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주택이 매력적인 것은 안은 물론 바깥까지 집주인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 내부 인테리어만큼 건축물의 외관 디자인, 마감재에 투자하면 동네 명물이 되는 남다른 집을 소유할 수 있다. 베른하우스에서 시공한 이갑주, 정혜정 씨 집은 나무로 짓고 외관은 옛 프랑스의 돌집으로 표현해 집의 기능적 면과 시각적 면까지 만족시켰다. 이국적 느낌이 드는 외벽은 단열 효과가 높은 스터코 플렉스로 마감하고 붓으로 찍어 음영을 내는 그레이징 작업을 더했다. 프랑스에서 수입한 돌가루를 덧발라 완성.
10여년 전 독일 여행길에서 만난 목조 주택에 매료되어 유럽식 목조 주택을 짓는 사업에 뛰어든 이갑주, 정혜정 씨 부부.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예쁜 디자인은 물론 2백 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만큼 튼튼한 내구성에 친환경 소재 사용 등 장점을 두루두루 갖춘 목조 주택을 널리 알리고픈 마음에 먼저 자신들이 살 집을 짓기 시작했다. 고향인 창원에 첫 집을 짓고, 동탄 신도시까지 무려 네 번의 이사와 시행착오를 거친 부부는 이번이 마지막 이사라며 집 안에 한 땀한 땀 손맛과 온기를 더하고 있다.
생활을 디자인한 공간 배치
어린 시절, 골목에서 뛰노는 것보다 예쁜 집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 했다는 정혜정 씨. 서양화를 전공한 그의 아름다운 풍경화에는 늘 소담한 삼각 지붕 집이 자리했다. “방의 크기나 동선이 일반 집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림을 그리듯 집의 모습을 상상하며 공간이 아닌 ‘생활’을 디자인했기 때문이죠. 또 주방 가구와 창문, 선반 모두 기성품은 없어요. 창문 역시 크기가 다 다르고요.”
1층 주거 공간을 둘러보니 정혜정 씨의 말처럼 거실에 비해 침실과 주방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줘야 잠이 드는 아들 산이의 침대를 부부 침대와 일자로 배치한 침실. 침실과 화장실, 드레스룸, 세탁실은 미로처럼 하나로 연결되는데 드레스 룸은 복도 쪽으로도 문을 내 동선이 효율적이다. 전체적으로 주방을 강조한 인테리어도 돋보인다. 거실보다 한 단 올려 마치 무대 같은 느낌이 드는 주방은 메인 싱크대와 아일랜드 조리대,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 수납 공간, 보조 싱크대, 다이닝 테이블까지 하나의 공간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아파트는 이미 틀이 짜인 공간에 삶의 양식을 맞춰야 하지만, 주택은 원하는 대로 구조를 달리할 수 있죠. 방의 개수를 줄이는 대신 면적을 크게 만들거나, 문과 창을 많이 내는 것은 공간 활용도만 생각한다면 분명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때론 공간과 공간이 유기적으로 통하며 살아 움직이는 개체가 되기도 한답니다.”
주방과 침실. 공간에 주로 많이 사용하는 컬러는 베이지다. 스카이 블루 컬러를 더하면 상쾌한 포인트를 줄 수 있고, 초콜릿빛이나 자줏빛을 더하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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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노트 위치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대지 면적 264㎡(80 평) 건축 면적 290㎡(88 평) 건축 구조 2층 경량 목구조 외부 마감 스터코 플렉스, 그레이징 (붓으로 찍어 음영을 주는 작업), 테라코타 실내 마감 바닥- 원목 마루, 벽-핸드 터치 친환경 도장, 창호-미국산 펠라 난방 형태 도시 가스, 벽난로 설계 고려 사항 1층 주거 공간과 2층 사무 공간으로 분리, 방의 개수는 줄이는 대신 면적을 넓게 실내 평면 구성 침실, 가족실, 자녀 침실 1개, 게스트룸 1개, 화장실 2개, 다락방 마당 및 외부 공간 구성 테라코타로 마감한 테라스와 화단 공사 기간 2011년 6월 착공~ 2011년 9월 준공 시공 베른하우스 (www.bernhaus.co.kr) 총비용 대지 구입비 3.3㎡에 5백만 원, 시공비 3.3㎡당 약 6백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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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을 더한 나의 아지트
