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꽃
조윤진
봄이다.
봄맞이 대청소를 했다. 추위를 피해 집안으로 피란 와있던 화분도 베란다에 내놓고 집안 구석구석 묵은 먼지도 탈탈 털었다.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고 상쾌해졌다. 봄님을 초대하느라 몸은 힘들었지만 맑아진 유리창 사이로 스며드는 탐스런 햇살이 기분 좋은 설렘을 안겨준다.
베란다 앞쪽에 피어있는 홍매화 한 그루. 아파트 단지 내에서 유일하게 있는 예쁜 홍매화 나무가 우리 창가에 있다. 2층에 위치한 우리 집은 봄이면 어김없이 싱그럽고 아름다운 정원을 갖게 된다. 매화가 피고 지면 탐스런 목련이 나 여기 있다고 인사를 하면서 기쁨을 준다.
모든 것을 얼다 못해 터트려놓던 겨울 덕에 유난히도 봄이 그리웠는데,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와 있다. 시커멓게 죽어있던 나무들도 봄비로 몸 씻고 나면 아주 조금 씩 조금 씩 검은 색을 벗어내고 연하디 연하게 우록 색을 띄기 시작하며 꽃 피울 준비를 한다. 남녘에서부터 꽃소식이 살금살금 들려오면 집을 나서고 싶다. 멀리서 오는 봄 손님을 그가 오는 들녘에 나가 따뜻이 마중하고 싶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긴 겨울이 지나고 꽃소식을 갖고 찾아오는데 어찌 반갑지 않으랴. 설렘으로 기다리고, 반갑게 맞이하고, 마음을 나누며 같이 돌아오는 행복한 만남이야 말로 진정한 봄 마중이다.
꼭 1년만의 만남이지만 마치 오래전에 보고 지금껏 보지 못한 것처럼 부푼 마음에 그저 바라보고 있다.
봄 마중은 매화를 보면서부터다. 아끼고 사랑하는 연인을 오랜만에 만나기 위하여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기분이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마음으로만 생각했던 님이 멀리서 오고 있을 때 기다림은 기다림이 아니라 그저 설렘이다.
매실 나무에 매화가 활짝 웃는다. 햇살아래 반짝이는 환한 웃음이 어쩜 이리 예쁜지 나도 덩달아 웃는다.
부끄럽지만 내 나이 50이 지나서 처음으로 매실 나무에서 피는 꽃이 매화인 걸 알았다.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는 매화 는 큰 나무 꽃 중에는 제일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린다. 예부터 추운 날씨에 핀다 해서 '동매', 눈 속에 핀다 해서 '설중매'로도 불렸다. 그 아름다운 매화는 고향집 앞뜰에서 모락모락 아지랑이도 피기 전에 먼저 살랑거리며 봄소식을 전해주었다.
낙동강에 봄이 오면 맨 먼저 매화 바람이 분다. 이파리도 피우기 전, 메마르고 가녀린 나뭇가지를 뚫고 희게 피어나는 매화. 봄의 전령사이자 첫 작품이다. 절정을 이루는 시기인 3월 중순 무렵. 강변에서 피어난 매화는 산등성까지 흰 구름 두른 하얀 꽃 대궐을 지어놓는다.
봄은 눈이 아니라 심장으로 느껴져 가슴에 품게 한다.
매화나무 아래 꽃잎이 꽃눈깨비가 되어 내리면 마치 영화 ' 웰컴 투 동막골' 의 황홀한 팝콘처럼 세상을 하얀 꽃눈을 만들어준다. 오로지 바람에 날리는 꽃잎과 그 속의 나만이 있을 뿐이다.
매화의 꽃말은 '기품', '품격', '절개'의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매화는 여인들의 장신구에 많이 사용되었다. 절개의 상징인 매화와 댓잎을 비녀에 새긴 것을 '매화잠' 이라 하고, 매화장은 부인들이 모양을 내기 위해 이마에 매화를 붙이는 것을 말 한다. 여인들은 매화잠을 머리에 꽂아 일부종사의 미덕을 늘 다짐했다. 매화는 여성에게 순결, 정절의 의미를 가졌고, 기다림이고 희망이였다.
베개, 은장도 등 장신구에 매화 문양이 많이 그려져 있는데, 역시 여인의 깊은 멋의 표현. 기다림, 희망 그리고 사랑을 나타냈다. 오늘 날의 멋에 치우친 장신구하고는 차이가 많다.
매화는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로 불려진다. 옛 사람들은 이 꽃을 군자의 덕과 선비의 올 곧은 기품을 가졌다며 노래했고 사랑하지 않았던가.
최남선의 심춘 순례에 “ 화사하고 농염함이 탐스러운 부잣집 새색시가 화려하게 꽃단장 하고 좋은 향을 기구 것 차린 듯한"이라고 홍매화를 표현되고 있다. 참으로 고혹적이고 아름다운 꽃이다.
잠시 꽃에 취해 노닐던 나를 깨우는 핸드폰 벨소리. 모 광고에서 유행했던 말귀가 생각났다. ‘이곳에서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봄과 함께 돌아오는 길. 잠시 꽃소식에 한 눈 팔던 내가 웃는다.
매화도 예쁘지만 꽃 중에서 제일은 사람이 피우는 아름다운 낯꽃이다. 낯꽃 중에도 웃음꽃이 가장 예쁘리라.
오늘 나 참 예쁘다.
***낭독은 이 부분만 할 겁니다.
봄은 눈이 아니라 심장으로 느껴져 가슴에 품게 한다.
매화나무 아래 꽃잎이 꽃눈깨비가 되어 내리면 마치 영화 ' 웰컴 투 동막골' 의 황홀한 팝콘처럼 세상을 하얀 꽃눈을 만들어준다. 오로지 바람에 날리는 꽃잎과 그 속의 나만이 있을 뿐이다.
매화의 꽃말은 '기품', '품격', '절개'의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매화는 여인들의 장신구에 많이 사용되었다. 절개의 상징인 매화와 댓잎을 비녀에 새긴 것을 '매화잠' 이라 하고, 매화장은 부인들이 모양을 내기 위해 이마에 매화를 붙이는 것을 말 한다. 여인들은 매화잠을 머리에 꽂아 일부종사의 미덕을 늘 다짐했다. 매화는 여성에게 순결, 정절의 의미를 가졌고, 기다림이고 희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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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돌아오는 길. 잠시 꽃소식에 한 눈 팔던 내가 웃는다.
매화도 예쁘지만 꽃 중에서 제일은 사람이 피우는 아름다운 낯꽃이다. 낯꽃 중에도 웃음꽃이 가장 예쁘리라.
오늘 나 참 예쁘다.
첫댓글 예쁜 낯꽃은 계절도 없이
끊임없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참 예쁜 낯꽃 곧 나눠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