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태국에 입국하기도 전 태국 커피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 때 접한 정보로는 '도이창' 커피가 유일했었는데, 실제로 태국에서 지내 보니
산족 마을들을 중심으로 여러 종류의 커피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이뚱 커피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넓은 유통망과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게다가 이 커피의 산지를 어떻게 개발했는지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빠지게 하는 커피이기도 하다.
더이뚱 커피는 결코 싸지 않다. 메뉴에 따라 60~80밧 정도 한다.
원두 커피를 태국 말로 '까페쏫(fresh coffee)'이라고 하는데, 아메리카노 한 잔이 보통 30밧 내외니까
일반 커피값의 두 배 가량인 셈이다. 뭐, 그래도 스타벅스보다는 저렴하지만 말이다.
내가 느끼기로 태국에서 나는 커피들은 거의 맛이 비슷하다. 신맛과 쓴맛이 강하고 향이 별로 없다.
블랙으로 냉커피를 시키면 기본 더블샷으로 내려서(커피분말의 양을 보면 트리플샷 정도 된다.)
물 한 방울 타지 않고 얼음 위에 그냥 부어 준다.
태국 사람들은 보통 여기에 연유와 시럽을 듬뿍 넣어 아주 진하고 달게 마신다.
대형 매장에서 판매하는 더이뚱 제품들.
더이뚱은 커피뿐 아니라 마카다미아 넛을 생산, 가공하여 비싼 값에 팔고 있다.
아래 태국의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 보면 가격 차이가 느껴진다.
'꼬깨'라는 브랜드가 너트류를 많이 판매하는데, 땅콩류는 30밧 수준이다.
방콕의 두씻 정원 내 아난따싸마콤 궁전 옆에 있는 더이뚱 카페.
매장의 세 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차를 마시며 아름다운 왕궁의 정원과 건물들을 바라볼 수 있다.
더이뚱의 매력을 언급하자면 우선 커피 매장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
더이뚱은 세련된 로고와 함께 도심 한가운데서나 볼 수 있는 인테리어와 제품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카페 내부에는 커피콩과 머그컵, 패브릭 가방류 등 더이뚱에서 생산하는 물건들이 판매되는 코너가 있고,
산족 아이들의 그림과 함께 더이뚱을 소개하는 카드가 비치되어 있어서
더이뚱커피의 소비가 지역개발과 환경보전에 기여하는 바를 소개하고 있다.
태국에서 보기 힘든, 소비자의 만족도를 묻는 설문지도 놓여 있다.
태국에서 이런 식으로 매장이 운영되는 곳을 보명 보통 외국자본이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와 달리 더이뚱은 태국 왕실 주도로 일구어 온 기업이다.
이윤이 더이뚱 산지와 산족들에게 재투자되는 형태를 고려하면 사회적기업에 가깝다고 봐도 좋겠다.
게다가 이 커피의 산지를 어떻게 개발했는지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더이뚱'은 '뚱 산'이라는 뜻. 더이뚱의 커피 산지는 태국 북부 도시 치앙라이와 매싸이 사이에 있다.
뚱 산에 오르는 길.
더이뚱을 찾기 전에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았던 마약생산지,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흘러내린 메콩 강과 매싸이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태국, 미얀마, 라오스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일대는 뉴욕에 반입되는 헤로인의 80% 이상이 생산되는 세계 최대의 아편 경작지로 악명을 떨쳤던 곳이다.
지형이 험준해 정부의 치안이 쉽게 미치지 못하는 데다 어느 한 나라의 경찰에게 쫒기기라도 하면 다른 나라로 몸을 피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아편 생산이 금지되고, 태국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과거의 명성이 어느 정도 퇴색하기는 했지만,
일부 고산족들의 아편 재배는 지금도 암암리에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진을 찍는 이쪽이 태국, 왼쪽 위로 보이는 땅이 미얀마, 오른쪽은 라오스이다.
아편의 생산 원료인 양귀미 열매.
경찰에 압수된 다량의 헤로인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특별히 태국 산족들의 삶을 피폐하게 했던 마약 생산.
태국에는 타이족 외에 무슬림, 중국인,고산족들을 비롯하여 여러 소수민족들이 있다.