이 집이 정감 가는 이유, 그것은 벽과 천장에 있다. 크림 베이지 컬러의 벽은 거실, 주방, 복도, 방 등 집 전체로 이어지며 온화한 느낌을 선사하는데 페인팅을 바탕으로 타일과 벽지 등 다양한 질감을 입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벽면 모서리의 곡선 처리도 돋보인다. 모서리마다 갈바륨galvalume(알루미늄을 아연 도금한 강판)을 둥글게 오려 붙인 뒤 방수제와 핸디 코트, 페인트를 덧칠해 완성한 것. 각진 부분 없이 부드럽게 연결되면서 추후에도 크랙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하다. 벽면 중간 중간을 파낸 듯한 수납공간도 재미있는 요소다. 벽돌을 쌓아서 모양을 만들어 석고보드로 감싸고 핸디 퍼티로 표면을 매끈하게 보양 작업한 뒤 그 위에 페인트를 세 번 덧발라 완성하는 것으로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실제 남프랑스 목조 주택은 우리나라 전통 가옥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가로로 넓은 안정된 형태, 박공지붕 아래 서까래를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죠. 천장은 고재를 붙여 멋을 내는 등 서양과 한옥 스타일을 적절히 섞었어요.” 그래서일까, 이국적 프로방스 주택에는 고가구도 썩 잘 어울린다. 세월이 느껴지는 가구와 소품으로 무게감을 더하고, 한 땀 한 땀 패치워크해 완성한 패브릭 소품과 법랑 그리고 바구니 등을 매치하니 공간이 더욱 살가워진 느낌. 하나하나 생김새가 다른 목창(창문 모양의 나무 패널)을 외벽에 장식하고, 문고리 같은 소소한 소품까지 정혜정 씨가 직접 골랐으니 여자의 감성을 모두 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세 식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2층 가족실은 늘 온기가 느껴지는 풍경이다. 목조로 지은 집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한두 시간만 보일러를 가동해도 훈훈하다.
2 창문을 살짝 열면 마치 남프랑스 시골 마을에 와 있는 듯한 감상에 빠지곤 한다는 정혜정 씨. 직접 바느질해 만든 리넨 커튼, 세월을 머금고 있는 빈티지 소품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3 욕실은 바닥 높이에 맞춰 욕조를 낮게 시공해 이국적 느낌을 자아낸다.
4 다용도실과 다이닝룸을 분리하지 않고 넓게 쓰는 주방.
5 높은 천장은 서까래로 포인트를 주었다.
6 겨울철 보조 난방 수단으로 거실 벽난로는 필수.
왜 친환경 목조 주택인가?
박공지붕 목조 주택은 전원주택에 대한 통속적 로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연에 대항하지 않고 순리에 따르는 방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겨울에 난방이 필요 없을 정도로 따뜻하다는 것. 공기를 포함한 두꺼운 벽체에 작은 크기의 창을 곳곳에 내어 지은 집은 온기 순환이 잘되어 하루에 한두 시간만 난방하면 온종일 따뜻하다. 단독주택은 무조건 춥다는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이갑주 대표. 최근 사용하는 주택의 단열재는 보온과 환기, 안정성 모두 우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집은 연면적이 290㎡, 즉 90평 가까이 되는데도 겨울철 난방비가 월 4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단열을 위해 시스템 창호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데, 베른하우스는 미국의 펠라 제품을 사용한다. 기밀성을 유지하면서 프레임은 원하는 컬러로 도장할 수 있어 창호 때문에 공간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또 친환경 주택을 짓기 위해 마감재 또한 깐깐히 골랐다. 부엌 가구, 붙박이장, 수납장은 필름지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원목으로 마감하고, 페인트는 모두 호주의 친환경 페인트 브리스톨 제품을 사용해 페인트 냄새가 거의 없고 물걸레질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이처럼 마지막 집이라 생각하며 하나하나 신중을 기했다는 이갑주, 정혜정 씨 부부. 이들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좀 더 나은 집을 찾아가는 과정이 행복하다. “처음 집을 지을 때는 욕심껏 이것 저것 추가하다 보니 건축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었어요. 하지만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온함과 쾌적함, 집이 가진 본질을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게 바로 친환경 목조 주택을 지어야 하는 이유랍니다.” 누구나 꿈꾸지만 섣불리 용기 내지 못하는 주택살이. 프로방스풍 인테리어 특유의 따스함과 서정적 분위기를 재현한 동화 같은 집에서 세 식구의 일상은 달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