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상 수상소감】
장라윤시인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석사 수료
전 전주KBS 방송총국 라디오 방송작가
국악방송 '솔바람 물소리' 로고 제작 참여(2012)
그린문학 신인상 수상(2013)
現 전북매일신문사 문화부 차장
2014 2015 전라북도문화예술단체지원사업 전문가 평가단
전북매일신문사 스키 스노보드 대회 MC (2012~2015)
전북매일신문사 다문화가정 전통혼례 사회(2008~2011)
전북매일신문사 유소년축구대회 MC (2012, 2016)
천년전주 글짓기대회 심사위원
소감
올해 들어 한 동안 기쁨보다 아픔이 더 큰 기간을 겪었습니다. 마음으로 저를, 저로 다시 세워준 지인들에게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아픔은 스스로 위장과 제스처로 치유할 수 없지만, 타인이 전한 마음 에너지와 밝은 빛을 품은 용기 언어들은, 가족들이 화수분처럼 내어준 용기처럼, 제 마음 속에 자라났습니다. 아픈 무게를 덜어내 짊어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로 치환할 수 있음도 새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 소중한 시간, 제게 작은 인연으로 시작한 지인분들이 큰 마음으로 다가와 서툰 저를 좀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금은 안정을 찾고, 일상에서는 티내지 않고 안간힘을 쓰던 제게 더 큰 용기로 기쁜 소식을 전해준 이미영(이삭빛) 선생님과 심사위원분께도 뒤늦게 감사 말씀을 올립니다. 시인으로 정진하기 위한 마음탁마, 잊지 않겠습니다.
새순
사락 사락 사사락
눈송이 사이로
하얀 바람이 멈춘 방(室)
속삭이듯 속삭이듯
나뭇가지 끄트머리
껴안고 또 껴안으며 .....
하얀 바람을 붙잡아 놓은 건
처마 끝에 매어달린 차디 찬
고드름이 아니다.
어둠과 빛을 조화로이 인내하여
마침내 새 시간을 맞이한
따뜻한 눈길
그의 잔잔한 햇살
고개를 들면
작은 미소 날리는
포기하지 않는 성품
그의 포근한 심장 때문이다.
수선화
맑디 맑은 호수
아름다운 미소년
그 눈동자에 매혹,
매혹이란 설렘
더 이상 호수아닌 거울에
뇌리로 섬광마저 파장,
그 자리
안타까움 품은
향기와 노란빛 꽃자리로,
오늘 호숫가에 선 이들에게
자지러지듯 외침으로
일깨움을 틔우고.....
스스로 아름다움보다
주위를 먼저 보고
자신을 비추는 이들에게
무릇 번지는 아름다움
타인마저도 한 우주 안에
향기 나게 하는 샘
넌 미소년 나의 맑은 창이다.
살구꽃 아우성
물빛 하늘 아래로 홍조 가득 머금은
살구꽃이 입을 모은다.
조심스러운 빗방울 너의 입술에 생명 다가서니
살구꽃 응답이 조신스럽기만,
햇빛 설렌 마음에 마침내 얼굴로 맞이한 입맞춤
노오란 꿀벌마저 부끄럽기만,
반가움인지 기쁨인지 붉게 벙근 얼굴들에
날개 부빔이 다정스럽기만,
하늘하늘 바람불면 파란만장이 흩어내고 비우는
온 몸 휘날림이 하염없기만,
그러게, 너의 하염없음이 메아리만큼 허무해도
여름 살구만치 달콤한 선물임을
지난 아우성에 시간으로 곱절을 더해도
이제 다시 보고야 아는 것을....
고통
부제: 날개
아픔이 무거워지면 모래에 물 스민만치
한 없이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짓이겨 짓물이나 쓰라림으로 패임은
처마 밑 소낙비 춧돌 뚫듯 깊이 깊이.
하지만 여렸던 마음은 춧돌이, 모래가 아니기에
단단해질 수, 가벼이 가벼워 질 수도 있음을,
알아차리기 힘들지라도 그 바닥을 메우는 건
자신을 자신으로 세우고 도돌이표 한 마음 나눔.
고마움에 고마움이 더해 마음이 마음을 보고
가슴이 가슴으로 포개져 은혜는 인연 고리로 묶임을,
시나브로, 단단해짐을 어느새 손잡은 용기로
지금 여기 보폭보다 한 걸음 나가 있음을
무게 이긴 어깨에는 한 뼘 돋은 날개로
오름 연습에 커져 자라고 있음을 보았다.
【본상 문학상 심사평】
심사위원장: 이희두
본상 문학상 심사평: 도창회
심사위원:오무웅, 이삭빛, 박상하, 김경수
산을 오르다보면 어떤 사람이든 아름다운 풍경을 저절로 닮아간다. 길을 가다가도 그 것이 어떤 인생이든 사랑하는 마음만 가진다면 아름답다. 넘다보면 아름다워진다. 필자는 인생을 거꾸로 살아가듯 살아가고 있다. 허리 굽혀 바짓가랑이 아래로 내려다보면 거꾸로 본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듯이 나무와 나무사이 끝에 매달려 있는 햇살이 열매라는 것을 눈치 챌 때까지 인생을 거꾸로 보지 못한 사람은 끝내 모르리라.
아픔이 무거워지면 모래에 물 스민만치
한 없이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짓이겨 짓물이나 쓰라림으로 패임은
처마 밑 소낙비 춧돌 뚫듯 깊이 깊이.
고통 부제 –날개- 중
여기서 장라윤 시인은 인생을 날개에 비유해서 날고 있다 ‘어떻게 하면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끝내 고통을 겪어낸 뒤에만이 날개의 무게를 털어내고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천재적 발상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어떤 시인이든 시각의 의한 시를 쓸 수는 있지만, 모름지기 시인은 거꾸로 보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장시인의 시는 아직은 날개만 달려 있지만 무한한 시적 발상으로 끌고 들어와 뜸을 드리고 기다릴 줄 아는 시인임에 본상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요즘시인들은 현대적 기술에 연연해하며 기술폄하적인 면에서 벗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가만 한다면 일단 장시인은 그런 면에서는 허물을 벗고 나왔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날개 짓으로 땅 끝을 지나 깊이깊이 가서 다시 날아오르는 겸손함이 시에 베어 나온다. 제목에서 주는 고통은 날개다. 어쩜 그리도 극과 극으로 시를 표출해 낼 수 있을까?
시는 거꾸로 부터 시작된다. 장라윤 시는 전반적으로 어둠에 갇힌 슬픈 일이나 생각을 잃은 돌멩이까지도 놓치지 않고 살아있는 신비함으로 꿈을 안겨준다. 넘다보면 다 아름답다. 장시인은 이미 알고 있다. 넘으면 넘을수록 자기 자신도 아름다움이 된다는 것을. 즉, 풍경이 되고, 날개가 되어 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축하드리며, 큰 시인이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