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 나선자.
드디어 교토마라톤 데이,18일이다.1과 8일이라는 숫자가 신묘한 조합을 이룬다.
1은 출발점이고 8은 맞물려 살아가는 두개의 동그라미로 부터 벗어나 "영"의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니까 모든 의미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있다.
작년 10/1 카자흐스탄 알마티마라톤에 다녀온지 4개월여가 흘렀다.
다시 한번 바람이 불었다.
가슴에,마음에,생각에~
해외마라톤대회 참가는 아직 나에게는 흔하게 오지 않는 시간이다.
생각은 없고 오롯이 달리기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이다.
함께 달려도 혼자이고,혼자 달려도 함께하는 시간.
지금 나는 그시간 속에 있고,그공간은 교토마라톤이다.
달리기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달리기만을 즐기는 시간이다.
(코스 맵)
니시교고쿠 종합운동장에서 출발,가모강을 끼고 교외로 나갔다가 교토식물원을 거쳐
시내를 한바퀴 돌아서 헤이안 신궁 앞으로 들어오는 코스다.
타고온 버스를 환승후 한큐교토선 오미야역에서 지하철로 2정거장 지나 니시교고구역에서
하차하여 대회장까지 걷는다.
몇번씩 타는 버스와 지하철이지만 마라톤여행을 떠나 스치는 사람들과 풍경을 바라보면
언제나 설레고 가슴이 벅차 오르게 한다.
07시,이시간의 지하철 안은 거의 90% 이상이 대회장 가는 마라토너다.
출발 9시인데 7시반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있다.
각자 화장실 다녀오고 옷을 맡기려니 아직은 기온이 썰렁하다.
바람은 잔잔하고 구름 낀 날씨에 기온은 12도,체감온도는 10도다.
풀코스 종목 한가지만 있고 참가자수는 대략 3만여명이다.
오늘 함께 할 전사는 나 포함 6명이다.
좌로 부터 윤상현(존칭 생략),어철선,홍일점 이명희,강신오,허남헌 그리고 나.
출발선 구분이 3천명씩 나뉘어져 있어 알파벳 숫자가 끝없이 나열되고 출발선은
엄격히 관리된다.
스타트 신호와 함께 알파벳 순서대로 출발하고 시간 구분은 끊지 않고 연이어 출발시켜서
혼잡도가 크다.
9시,드디어 칼같이 출발신호가 울린다.
B조 인데도 5키로 정도는 밀집이 심하여 페이스를 올리기 힘들어서 무리 속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각 학교의 여고생 치어리더들과 응원단이 총 동원된 듯 하다
우리나라 여자들의 체형이 일본여자들보다 훨~서구화되어있다.
일본여자는 완성도에서 뭔가 2%가 부족한듯하다.
교토마라톤의 스폰서 회사는 시세이도 화장품 계열사인 CWX사다.
30여년전에 신소재 연구소로 설립하여 그당시로는 기능성 수축형의 타이즈를 제작하여
대횟트를 치면서 화장품 전문회사로서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남자의 마라톤화가 획기적(?)이다.
이사람 이외에도 몇사람을 더 목격할 수 있었다.
촬영 협조차 역주행하는 이분은 누구? 여기는 어디?
교토를 관통하는 강의 지류가 끝나가는 7KM 지점을 통과하면서 혼잡도가 점차 완화된다.
교토의 변두리 지역에 들어 서면서 남녀노소 마을 주민들의 응원열기는 더욱 가열차다.
18KM를 지나 20KM 지점을 지나면 다시 시내로 들어선다.
웬 서비스?
교토 식물원 정문을 통과하여 식물원 내로 진입시킨다.
일본 최초의 공립식물원으로 1924년1월1일에 개원했다고 한다.
다른 교토의 정원과는 다르게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이번 코스에서 최고의 클라이막스 구간인듯 싶다.
뒤에 보이는 식물원은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있다.
일본에서 아직도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게이샤(일본 기생)들이 사탕을 가지고 나와서
응원을 해준다.
게이샤들도 이제는 많이 현대화되는 듯 하다.
가장 왼쪽의 게이샤 얼굴을 보면 게이샤 특유의 화장을 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모습일 것이다.
식물원 한가운데를 가로 질러 나아간다.
식물원이 끝나가는 지점에 다시 게이샤들이 나타나 전통음악에 가무를 곁들인다.
일본에 와서 게이샤들도 처음 보지만 음악 연주와 가무를 보는 것 도 처음이다.
식물원을 나와서 잠시 강변을 끼고 다시 달린다.
일본에 올때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주변 어디를 가도 담배꽁초나 어떤 쓰레기 조각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혹시 실수로 누가 떨어 뜨려도 즉시 수거된다.
쓰레기 수거하는 분이 어디든 자주 목격되고 당연히 버리는 곳에만 버려지거나 수거된다.
CWX 자봉이나 응원복을 입은 엄청난 자원 봉사자가 동원된 것도 충격이고
길을 횡단하는 사람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주로의 효율적인 정리방법도 놀랍다.
다시 도심구간으로 들어왔다.
강이나 강의 지류를 끼고 달리다가 도심으로 들어오는 구간은 30KM 구간까지 반복된다.
상당히 규모가 큰 사찰인듯 한데 스님들이 모두 나와서 열심히 "간빠레"를 외치고 있다.
그저께 엑스포에서 미리 예견했지만 주로간식이 김밥부터 각종 빵과,과자,사탕까지
다양하고 주민이나 마을꼬마들이 건네주는 사탕이나 간식도 만만치 않다.
다 먹다가는 배 터져서 못 뛸 지경이다.
페이스의 흐름이 무너져도 웬만하면 다 먹어 볼려고 했는데 포기했다.
참가비 21만원 받은 것을 먹는데 다 쏱아 부은듯 하다.
22.5K 지점의 급수대를 통과한다.
이명희님과 나는 6분40초~7분/K의 울트라 페이스로 즐길 거 ,구경할 거 다 하면서 가자고
처음부터 의기투합이 되어 함께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어메이징,언 비리버블 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창 앞서 가 버린 윤상현 고문이 여기서 거의 30여분이나 기다린 끝에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Heart to Heart, 몸에서 몸으로 전해지는 감동은 굳이 말이나 스킨 싶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 셋은 지금 부터 하나가 되어 피니시 라인까지 나아간다.
교토도청을 지나면서 유턴을 두번하면 36K 지점을 통과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3만여 주자들의 밀잡주행으로 살짝 짜증이 난다.
유턴하면서 우리 일행을 찾아 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갑자기 넓은 주로에 시야가 탁 트이지만 1.5km 정도의 오르막 구간이 마지막 의지를
시험하며 남은 체력을 이판사판으로 몰아간다.
39km 까지 오르막 구간을 이븐 페이스로 순탄하게 거의 다 왔는데 마지막으로 스퍼트
한번 하고 가실까요 아님 걍 가실레요!
"반지의 제왕" 영화처럼 내안에서 "골륨과 수미골"의 싸움박질이 점입가경이다.
그냥 가실께요~ 수미골의 판정승이다.
유혹이 마지막 투지를 잠 재웠다.
드디어 피니시 지점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받아본 가장 화려하고 좋은 기념타월과 버프.참가비 21만원 내면 사전기념품은 버프,
피니셔는 지금까지 받아 본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고급진 타월을 준다.
기념 반팔티는 엑스포에서 3960엔 주고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투 비 컨티뉴)
*사진은 강신오,어철선.허남헌님과 공유하였습니다.
첫댓글 주로에서 함께 달린 듯한 상세 묘사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마라톤하면서 즐기며 구경거리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