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휴식처 / 정선례
투우의 본고장 스페인에서는 소와 인간의 싸움으로 투우 경기가 있다. 포르투갈,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일요일마다 경기가 열려 그 나라 고유문화로 투우는 인기리에 공연된다. 투우 경기장에서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장소, 케렌시아(Querencia)는 에스파냐어로 나만의 공간으로 휴식처를 의미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휴식처, 회복의 장소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내게 그곳은 어디일까?
‘중년 여성 마음 건강 치유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정보를 만났다. 주요 내용으로는 정신건강 검사 교육 및 상담, 쉼 프로그램으로 원예 치유와 요가, 다도 등이다. 6회차 일정으로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일정이 짜여 있는 팜플렛을 본 순간 단번에 내게 필요한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참석인원은 15명이다. 선착순으로 신청이 늦으면 참여하지 못할 것 같아 바로 신청했다. 장소는 강진군에서 고성사 오르는 길목에 새롭게 마련한 보은산 힐링센터이다. 이곳 쉼터는 군민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도록 보건소 정신건강 복지센터에서 운영한다. 마음 건강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 10시에 시작해서 11시 30분까지다. 기대와 궁금증으로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1회차 프로그램에 참석하려고 차로 20여분을 달려 도착했다. 보은산 힐링센터는 고성사 오르는 길에 있었다. 어느 유명 건축가가 영감을 얻어 지은 듯한 독창적이고 양식의 현대적인 양식의 세련된 건물이다. 담당 직원이 슬리퍼를 내주며 미소로 반긴다. 근무자들이 준비한 유제품 쉼과 먹음직스럽게 담긴 생과일이 허기를 달래주고 그들이 건네는 따스한 말 한마디의 배려가 마음으로 스며든다.
사전검사로 갱년기 우울증 선별검사, 체성분(in body)측정과 뇌파, 맥파로 스트레스 지수를 검사하고 혈액검사로 호르몬 검사 등을 했다. 유산소 운동으로 숲길 만 보 걷기와 스트레칭과 밴드를 이용 근력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인지 대체로 정상에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 그런데 앗, 이런. 두뇌 건강 자율신경(omnifit) 균형 검사에서는 두뇌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나왔다. 몸이 아파 의료기관의 도움으로 치료가 되었지만, 마음은 아직도 회복이 덜 되었나? 그동안 잠을 통 못 자고 체중이 빠진 것이 그런 이유였나보다. 전문의 상담을 받았다. 내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묻는다. 미래를 위해 좀 더 준비하지 않았던 지나온 날들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해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면 행복해지는 것처럼 후련하게 툭툭 털어 버리게 되겠지. 중년 우울증 예방 및 관리에 관한 특강을 들으니 스스로 치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잡다한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요가와 명상을 했다. 매트 위 맨 앞자리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나비 자세를 한 후 팔을 옆으로 열어준 후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목을 왼쪽 오른쪽으로 잡아당겨 목 굽힘 스트레칭하고 팔을 뒤로 당기는 스트레칭을 했다. 가슴을 활짝 열어주고 목을 풀어주는 동작이다. 초보자를 위한 기초 동작이다. 근력이 부족하고 유연성이 떨어진 연령대의 우리는 굽은 어깨와 가슴을 쫙 펴주는 동작에서는 으윽~ 아아아 아악! 소리가 연달아 터진다. 평소 어깨 통증이 있는 내 목소리가 가장 큰 거 같아 민망하다. 깍지 손 뒤로 뻗기는 겨우 손만 잡힐 뿐 등에 올리거나 내리는 동작은 되지 않아 몸이 그만큼 뻣뻣하고, 긴장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동작을 따라 할 때는 온몸이 뻐근하여 신음이 나왔는데 뭉친 근육이 풀어졌는지 시원한 느낌이 있다. 집에서도 유튜브 영상보며 따라 해야지.
중년의 고질적인 뱃살이 빠지는 동작도 배웠다. 등을 편다음 입으로 슷슷 소리와 동시에 배꼽에 힘을 주고 끌어당겨 오므렸다 펴기를 1세트에 30회씩 하루에 2 ~ 3 반복하면 복부에 근육이 생기단다. 작심삼일이어도 좋으니 청바지에 면티를 집어 넣어 입을 수 있는 그날까지 부지런히 허리둘레를 줄여야겠다. 몸에 착 달라붙은 옷을 입고 동작을 직접 시범을 보이는 강사님의 매력에 빠져 눈을 뗄 수가 없다. 유명 연예인을 실제로 본다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생각하며 우리는 신나게 따라 했다. 강사님을 따라 노래를 부르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을 즐겁게 하니 봄바람처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여기 올 때마다 비가 왔는데 오늘따라 봄볕이 환하다.
아하하하 화가 나도 웃고~ 에헤헤 헤어져도 웃고~
오호호호 호탕하게 웃고~ 우후후후 후련하게 웃고~
“다 같이 웃어 봐요. 우하하~ 좋다”
엊그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 2회차만이 남았다. 5회차 중년 영양 관리와 조리 실습이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6회차에서 보은산 산책로 걷기와 1회차에서 했던 검사들을 다시 한다. 그때는 고위험군으로 나왔던 항목이 정상 수치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영양소가 풍부한 올바른 음식을 먹어야 하지만 제때 충분히 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들었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의 장기들도 휴식을 한다. 체력과 면역력이 회복되고 뇌에서 중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필요 없는 물질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하니 생활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잘 돌봐야 하리.배를 부풀려 숨을 들이마시고 풍선에 바람을 넣을 때처럼 배를 등에 붙이듯이 바람을 빼는 복식 호흡을 강조한 강사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허리 펴고 아랫배에 힘 딱 주고 짧은 들숨과 긴 날숨으로 일정한 속도로 심호흡만 잘해도 산소 공급을 통해 우리 몸이 건강해질 수 있어요.”
첫댓글 선생님 글만 봐도 건강해지는 소리가 들려요. 씩씩하고 당당하게 웃으며 사는 삶 응원합니다. 수치도 정상으로 되시길요.
멋지십니다. 더 유쾌한 정선생님이 되기를 응원할게요.
아이고, 저도 알았으면 ...
좋은 강좌를 찾아다니며 배우는 열정이 부럽습니다.
선생님. 재밌게 읽었습니다.
'청바지에 면티 집어 넣어 입는 날' 이 말이 웃기면서 슬퍼요.
제 평생에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선생님, 좋은 정보까지 얻어갑니다. 더 회복되신 것 같아서 좋습니다.
저는 저만의 휴식처, 치유의 공간으로 주말 주택을 꼽고 싶어요.
아무 것도 안하고 티비 보고, 삼 시 세 끼 밥 해 먹는 그 단순함이 좋더라고요.
좋은 강좌를 찾아다니며 배우는 선생님의 열정이 저도 부럽습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보면 행복해지는 것처럼...' 선생님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올해는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