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문학관 개관 10주년 축시>
빛은 안으로 쌓인다.
초대 대전문학관장 박 헌 오
잡목 사이에서 바람의 속삭임이 들렸다.
‘이제 우리는 환생할 거야’
바람과 잡목들이 언덕의 흙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꿈이 아니야. 우리는 사람이 되고 사랑의 빛이 될 거야.’
그들의 예감대로 용전동 조용한 언덕의 산실에서
대전문학관이란 새 역사의 아이로 환생하였다.
수많은 이름의 책들이 가슴을 풀고 젖을 먹였다.
문학을 먹고 사는 아이, 사랑을 먹고 사는 문학,
이 땅에 빛과 바람이 소멸하는 날까지 살아갈 사람
대전문학관이 2012. 12. 27일 가부좌 틀고 연화대에 앉았다.
소망이 이루어졌기에 손등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전 문학을 진정 사랑하는 문인들이 다 그랬다.
문학관 하나 만들자고 하(시)다 세상 떠나신 분들도
그리움 가득한 하얀 눈송이로 피어 날려왔다.
‘대전문학관’이란 세상에서 젤 좋은 문패를 달았다.
튼실한 육 남매가 아들 딸이 되겠다고 절하고 일어선 참나무
지층을 뚫고 싹을 밀어올린 까만 대나무, 다 좋아했다.
여기서 나는 참으로 뜨거운 임들을 만났다.
내 얼굴에 대고 눈물을 적셔 주시는 임
가슴이 무너질 듯이 꼭 껴안아 주시는 임
내 고향에 문학관 생겨서 초대받았다 춤추시는 임
내가 가진 것 다 가져가라고 아낌없이 주시는 임
이승과 저승이 책장 한 장 사이라고 경계를 넘어오시는 임
모두가 이 집의 주인이고, 가족이고, 연인이 되어 주시니
넘실넘실 출렁이는 행복에 풍덩 빠져 버렸다.
구중궁궐도 음산한 바람이 불면 초막만 못하고
자손이 번창해도 다투고 증오하면 없음만 못하고
만권의 책을 통달해도 지성 없으면 문맹자만 못 하나,
이 작은 집은 훈풍이 넘치는 봄의 동산이요
이 집에 오는 이는 육 남매처럼 다정한 형제자매며
꼿꼿한 마디의 오죽처럼 절조와 지성이 넘친다.
창립 열 돌의 소리 없는 성장 둘레에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고
부드러운 붓으로 쓴 역사의 장이 두툼하게 엮어져
탐스럽게 대전문학의 꽃이 피어난다.
성장통이 다 사라지고 성년 잔치 여는 경사로운 날
당신을 대전의 자랑스러운 문인이라 부르리다.
당신의 빛나는 필적을 대전문학관의 품속에
안으로 안으로 영원히 쌓아 간직하리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