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9:25-27/ 마태복음 27:45-49
우리는 성금요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금요일 오전 9시에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에 운명하셨습니다
그 여섯 시간에 함께 한 자들이 많았습니다
갈릴리에서부터 따라온 많은 여자들이 있었고(마27:55)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인 살로메,
막달라 마리아,
제자 중 또 다른 야고보(알패오의 아들)의 모친인 마리아
이렇게 예수님 생전에도 주를 좇았던 많은 이들이
주님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남자 제자들은 예수님과
역모죄로 연루되는 것이 두려워 피했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단 한 명의 제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예수님이 사랑하는 제자인 요한입니다.
주님은 사랑하는 자들의 눈물도 보셨고,
그들 앞에서 무기력하게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도
마음이 아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히 아들 잃은 상심으로 살아갈
모친 마리아를 염려하셨습니다
물론 예수님께는 동생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이후에 그를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주님을 섬겼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다른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순교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순교하지 않고
오래 산 자가 있었으니 바로 사도 요한입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의 모친을 그 요한에게 부탁하셨습니다
“보라 네 어머니라”
그리고 마리아에게는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이 장면을 보면 주님께서 얼마나 육신의 책무를
소중하게 감당하셨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교회 일을 한다면서 가정이나 회사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주님의 이 모습은 좋은 교훈이 됩니다
주님은 우리의 내세만을 위해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닙니다
이 땅에 고통받는 자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셨고,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약자나 병자, 죄인들의 친구가 되셨습니다.
또 가정에서의 책임을 지기 위해 30년간
장자이자 아버지의 역할을 감당했으며,
동생들이 컸을 때 비로소 3년 동안 하나님의 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동생들도 주의 일을 하다가
순교할 것을 아셨기에
자신의 어머니를 요한에게 부탁하여 안전하게 보호하셨던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육신의 어머니를 끝까지 책임지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으셨습니다.
제6시(12시)부터 제9시(오후3시)까지 온 땅에 어둠이 가득 찼습니다.
주님은 제9시에 운명하셨습니다.
숨을 거두시기 직전에 큰 소리로 외치시길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 뜻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입니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어떻게 하나님의 본체이신 자가 하나님과 분리되실 수 있을까요?
주님의 이 외침도 성경을 인용하신 것인데
시편 22:1 말씀입니다
존 스토트 목사님은 이 본문을 해석하는 4가지 견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1)이 외침은 예수님의 노여움과 불신, 절망의 절규이다
예수님께서 고난의 마지막에 아버지의 구원을 바라셨으나
완전히 외면을 받게 되자 절망하셨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유월절 어린양과 같이
완전히 죽어야 할 것을 아셨습니다
제자들에게도 죽으신 후 사흘만에
다시 사실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이 만일 중간에 구원을 받기를 원하셨다면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그렇게 기도하실 필요가 없으셨습니다
2)외로움의 절규였다:
예수님은 지금까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셨으나
여기서는 “나의 하나님”이라고 부르셨습니다
즉 하나님께서는 예수가 십자가에서
완전히 버림받음을 느끼게 하신 것입니다
3)예수께서 승리를 외치신 것:
시편 22편 전체를 보면 심한 고통의 절규로 시작해서
승리로 끝납니다
존 스토트 목사님은 ‘만일 예수님께서
시편 22편 전체를 의도하셨다면
왜 고통의 절규인 첫 부분을 말씀하셨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하십니다.
그러나 그 해답은 가상칠언의 구조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네 번째 말씀은 앞에서 우리가 나눴던
세 번째 말씀과 연결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육의 어머니를 끝까지 책임지셨으나,
자신은 아버지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았음을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으로 주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를 보여주셨을 뿐 아니라
주님께서는 시편 22편 1절을 인용하심으로써
22장 전체의 메시지, 곧
십자가의 고통에서 최후 승리까지를 알려주신 것입니다
4)예수님은 유기 당하심의 절규를 외치셨다:
주님은 인간에게 버림받으셨을 때도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느니라”(요16:32)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는 하나님으로부터 완전히 버림 받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몸의 죽음만 경험하신 것이 아닙니다
만일 몸만 죽으셨다면 우리의 몸만 구원을 이루셨을 것입니다
그는 영혼의 형벌도 함께 받으셨는데
죄로 인해 하나님으로부터 완전한 거절을 당하셨습니다
존 스토트는 거룩한 삼위일체의 연합마저 깨지는
엄청난 고통이라고도 말합니다
예수님은 육신과 영적인 갈증을 느끼셔서
“내가 목마르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운명하시기 직전에야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헬라어가 “테텔레스타이”입니다
상거래나 법적으로 “값을 다 지불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현재완료 수동태로
“그것이 완성됐고, 영원히 그렇게 될 것이다”
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즉,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과의 단절의 고통을 이기시고
인간의 모든 죄를 담당하시는 일을 완성하셨습니다
그것은 영원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마지막에
“내 영혼을 아버지께 부탁하나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완전한 승리의 선언입니다
주님이 죽음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승리하셔서 아버지께로 올라가시는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사망이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에게 작동하지 못합니다
이 놀라운 고백은 예수님이 아버지로부터
철저히 버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자신은 버림 받으면서도, 끝까지 어머니를 챙기셨습니다
그런데 누가 예수님의 어머니고, 형제입니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미니이니라”(마12:50)
곧 아버지 뜻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주님을 따르는 우리가 주님의 가족이며,
주님께서는 우리를 결코 이 땅에서 방치하시거나
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영원히 우리를 책임지실 것입니다
이것이 십자가에서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