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햇살이 좋아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대음집을 찾았다.
주중의 가운데 요일인 수요일에 선거로 인해 하루 쉬니 참으로 좋다.
가끔 이런 날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마당에 들어서니 따뜻한 기운이 물씬 풍겨왔다.
그래서 마당에 텐트를 친다.
마당 돌자갈 위에 치면 텐트도 더러워지고 바닥도 아플 것 같아 평상 위에 매트리스를 한 장 깔았다.
텐트라고 해봐야 거창할 건 없다.
그냥 원터치 텐트다.
장비 욕심이 딱히 없는 나에겐 이것이 맞춤형 최고의 텐트다.
치기도 쉽고 걷기도 쉬워 어디 갈 때 가지고 다니기 좋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가격이 착하다는 것이다.
겨울에는 방안에 텐트를 쳐 방한 용도로 사용하는데, 이젠 날이 푸근해져서 그럴 필요가 없다.
그 텐트가 오늘은 밖으로 나왔다.
가볍게 텐트를 치고 빨간 이불을 한 장 깔았을 뿐인데 아이들은 이게 좋았는지 텐트에 들어가 누워 있다.
이 햇살이 좋나 보다.
광합성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난 이 봄날에 어울리는 음악을 튼다.
아내와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을 홀짝인다.
그래 이거 하려고 여기 왔지.
대음집에 와서 부리는 가장 큰 사치가 바로 이거다.
햇살에 음악에 커피.
그거면 충분하다.
여느 펜션이 카페가 부럽지 않다.
여기가 우리만의 지상낙원이다.
잠시 눈을 감고 눈꺼풀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느껴본다.
따뜻한 햇살이 내 눈꺼풀을 간질인다.
간질간질...
참~ 좋다.
오후엔 아이들만 집에 두고 아내와 구례 읍내를 나간다.
ㅋㅋㅋ
읍내에 나간다고 하니 왜 기분이 좋은 거지?
마치 어린 시절 엄마 따라 시내 나간다고 들뜬 내 어릴 적의 모습과도 같다.
아내는 그런 내가 신기해 보였는지 왜 이리 들떴냐고 물어본다.
아이들 없이 아내와 둘만 나가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구례읍은 여기서 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구만 저수지 옆으로 난 구불구불한 국도를 따라 풍경을 느끼며 드라이브한다.
아내와 꿀 같은 둘만의 시간이다.
꽃이 지기 시작하는 벚꽃의 흩날리는 꽃잎과 저수지의 물빛에 반사되는 햇살이 운전하는 나의 눈을 간질인다.
누가 그랬던가?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cm라고.
갑자기 예전에 보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의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가 생각난다.
떨어지는 벚꽃을 헤치며 신나게 드라이브를 하며 읍에 들어선다.
구례읍 초입에 유명한 빵집이(목월빵집) 있다고 하여 빵이나 하나 사 먹으려고 찾았다.
그런데 웬걸...
사람이 정말 많다.
게다가 빵 사는데 번호표 받으란다.
우쒸~
기분 나빠서 나온다.
식사라면 만드는데 시간이 걸려 기다린다고 하겠지만, 진열된 빵 집어가는데도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라니 소비자로서 너무 억울했하고 시간도 아깝다.
이렇게까지 해서 사 먹어야 할까?
그래서 빵집을 포기하고 읍내에 있는 꽈배기 집으로 향한다.
길거리에 서서 갖 튀겨낸 꽈배기에 설탕을 발라 아내와 먹는데, 정말 맛있다.
역시 음식은 길거리에 서서 먹는 게 더 맛있다.
당연히 아까 그 빵집의 빵보다 맛있을 거로 생각한다.
다음에 평일 사람 없을 때 다시 들려봐야겠다.
꽈배기를 입에다 하나씩 물고 아내 손을 잡고 정처 없이 구례읍내를 돌아다닌다.
갑자기 연애할 때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러기를 한참, 작은 카페가 하나 우리 눈에 띈다.
아내와 나는 그 작은 카페가 맘에 들어 쏙 들어간다.
카페 이름은 ‘허밍’이고, 사장님은 앉아서 책을 읽고 계신다.
카페가 너무 아기자기하니 예뻐 우리 마음에 든다.
우리 스타일이다.
아내와 나는 대형 카페보다는 이런 동네의 작은 카페가 좋다.
다행히 한가한 시간이었는지 우리 둘뿐이다.
아내는 연한아아(연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난 아오(아이스 오미자차)를 시킨다.
아무 부담 없이 자연스레 아이스 음료를 시키는 걸 보면 이 계절도 여름을 향해서 가는가 보다.
앉아서 카페 밖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아음(아이스 음료)를 빨아먹었다.
그리고 수다도 좀 떨었다.
아이들 없는 이 시간이 참으로 좋았다.
다음에는 아이들 데리고 읍내 투어 한번 해야겠다.
남의 동네라 그런지 골목골목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그 재미 또 만나러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