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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MR
Hwang Bo-sung, Culture Reporter, khby44@mju.ac.kr
모두 이런 이야기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유명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첫 부분 마지막 줄이다. 처음 출간됐을 당시 이 책은 분량이 상당했지만 삽화는 흑백 목판으로 달랑 42개 들어있을 뿐이었다. 나머지 장면은 대부분 독자가 스스로 상상해야 했다. 그로부터 86년이 지난 1951년, 디즈니에서 이 소설을 1시간 15분짜리 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제공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제 글자를 보면서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스크린을 보면서 콘텐츠를 즐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2차원 평면에 펼쳐지는 그 스토리 역시 일방적인 것이어서 그 안에 관객의 자리 따윈 없었다. 그로부터 66년이 흐른 2017년, 사람들은 이 얘길 마치 자기 일인 듯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친구들과 함께 풀밭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살아서 움직이는 하얀 토끼 한 마리가 내 눈 앞을 달려서 휙 지나간다. 그럼 사용자는 일어나 토끼 뒷모습을 보며 함께 따라 뛸 수 있다. 토끼는 사라지고 사용자는 깊은 우물 같은 동굴 속으로 빠진다. 소설 속 앨리스가 했던 것과 똑같은 체험을 실제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용자와 가상 캐릭터가 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인터랙티브 스토리(interactive story) 전개. 최근 주목 받는 기술 중 하나인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라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해진다.
Mixed reality, either as a standalone concept or used to refer to the entire spectrum of situations between actual reality and virtual reality, attempts to combine the best of both virtual reality and augmented reality. When both real and virtual worlds are merged together, new environments and visualizations become possible where physical and digital objects can coexist and interact in real time. 그러면 AR, VR, MR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AR은 현실에 가상의 정보를 입혀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토니 스타크가 적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트 안에 설치된 화면(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AR이다. 증강현실(AR)은 현실 세계에 가상의 컨텐츠를 겹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현실세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보다 현실감이 높은 디지털 경험을 할 수 있고 현실 세계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VR과 비교해 몰입감은 떨어지지만 HMD같은 별도의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반면 VR은 현실과 상관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현실과 상관없는 허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상현실(VR)은 현실이 아닌 100% 가상 공간에서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고 현실세계와는 완벽히 차단되어 새로운 디지털 세계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야를 VR에 집중하도록 제작된 헤드셋이나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해야 하고 현실세계에서 느낄수 없는 컴퓨터 그래픽 등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몰입감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MR은 AR과 VR을 혼합한 좀 더 발달한 기술이다. 영화 ‘킹스맨:골든서클’에서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비밀 요원들이 특수 안경을 끼고 가상으로 런던에 있는 사무실에 모여 앉아 회의할 수 있는 것도 MR 덕분이다. VR도 실제 런던 회의실에 요원들이 모여 앉은 영상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같은 화면을 보면서 정보를 공유하기는 힘들다. 현실과 상호 작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AR은 현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지만, 몰입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2016년에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 고’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게임에 사용된 기술이 AR이다. 스마트폰으로 실제 도로를 비춰보면 포켓몬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이 포켓몬은 가상인 것이 확 티가 난다. 2차원 그래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MR을 적용했다면 3차원 그래픽으로 입체감 있는 화면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VR이나 AR과 달리 헤드셋 같은 기기가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VR은 헤드셋 같은 기기를 통해서 체험할 수 있고, AR도 스마트폰 같은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MR은 영화를 보듯이 별다른 중간 매개체 없이 체험할 수 있다. 오늘날에 MR은 아직 VR이나 AR처럼 상용화되지는 않았다. 처리할 데이터 용량이 너무 커서 다루기 어려울 뿐만이 아니라 장비나 기술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바일 기기에서 MR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기에 부착된 카메라 위치 인식 기술, 현실 공간에 가상 디지털 정보를 나타내는 기술,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현실에 몰입감을 주는 상호작용 기술, 해당 응용 분야에 맞는 MR 제작 기술 등 부가적인 여러 세부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MR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기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MR에 큰 관심을 보이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대문이다. BMW는 자동차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에 MR을 도입할 계획이다. MR로 자동차 개발 과정을 생성한 후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실제 자동차를 제작하기 전에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최종 자동차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MR로 홀로렌즈를 제작했다. 매직리프라는 MR 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실제 테이블·손·바닥·천장 등 현실의 물체를 인식하고 이에 맞는 컴퓨터그래픽(CG) 효과를 바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체육관에 있는 가상의 고래가 체육관 바닥을 인식하고 바닥에서 위로 뛰어 올라오는 식이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그리고 혼합현실(MR) 등 세가지 Reality 기술은 서로 상호 연관되는 부분이 있지만 각각의 특성이 뚜렷하고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해서 서로간의 경쟁은 있을 수는 있지만 어느 하나가 다른 기술에 의해 사라지거나 퇴보하는 양상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중에서 혼합현실(MR: Mixed Reality)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으며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