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끝자락을 돌면
아산 끝자락을 돌아 한 블럭을 굽이치면,
논 한가운데 덩그마니 지어져 있는 빌라가 있고 거기 2층에 녀석이 있었다. 녀석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초기 맴버였다. 도장부에서 조장을 맡고 있었는데 췌장암이 발견되어 서울아산병원에서 12시간에 걸친 수술을 해야 했다.
녀석은 그예 나를 일으켜 아산 방조제를 지나 낙지들이 고물거리며 수줍은 백합이며 바지락들이 입을 열었다가 황급히 닫아 버리는 좌판이 벌려 있는 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것저것 입맛에 맞는 피조개이며, 고동이며 골뱅이를 한 짐 사서는 뚝방을 건너 모내기를 마친 논둑길을 지나 집으로 들어간다.
텅 빈 뱃속, 이리 저리 자르고 떼어 내서 함부로 붙여 놓은 뱃속에 짭쪼롬한 조개 구이를 몇 점 넣고는 몇 분도 안 되어 밀어내기 한 판을 한다.
녀석은 항상 화장실에 가는 것을 밀어내기 한 판이라고 불렀다. 먹으면 불과 5분도 안되어 가야 하는 화장실.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으나 나와 어머니는 그 말을 들을 때면 항상 눈을 꾸욱 감아야 했다. .
아버지가 안 계시니 항상 형님을 아버지같이 어렵게 생각하며 살았노라고 고백하는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 눈자위가 빨갛다.
"형님 잘되실 겁니다. 이 세상에서 몇 안 되는 훌륭하고 멋진 목사님이 되실 겁니다. 제가 그렇게 기도하고 있어요"
녀석은 항상 내 후원자였고 내 편이었으며 녀석의 가슴에는 항상 내 자리가 있었다.
다시 찾은 아산 방조제.
저 멀리 수평선이 끝나는 곳,
어드메인가에서 녀석은 미소를 띠고 "형님 저 잘 있어요. 형님 일 멋지게 마치고 오셔요. 제가 길 닦아 놓을께요" 벙긋 웃으며 말하고 있을게다.
녀석이 울산 현대자동차에 입사하여 문화촌 집을 떠나던 날에도 그리 말하며 벙긋 웃었다.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고 가슴의 시림을 참지 못했던 녀석이 울산으로 떠나던 날, 형아를 보며 걱정 말라고 큰소리치며 벙긋 웃는 눈꼬리에는 이슬이 맺혔고 녀석은 힘주어 입술을 물었었다.
그래 먼저 떠나려고 그렇게 내게 정을 담뿍 주었니.
모질게 해바라기 하듯 형아를 바라보며 의지했었니.
녀석의 아버지는 하나님이셨다.
녀석은 항상 아버지의 빈자리에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셔놓고 하나님을 제 아버지로 알고 살았다.
녀석이 보고 싶다. 녀석이 보고 싶다. 참지 못하게 보고 싶다. 명절이 되면 명치끝이 아려 가슴이 서늘해지고 심장에서 눈물이 흐른다. 안. 형. 규. 천국으로 호적을 옮긴 녀석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