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석굴암 앞에 있는 시골밥상, 시골같은 분위기에 진짜 시골에서 시골 맛을 내는데, 깔끔하고 텁텁하고 옹근 맛을 낸다. 솔직히 경상도에서도 이런 밥상을 받을 줄 기대 못했다. 곳곳에 숨은 고수가 있다는 것을 다시 깨우쳐준다.
시골밥상
1. 식당얼개
상호 : 시골밥상
주소 : 전화 : 054-382-2776
주요음식 : 두부요리 및 산채백반 토종닭 등
2. 먹은날: 2020.10.6.저녁
먹은음식 : 순두부찌개 8,000원, 산채비빔밥 8,000원
3. 맛보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밥상이다. 그러나 솜씨 하나만은 넘치는 밥상이다. 찬마다 윤기가 가득하고, 맛이 가득하다. 찬마다 최고의 때를 찾아 올린 밥상이다. 때맞춰 내리는 비를 시우라고 하던가. 그러면 이 반찬은 시찬이라 불러야 한다.
순두부찌개. 포근포근한 두부 덩이들이 탐스럽다. 국물 맛은 풍성하고 깊다. 진한 맛이다. 맵지는 않고 부드러운 두부에도 국물 맛이 배였다. 아마도 갖가지 해물류로 맛을 내서 그런 거 같다. 국산콩의 튼실하고 개운한 맛도 느껴진다.
찬마다 만족스러운 솜씨, 기대 이상의 깊은 맛을 안고 있다. 거슬리고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다. 찬기마저 어울려 보인다. 며느리가 이쁘면 발뒤꿈치도 계란같다는데, 음식맛이 좋으니, 그릇마저 이뻐보이는 걸까. 투가리보다 장맛이라는데, 투가리도 장맛도 다 대단한 거 같다. 그런데 모로 봐도 찬기가 어울리고 이뻐서 맛을 돋군다.
열무물김치, 양념을 절제한만큼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약간 신맛이 돌아 사근거리는데, 무청은 밭으로 갈 듯이 싱싱하다. 한그릇으로 너무 서운해 또 달라고 염치를 무릅쓰고, 그리고 두번째는 하나하나 음미하듯 먹었다. 국물 한방울 안 남기고. 맛을 내는 방법, 맛이 지향하는 길은 참 여러가지지만 또 하나의 길을 만들어 제맛을 낸 김치다. 이래서 한국 김치는 천의 얼굴이 된다.
미역줄기볶음은 시골과 안 어울릴 거 같은데, 솜씨가 대단하다. 간도 식감도 좋다. 우엉은 일품이다. 도라지는 어찌 이렇게 이쁘게도 썰어 먹기좋게 무쳤나.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 맞는 말이다.
된장국이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것을 보고 두 손 들었다. 건성건성 몇 덩이 넣은 두부가 맛의 정점에 있다. 된장이 상품된장이 아니라 집된장이다. 그것도 묵은 솜씨의. 숨은 경북 시골 솜씨에 오히려 의문이 인다. 이런 솜씨가 왜 보편화되지 못했는지.
지극히 평범한 재료들이다. 콩나물, 고사리, 도라지, 취나물, 숙주나물, 김가루 등등, 그리고 푸지게 들어간 참깨와 참기름, 고추장양념도 보이지 않는다. 나물이 지 몸에서 나는 국물로만 비빔밥 맛을 낸다. 참기름 맛이 강한 것이 오히려 흠이 될 정도다.
밥 맛이 얼마나 밥맛에 중요한지 평소에는 잘 의식하지 않고 먹는다. 하지만 맛있는 밥을 만나명 거꾸로 밥 맛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으깨지지 않은 통통한 쌀, 살짝 들어간 차조, 약간 차진 맛으로 쫄깃거리는 밥알 식감, 이 밥 맛이 비빔밥 맛을 살린다. 밥으로 끌어올려진 식감이 비빔밥의 제각각의 맛으로 모인 맛의 조화의 핵심이 된다. 맛있는 밥, 맛있는 비빔밥이다.
늙은호박이 탐스럽다. 때맞춘 식재료으 비축으로 맛도 비축하는 식당의 자세가 담긴 거 같다.
식당에서 1분만 걸으면 양산서원이다. 대원군 때는 철폐된 곳이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고풍스러운 서원이다. 문화재는 장을 달리해 따로 소개한다.
제2의 석굴암으로 불리는 군위삼존석굴이다.
대웅전 대신 비로전이다.
식당 앞에는 쩌렁쩌렁한 소나무숲이 있다. 싱싱하게 하늘로 자신있게 뻗어나간 소나무가 민족의 기상, 군위의 청정함같다.
3. 먹은 후
: 산중귀물 다래와 산사과
식당 앞, 골목에서는 이런 산과일을 파는 할머니들이 있다. 산머루와 산사과이다. 도시에서는 평생 못 만나는 귀한 산열매들이니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덕분에 별걸 다 맛 본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열심히 따라 외어왔지만 머루는 별세계의 과일일 뿐이었다. 마침맞게 익어 물렀다. 파란 열매가 익은 거라는 것이 낯설지만 맛은 농익어 최고의 상태다. 약간 새콤하고 달고 부드러운 육질이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값도 너무 싸다. 한 무더기를 2,000원 달란다. 이 값에 이런 사치스러운 음식 먹어도 되나.
꽃사과라고 하는 것은 손톱보다 더 큰 정도로 작지만 이 산사과는 골프공보다 좀 큰 정도이고 즙이 많고, 많이 시지 않다. 자연의 시원한 맛이 난다. 이런 귀한 것을 그것도 덤으로 만난다.
호두도 판다. 수퍼에서 사먹는 호두는 이미 진기가 빠진 것이다. 가장 맛있는 호두를 먹을 수 있는 제철이 바로 지금이다. 호두 속살가득 즙이 배인 호두를 먹을 수 있는 절기다.
전라도 할머니 밥상같은 오진 상까지 받으니, 이만한 행복이 또 있을까 싶다. 이렇게 풍성하고 싱그러운 기운을 느끼게 해준 식당 분들과 좌판 앞의 할머니, 덕을 나누어주는 시골 분들에게 맘 속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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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상북도 산골에도 이렇게 맛있는 밥집이 있다니, 밥집도 밥집이지만 그 밥집을 찾아내는 연경선생의 안목이 놀랍습니다. 군위에 삼존불이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가본 적이 없습니다. 삼존불 사진을 보기만 하는데도 마음이 울렁거리고 몸이 들썩거려 가만히 있기가 어렵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찾아갈 생각입니다. 다래 사진을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어렸을 적 맛본 다래 특유의 맛이 저의 미각 세포에 아직까지 살아있는 까닭이겠지요. 다래 때문이라도 빨리 달려가야 하겠습니다. 새빨간 산사과도 혼을 빼놓습니다. 한 입 물면 새콤달콤한 과즙이 입안을 가득채울 듯 합니다. 여행은 역시 가을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부기: 조금 전 남불문화기행 논평을 보냈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메뉴를 이렇게 맛깔스럽게 차려 내놓았습니다. 이래저래 몇 집, 운 좋게 잘찾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맛집과 토산음식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항상 개별적인 사안에는 통념으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각심 다시 가져 보았습니다. 우리 가을은 참으로 보물같은 절기입니다. 여느곳인들 저렇지 않겠습니까. 군위삼존석굴은 따로 소개합니다. 이곳은 온천도 압권입니다. 같이 소개할 것입니다. 여기서는 산사과라고 하던데, 보통은 미니사과라 많이 부릅니다. 좋은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