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촉비 마지운 촉 촉 축 줄줄 비가 쏟아져요 후덥지근했던 날 바람이 빗방울 손잡고 온세상을 적셔요 빗방울 반갑다고 세차게 흔들면 후두두두 둑툭 빗방울 손 아플까 살짝 잡으면 톡도독 촉촉 빗방울 얼굴 가만 바라보니 그 속에 가을이 수줍게 숨어 있어요 빗방울 속 가을 어서 빨리 오라고 바람이 신나게 흔들어줘요
바람 속삭임 마지운 산에 오르니 바람이 다가와 머리카락 흔들고 몸 감은 옷자락 살포시 만져준다 등줄기 타고 내리던 땀 몸길 따라 식혀준다 조심 조심 발걸음 떼라 숨죽여 지켜보던 바람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람이 데려다 준 곳 산꼭대기 바람이 머문 자리에 살짝 기대어 보면 쉿! 가만 가만 바람의 속삭임 들려온다
나비 마지운
법회가 끝나가는 찰나 삼배하던 내 옆 물결무늬 고운 자태 맑은 노랑 어깨선 너머 까만 더듬이 가다듬던 이름 모를 나비 한 마리 부처님 말씀 머무는 곳 너의 향기 나풀거리며 누구에게 말을 거나 죽은 영혼 나비 되어 보고픈 이 찾아온다는데 너는 대체 누굴 찾아 왔을까 법당 안을 맴돌다 살포시 문턱에 앉아 한 곳을 바라보다 날아갔네 잠시 머물던 흔적 부드러운 바람에 보내며 문 밖 풍경소리 너를 따라 흘러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