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과 식대, 숙박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적 임금은 최저임금 25%와 7%를 넘는 부분만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5일 이와 같은 내용으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환노위는 24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해당 내용을 의결한 다음, 바로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28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상여금 과 복리후생비 일정 부분 넘으면 전부 최저임금에 포함
이날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25%인 약 40만원을 넘지 않는 상여금 과 7%인 약 10만원을 넘지 않는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효과는 연봉 2400만원을 넘지 않는 근로자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24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 과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효과가 발생해, 이들은 최저임금 상승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성이 강한 정기 상여금 과 복리후생비를 산입범위에 포함시켜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되, 저소득 근로자는 보호하겠다는 절충안으로 보인다.
임이자 환노위 간사(자유한국당)는 "연봉 2,400만원 이상 고연봉 근로자들은 상여금 과 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를 경우 기본급 157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연간 상여금 으로 기본급의 600%를 받을 경우, 연간 총 상여금 은 942만원이며 월로 따지면 78만원이다. 78만원 중 최저임금 25%인 39만원을 뺀 나머지 39만원만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다만 상여금 에서 정한 25% 비율은 점차 낮춘다. 2020년에는 20%, 2021년에는 15%로 매년 5%씩 낮춰서 2024년 이후에는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복리후생비도 2020년에는 5%, 2021년에는 3%, 그 이후로는 매년 1%씩 줄여 2024년에는 복리후생비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다음으로 최저임금 산입 임금에 포함시키기 위해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지급 주기를 바꾸는 경우, 노조나 근로자의 동의가 아닌 의견 청취만으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한다. 우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수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에서는 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해 사업주가 임금 지급 주기를 비교적 간단하게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작년부터 하태경 의원 등 일부 의원이 내놓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에서는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지급주기를 '매월 1회 이상'으로 규정한 최저임금법 제6조를 폐지하는 내용을 제시한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취업규칙 변경을 쉽게 허용해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로자나 노조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의견 청취 의무를 강제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취업규칙 변경 시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을 이유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소위에서 합의 안돼 유례없이 의결
한편 이번 법안은 소위에서부터 합의가 되지 않고 의견이 갈려 표결에 들어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소위에서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이용득 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소수의견으로 남겨두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환경노동위원회 결정 이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이 그간 소위 내 합의제 운영을 파탄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원칙도 무너뜨리고 복리후생비, 교통비, 숙식비 같은 임금 외 성격을 갖는 급여도 전부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개악"이라며 "개정안이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해서 다행이라고 하는데 이 문제를 법률로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음에도 묵살당하고 표결로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변호사(전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원)도 "소위는 합의 운영이 관행이라 소위에서부터 의결에 들어간 전례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의결 과정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번 법안은 기존 최저임금법 개정안과는 다소 다르다는 점에서 졸속 논란도 나오고 있다. 기존 개정안들은 통상임금 항목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최저임금 포함 여부를 논의했지만, 이렇게 같은 임금을 비율로 구분해서 산입범위를 차등하는 법안은 없었다.
25%와 7%라는 비율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법안이 졸속으로 마련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노동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반대한 위원들이 있음에도 30분만에 작성된 법안 표결로 강행처리했고 전체회의에서도 제대로 된 심의와 검토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정의당도 "1시간 30분만에 급조된 법안을 충분한 실증적 검토 없이 졸속으로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통화 이외에 현물 지급하는 식대나 숙박비, 교통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노총은 "워낙 졸속이라 법안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명확한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환노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 자구수정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날치기 처리", 한국노총 "소득주도 성장 정책 폐기한 것"
민주노총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25일 발표된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환노위가 최저임금 제도개선 문제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해야 된다는 노동계 요구를 무시하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며 이번 소위 표결을 날치기로 규정했다. 이어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해 투쟁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사정 대화 참여 불참 카드도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환노위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단순화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했다"며 "사용자들은 앞으로 기본급은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 복리후생비만 늘리는 등 임금체계를 더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환노위 표결이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형선고이며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폐기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총은 약간의 아쉬움 속에서 신속한 국회 통과를 희망했다.
경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상여금 , 제수당, 금품을 모두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장해 왔지만 이번 개정안은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 과 현금성 숙식비만을 산입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며 "하지만 더 이상 시간 소모 없이 신속히 법안을 통과시켜 최저임금으로 인한 기업 부담이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법이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