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정쯤에 잠이 들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기상시간은 동일하다. 일어나니 새벽 2시였다. 조용히 책상에 앉아 스탠드를 켜고 책을 보려고 하니 집사람이 불빛과 책장 넘기는 소리가 거슬려 소등을 해달라고 말했다. 하는수 없이 책을 들고 화장실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숙박여행은 언제나 그러하듯 새벽시간이 고역이다. 평소 새벽 1~2시에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그시간에 영상을 듣고 독서를 하고 운동을 하는 나의 루틴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호텔에도 각방마다 컴퓨터가 없어 영상공부를 할 수가 없다. 하는수 없이 화장실에서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변기통에 앉아 30분, 세면대 앞에 서서 30분 이를 6번이나 반복하고 나니 새벽 5시가 되었고 날이 새기 시작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운동복을 갈아 입고 러닝을 하기 시작했다. 경주는 낮선 지역이 아니기에 내가 잘 아는 대로를 코스로 잡았다. 어제 비가 와서 공기는 맑았지만 습도가 매우 높았다.
평소 7km를 달리지만 거리를 조금 더 늘여 약 4km 지점에서 반환점을 돌고 인증샷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 셔터를 눌렀다. 한컷을 찍고
또 한컷을 찍으려고 하는데 아무리 해도 터치가 되지 않았다. 손에 땀이 묻어 그런가 보다 하고 호텔 방에 도착해서 손을 씻고 재시도를 해 보았지만 그래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파워를 켰다 껐다를 반복했더니 폰이 완전 먹통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2일차 찍사로서 역활을 못하고 사진을 한장도 찍지 못했다. 나중에 A/S 센터에 가서 진단을 하니 또 액정이 나갔다고 했다. 불과 보름전에 그런 현상이 발생되었는데 재발되어 기분이 찜찜했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과 후기이다.
사진을 찍지 못해 후기를 남기지 말까 하다가 그래도 나와의 약속이기에 글로만 남겨본다.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하던 중에 샤워기를 잘못 돌리는 바람에 물이 오른쪽 귀로 침투되어 귀가 먹먹했다. 한 5분간 머리를 흔들면서 제자리 뛰기를 하고나니 물이 빠져 나왔다.
조식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뷔페식으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아침 6시 30분부터 시식이 가능했지만 가족들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에 7시 30분에 도착을 하니 줄이 길게 서 있었다. 때가 되어 자리를 배정받고 운동으로 허기진 배를 만땅으로 채웠다. 체크아웃이 오전 11시라서 오전 10시까지 각자 방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난 평소에도 그 시간에 낮잠을 자는 시간이기에 어제 2시간 밖에 자지 못한 잠을 보충했다. 오전 10시 30분경에 체크아웃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키즈 카페를 간다고 했다. 늙은이가 그곳에 가 본들 딱히 할일도 없고 사진도 찍어 줄 수 없어 집사람과 함께 호텔 커피샵에서 들어 한잔의 차를 시켜 놓고 멋적은 독서와 대화로 시간을 보냈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아이들이 키즈 카페에서 신나게 놀다가 돌와 왔다. 내가 찍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재미있게 논 장면을 몇컷 포스팅해 본다.
아침을 너무 배불리 먹어서 점심을 건네 뛰고 집으로 컴백했다. 돌아오는 중에 막내가 배가 고팠는지 황남빵이 먹고 싶다고 했다. 황남빵 본점을 들러 갓 구워낸 빵을 사서 함께 배를 채웠다.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소감은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이 힐링을 위해 생각보다 많이 여행을 즐겨 과연 이런 상태로 종식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리고 삶의 질이 올라가서 그런지 몰라도 의외로 젊은층들이 고급 호텔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였다. 가성비로 따지면 거의 모든 것이 2~3배 비싼데도 말이다. 우리 세대는 아직도 호텔 이용이 익숙치 않아 편의시설을 사용하는데 애로점이 많았다. 엘리베이터 이용, 룸 및 스탠드 소등, 독서실 이용 등등 낯설기만 했다.
나중에 자녀들이 귀뜸해 준 것은 내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콜해서 도움을 요청하면 거의 대부분 해결을 해 준다는 것이였다. 다음부터는 변기통에 앉아 몇시간씩이나 독서하는 일은 없으리라 본다. 폰고장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담지 못해 아쉬웠지만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면서 의 결속력을 다진 것으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