산족들은 고도 800-2000 미터 이상의 산지나 북부와 동북부의 고산지대에 살며, 독특한 농업방법과 생활양식,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북부는 대부분 산지로 되어 있어 무써(Lahu, Mussur), 매우(Meo, Miao, Hmong), 리써(Lisu, Lisaw), 이꺼(Akha,Ekaw), 까리앙(Karen, Yang), 야오(luMien, Mien, Yao) 등 약 20개 종족으로 인구는 40~50만 정도에 이른다.
고산족박물관에서 만난 아카족 아이들.
더이뚱 산지의 아카족들 역시 마약의 그늘에서 살던 사람들이었다.
깊은 산 전체가 마약재배로 황폐했던 곳을 1986년 태국 왕실 산하의 산림청의 지원으로 법인을 만들게 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배후에는 현 국왕의 어머니가 있는데, 80세가 넘은 시기 말년을 보낼 곳을 물색하다 발견한 산지에서
이미 황폐해진 숲과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목격하고는 시작한 개발 프로젝트이다.
'매 파 루앙' 가든과 함께 있는 모후의 집.
돌아가시기까지 이곳에 머물며 손수 숲과 정원을 가꾸었다고 한다.
매파루앙 가든과 로얄 빌리지, 기념홀(Hall of Inspiration)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티켓. 일명 3 in 1
더이뚱은 태국 북부의 수준 높은 관광지로 알려져 세계인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매파루앙 가든 전경. 깊은 산 꼭대기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정원이
뭔가 아쉬웠던 태국 관광의 갈증을 단번에 씻어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Hall of Inspiration에서 보여주는 역사 자료들을 보면, 더이뚱을 개발한 모후의 생각은 무척 분명하고 분석적이었다.
"질병과 가난과 무지. 근본 원인은, 가난과 기회의 부족이다."
한 사람의 헌신이라고 말하기에 '왕족'이라는 힘은 너무 막강한 것이긴 했겠으나,
지역의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나 드러난 결과를 보면 귀감이 될 만하다.
Hall of Inspiration 내부.
태국어와 영어로 안내하고 있어 한국 관광객은 적은 편이라고 하던데,
매파루앙까지 왔다면 꼭 한번 들러 보길 추천한다.
국왕의 모후. 바로 이분이시다.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이뚱을 개발한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실제적이고 지역에 기초한 개발이었다.
마약을 생산하던 양귀비 밭에 대체작물로 커피와 마카다미아 넛을 심게 하고, 꽃과 다른 여러 작물들도 재배한다.
1차 생산품에 그치지 않고 2차 가공품으로 만들어 농가의 수익을 확실하게 증대시켰다.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무지로 인한 빈곤의 고리를 끊고,
그렇게 설립한 매파루앙 대학교는 현재 5천 명이 재학하는 큰 대학이 되었다.
인간 개발과 환경 보존 개발의 균형을 함께 일구어 더이뚱 재단의 지역개발은 태국이 가진 강점과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 ㅡ 장애 영역에 있어서 태국정부의 지원 수준은 여전히 낮지만,
더이뚱과 같은 지역개발의 경험과 자부심은, 장애인에 대한 현 국왕의 관심과,
전국 77개 도에 설치된 44개의 특수학교라는 기초 인프라를 고려할 때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돕는다면 다른 나라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장애인이 의미있게 함께 살아가는 마을을 일구어 가기에 좋은 토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첫댓글 앞으로 태국에가면 별다방, 콩다방에 이어 뚱다방을 애용해야겠군요...^^덕분에 좋은 정보 감사...^^...
ㅎㅎㅎ 뚱다방이라니요... 복다방 이용해주세요..^^
유한길 장로님은 답글의 천재십니다. 뚱다방! ㅎㅎ.. 그리고 복다방은 커피 떨어져서 당분간 쉽니다.
우와 누님 자료 멎져부러용..ㅎㅎ 뚱다방 ㅋㅋㅋ요고 멎져용 ...장로님...^^아 살빼지 말아야겠어용...ㅋㅋ
병무형제님도 뚱다방 말고 복다방 이용해주시어요~ㅎㅎㅎ
단... 드시고싶은 커피를 한국에서 사오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