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사와 하이원리조트 공동 주최로 지난 21일 강원랜드 컨벤션호텔 컨벤션홀에서 진행된 `역사 속의 강원인물, 그들이 꿈꾼 삶' 세미나가 학계 전문가와 문단 중진 작가, 도내 문화원·도문화도민운동협의회 등 각계 단체 회원, 문화계, 여성계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강원문화유산의 재발견-인문학을 입히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병수 강원일보 이사 겸 논설주간의 사회와 함께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지난 4년간 강원일보 지면을 통해 소개된 강원의 인물과 한국문화의 인문학적 전통을 결합하는 다양한 논의가 펼쳐졌다.
이영춘 “스토리텔링하며 역사의 정수 비켜가지 않으려 노력” 김미월 “위인전에 꼽히는 상당수 인물 도 출신이라 놀라” 이경자 “양양 사람 사랑하는 마음 조화벽 선생 글에 담아” 원영환 “앞으로 발굴할 인물들 우리가 선양해야 할 분들” 고창영 “지역 인물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문화시민 첫걸음” 김태수 “선양사업 미약했던 심동로 선생 재조명 뜻 깊어” 이홍섭 “여력 되면 당대 선승과 천주교 쪽 인물들 기획을”
◇사회자=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했다.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강원도의 역사가 앞으로 어떻게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나아가야 할지 말씀해 달라.
◇이영춘 시인=“4년째 글을 썼다.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재미있는 글을 쓰고자 했다. 스토리텔링을 하다보면 역사의 정수를 비켜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려웠다. 지난해 춘천 봉의산성을 지켜낸 장군 박천기라는 인물이 기억에 남는다. 마소의 피를 마시고 싸우면서 봉의산성을 지켰고, 이웃을 위해 장렬히 목숨을 버리는 것이 멋있었다. 글을 쓰고 읽으면서 봉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이 주는 가르침이었다.”
◇이경자 소설가=“양양군 양양읍 성내리가 고향이다. 이번 기획에서 다룬 조화벽 선생은 그곳 교회 초대 전도사의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다. 양양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조화벽 선생 글에 담았다. 자긍심을 담고자 한 것이다. 양양 3·1 운동이 벌어진 단초는 조화벽 선생 때문이었다. 선생이 개성에서 버선목에 몰래 숨겨온 독립선언서를 가지고 일제가 우리를 어떻게 억압하는지를 낱낱이 밝힌 부분은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광복 후 힘들게 사셨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안타까웠다.”
◇원영환 회장=“인물 선양을 많이 해왔는데, 강원일보가 꾸준히 맡아 준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 발굴할 인물들은 앞으로 우리가 선양해야 할 분들이다. 강원일보사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인물 선양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관심을 기울여 달라.”
◇김미월 소설가=“어르신들과 함께 강원도 인물을 논하게 돼 영광이다. 박항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글을 쓰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강원일보 기획 시리즈를 쭉 읽어봤는데, 위인전에 꼽히는 상당수 인물이 도 출신이라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책에 나온 인물들이 100~1,000년 된 분들이어서 멀게 느껴졌는데, 고향 분들이고 같은 동네에 살았다고 생각하니 이웃사촌처럼 여겨졌다. 강원도 사람이란 것이 자랑스러웠다.
이번에 스토리텔링을 한 고려 충신 박항은 춘천박씨의 중시조였다. 시아버지(박민수 전 춘천교대 총장)께서 춘천박씨이신데, `며느리인 네가 춘천박씨의 시조에 대해 글을 쓰다니 천생연분인가 보다'고 하셨다. 박항에 대해 쓰며 느낀 것은 강원도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리고 존중해야 할 위인이 많다는 것이었다. 자랑스러웠다.”
◇김태수 관장=“심동로 선생은 고려 말 문신이면서 지역에서 후진 양성에 힘써온 인물인데도 선양사업이 미약했다. 강원일보 기획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관심이 다시금 일 것 같다. 강원일보의 역사인물 선양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선양사업의 기본 패턴은 전시관이나 기념관, 사당, 백일장 정도다.
지역과 지역을 걸쳐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자치단체들이 손을 놓는 경향이 있는데, 도와 문화원 등이 맡았으면 한다. 말 그대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기관이 마련되면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확대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자=강원의 역사적 인물을 어떻게 하면 스토리텔링할 수 있을지, 지역경제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문화도민운동협의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고창영 사무총장=“문화에 예산 쏟는 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독에는 물이 차지 않지만,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 꽃의 영양분이 된다. 이처럼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투자되는 것도 없어지는 것이기보다 앞으로 강원도가 발전하는 데 자양분이 된다. 특히 우리 지역의 인물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그들의 발자취를 따르자는 의미로 문화시민의 첫걸음이 된다.”
◇이홍섭 시인=“삼국유사를 찾아보면 의외로 강원도가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너무 등한시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변방이다. 불교는 물론, 천주교 쪽에도 선양할 분들이 많다. 이번 기획을 통해 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을 조명했다. 여력이 되면 일연 스님 등 당대 선승과 천주교 기록을 남기신 분을 찾아 기획으로 다뤘으면 좋겠다.”
◇원영환 원장=이제는 양(陽)의 시대가 가고 음(陰)의 시대가 온다는 말이 있다. 신사임당은 율곡 이이 선생과 함께 지폐에 올라간 유일한 사례다. 윤희순이라는 분은 독립운동을 40년 동안 하셨고, 여군 역사의 시조가 된다. 퇴계 이황 선생의 어머니 춘천박씨도 있다. 남성 중에서는 퇴계, 율곡 선생이 유명하지만, 의암 류인석 선생도 있다. 20년 동안 독립운동을 하시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분이다. 아직 발굴하고 선양해야 할 분들이 많다. 강원도는 감자바우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런 분들의 선양사업을 통해 `아 강원도에서 오셨군요'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사회자=앞으로도 강원일보가 강원의 역사인물을 발굴하고 선양사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에 앞장서겠다. 강원도 역사를 변방에서 강원도 중심으로 옮기는 일에 더욱 매진하겠다.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당부한다.
정리=허남윤·박진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