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움직이기 힘든 게 사람의 마음 아니던가. 웬열? 정성스러운 상차림에 마음이 살짝 동했다. 연분홍빛 연골이 봄이 멀지 않았으니 긴장을 풀라고 속삭였다. 그 속살의 감촉은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웠다. 설화(雪花)등심! 하얗게 핀 눈꽃이 곧 겨울이 물러감을 아쉬워한다. 숙성시켜 꽃발이 화려하고 예쁘게 올라온 것이다. 눈꽃이 불판 위에서 사라지고, 갈색 추억의 점으로 남았다. 농후한 치즈처럼 진한 육즙이 신음하듯 터져 흘렀다.
사람이 고개를 숙이는 데도, 고기가 맛이 드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영남식육식당은 벌써부터 부산에서 고기 맛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이승무 대표는 얼마 전 안락동에 기존의 영남식육식당을 업그레이드시킨 '명품관'을 냈다. 잘나가 보이는 이 대표도 하는 일마다 안되던 시절이 있었단다. 일식 요리사 출신으로 일식집, 곰탕집, 분식집까지 열어 3연타로 망했다. 그때는 하늘이 배추 이파리처럼 노랗게 보이더란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전국의 한우 전문가를 찾아 다녔다. 강원도 횡성에서 한 고깃집 사장님을 만났다. 오랜 세월 무릎 꿇고 서빙을 해서 무릎에 굳은살이 박인 것을 보고 부족한 점을 깨달았다.
부산 동래구 안락동 영남식육식당 명품관 고기 맛의 비결은 숙성에 있다. 특이하게도 습식과 건식 숙성을 병행한다. 건식 숙성은 '드라이에이징'이라는 이름으로 요즘 유행같이 퍼지고 있다. 맛은 좋지만 버리는 부위가 많아 가격이 비싸다. 반면 습식 숙성은 풍미가 부족하다. 고기 맛을 결정짓는 것은 온도와 공기. 고기의 손실 없이도 맛은 드라이에이징에 버금가게 만드는, '중도의 미학(味學)'을 찾았단다. 고기 맛도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다.
명품관에서는 원하는 부위별로 주문할 수 있다. 예쁜 플레이팅 또한 이전에 비해 업그레이드되었다. 한우 등심을 얇게 썰어 롤 형태로 돌돌 말아 나오는 '대패 등심' 강추다. 이 진한 맛을 보면 세상사가 싱겁게 여겨진다.
끝으로 냉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냉면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냉면 마니아가 두 번을 맛보았다. 첫날 먹은 슴슴한 냉면은 맛의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다시 맛본 냉면은 간이 좀 세졌다. 부산 사람의 입맛을 고려한 것일 게다. 이것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대패등심·제비추리 120g 2만 5천 원, 국내산 한우 안심 100g 2만 3천300원. 수제냉면 8천 원. 영업시간 11:00~22:50. 부산 동래구 안락동 606-21. 안락동 한전 동래지사 앞. 051-528-7222.
메뉴 | 대패등심·제비추리 120g 2만 5천 원, 국내산 한우 안심 100g 2만 3천300원. 수제냉면 8천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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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 고깃집 | 글쓴이 | 펀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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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부산광역시 동래구 안락동 606-21 안락동 한전 동래지사 앞 | 전화번호 | 051-528-7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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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 11:00~22:50 | 휴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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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법 | | 주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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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및 수정일 | 16-02-18 | 평점/조회수 | 5,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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