피라미드 사기로만 볼 것 아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금융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기존 은행을 대신할 잠재력이 있다”며 “다만, 비트코인이 국제 통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상화폐는) 휘발성과 위험성이 매우 높아 (시장을) 확장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며 “앞으로 지금 가상통화가 부딪힌 기술적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또 같은달 열린 IMF 연례 총회에 핀테크 부문 패널로 참석해 “디지털 기술은 곧 기존 금융 시스템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며 “앞으로 닥칠 변화와 리스크를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가상화폐는) 단순 피라미드 사기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가상화폐, ‘돈세탁 지수’에 불과”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지난해 10월 “고객들의 관심을 보면 가상화폐의 잠재력은 크다”며 “그러나 가상화폐를 둘러싼 쟁점은 ‘투기’와 ‘추측’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상화폐는 여전히 돈세탁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가상화폐는 돈세탁 지수에 불과하며, 그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비트코인 붕괴될 것…엔론과 비슷한 사태”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는 지난해 10월 CNBC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절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것은 규제되지 않고, 어떤 중앙은행도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비트코인을 믿지 않고, 언젠가 그것이 붕괴할 것이라고 본다”며 “이는 엔론과 비슷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론은 미국의 에너지 회사로, 지난 2001년 회계부정 사태로 파산했다.
◆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 “비트코인, 일시적 유행 아냐…안전한 투자라는 생각은 착각”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은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섰다”며 “비트코인 열풍은 분명 투기적이지만, 본질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고먼 CEO는 이어 “(비트코인 열풍은) 블록체인 기술의 자연스런 결과”라며 “익명의 통화라는 개념이 중앙은행 시스템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흥미롭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고먼 CEO는 두달 뒤 완전히 다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11월 CNBC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이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1년 동안 가격이 700% 급등하는 것은 명백히 투기적인 것이며, 이를 안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 “현재 비트코인 시장은 버블…성공한다면 화폐의 ‘진화’로 받아들일 것”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비트코인 시장은 버블 상태일 수 있다”며 “나는 비트코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랭크페인 CEO는 이어 ”오늘날 아주 흔하게 사용되는 것 중에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아주 많다”며 “비트코인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화폐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진화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프레데릭 우데아’ 소시에테제네랄 CEO “비트코인 익명성 오래가지 못할 것…블록체인 기술은 신뢰”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은행의 프레데릭 우데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지금까지 비트코인의 가장 큰 이점은 ‘익명성’이었다”며 “그러나 현재 각국 규제 당국이 돈세탁, 조세회피, 테러자금 규제에 전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익명성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고,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미래도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우데아 CEO는 “분산장부 기술을 신뢰한다”며 “보안을 위해 이러한 기술들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마크 카니’ BOE 총재 “글로벌 금융 안정에 위협되지 않아…중앙은행의 역할 협의해 나갈 것”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는 지난해 12월 의회 발언을 통해 “비트코인은 핵심 금융 시스템에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은 상태이고, 여타 다른 가상화폐와 가치를 합쳐도 미국 애플의 시가총액 절반 정도에 그친다”며 “지금 시점에서 비트코인이 금융 안정 문제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영국 중앙은행은 비트코인 규제의 책임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세계 각국 규제 당국이 가상화폐를 둘러싼 중앙은행의 역할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 “가상화폐 투자·ICO, 보호 수단 없고 규제 주체 없어 매우 위험”
제이 클레이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성명서를 통해 “전 세계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금융시장이 가상화폐와 가상화폐공개(ICO) 때문에 들썩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허황된 꿈을 꾸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레이튼 위원장은 “가상화폐 ICO는 전통적인 증권 시장에 비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수단이 거의 없고, 규제할 수 있는 주체도 없어 (투자자들이) 사기나 조작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 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만약 과장된 말을 하거나 급하게 행동을 부추기는 경우 투자한 자금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재닛 옐런’ FRB 의장 “비트코인, 안정적 가치 수단 아냐…매우 투기적인 자산”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트코인은 현재 지급 시스템으로 볼 때 그 역할이 매우 작다”며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법적 통화의 구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라며 “연준이 비트코인을 규제하지 않고 있지만, 은행들이 돈세탁 거래를 하는지 등 적절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이어 “연준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가상화폐를 도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를 연구하고는 있지만, 이득과 필요성은 제한적이고 도입에 따른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비트코인은 ‘사기’ 발언 후회…그래도 관심은 없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을 두고 ‘사기(fraud)’ ‘바보같다(stupid)’ ‘너무 위험하다(far too dangerous)’고 맹공격을 퍼부었다. 당시 그는 “통화가 허공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언젠가 폐지될 것이고, 그 끝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비트코인은 살인범이나 마약밀매업자, 또는 북한과 에콰도르 등 범죄자들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직원이 있다면 가차 없이 해고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이먼 회장은 이달 9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한 것을 후회한다”며 “가상화폐 기술인 블록체인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도 그가 가상화폐를 완전히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이먼 회장은 “개인적으로 그 주제(비트코인)에 관심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폐공개(ICO)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서는 “이는 개별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비트코인, 나쁜 결말 맞을 것…향후 5년간 가격 하락 예상”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꾸준히 가상화폐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버핏 회장은 이달 초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나쁜 결말(bad ending)을 가져오겠지만 언제, 어떻게 그런 결말을 맞을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어떤 가상화폐에도 손을 대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5년간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바트 칠튼’ 전 미국 CFTC 위원장 “가상화폐 위험성 경고 후회…차라리 그때 투자할 걸”
바트 칠튼 전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과거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칠튼 전 위원장은 이달 초 “지난 2012년부터 가상화폐 변동성의 위험을 경고하고 규제를 촉구했다”며 “차라리 그때 투자를 시작했으면 지금 백만장자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칠튼 전 위원장은 또 지난해 말 시카고선물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한 것을 두고 “가상화폐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며 “제도권 진입을 위한 첫 도약”이라고 진단했다.
◆ ‘데이비드 스톡먼’ 전 백악관 예산국장 “가상화폐, 파국으로 치달을 것”
레이건 정부 시절 백악관 예산국장을 지냈던 데이비드 스톡먼은 이달 초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소수의 어리석은 투자자가 주를 이루는 시장이고,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톡먼 전 국장은 또 “가상화폐의 가격을 전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가격은 갑자기 2~3배 급등할 수도 있고, 제로(0)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래에 사용되는 돈은 가격이 안정돼야 하기 때문에 가상화폐는 실제 화폐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2018년 ‘가상화폐’·‘암호화’ 연구할 것…가상화폐 기술은 철저한 규제·관리 필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2018년 새해 목표에 가상화폐와 암호화 연구를 포함했다”며 “두 기술은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술의 긍·부정 측면을 모두 연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커버그 CEO는 “그간 IT기술이 권력을 분산시켜줄 것으로 믿었지만, 현재 사회는 소수의 대형 IT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며 “또 정부는 기업에서 만들어진 기술로 사람들을 감시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암호화와 가상화폐 기술로 개인이 기술의 주체로서 힘을 되찾길 바란다”며 “다만, 그만큼 철저한 규제와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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