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시에 자율, 진로, 스클 수업을 붙여 학교 뒷산을 등반한다.
2월초 스포츠락 교육청 사업에 목적사업비를 신청한 것이 배부되어 예산을 300만원 지원받았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상의하여 ‘한달에 한번 사제동행 등산’을 주제로 1년 동안 등산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근무하고 있는 이 학교 선생님들은 다들 부지런하고 열심히 하셔서 학교 예산과는 무관하게 각종 교육청 사업을 엄청나게 신청하신다.
올해도 1,000만원이 넘는 목적사업비를 신청하셨을게다.
오늘은 그 첫 시작이다.
이 첫 준비를 위해 학생들에게 트레킹화, 등산 배낭, 등산 모자, 등산 스틱, 안전 장갑 등 안전에 필요한 물건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뭐니 뭐니해도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안전에는 예산 아끼지 않는다.
평소에 학교 뒤에 산이 있다고만 알고 출퇴근하며 쳐다만 보았지, 이렇게 학생들과 함께 올라본 것은 내가 이 학교에서 근무한지 4년만에 처음이다.
진작 이런 좋은 생각을 왜 못했을까?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사제동행으로 건강을 위해 매달 등산하며 서로 대화하고 사제의 정을 느끼는 좋은 프로그램을 올해 기획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누가 그랬던가 현재가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고.
출발 전 영어 선생님께서 안전 장비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해주시고 단체 사진을 찍고 물 한병씩 들고 출발이다.
주어진 오늘 학생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어 보자고 나도 결심하고 바라만 보았던 뒷산을 향한다.
영어 선생님이 대장님으로 맨 앞장을 서고 난 학생들을 다 보낸 뒤 그 꽁무니를 바라보며 뒤를 따라간다.
혹시라도 뒤처지는 학생이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웬걸(?) 다들 나보다도 더 잘 오른다.
산에 오르니 이름 모를 꽃에(야생화) 산새들 소리에 기분이 좋다.
학생들은 보는것마다 신기했던지 계속 묻는다.
“선생님, 이 꽃 이름이 뭐예요? 이건 뭐예요?”
“나도 잘 몰라.”
모를 때는 솔직한 게 제일이다.
아는체하면 안 된다.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도 힘이다.
30분 정도 오르니 산의 능선에 도달한다.
학교 뒤 마을까지 능선을 타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천천히 걸으며 정상에 도착한다.
학생들과 잠시 멈추어 서서 눈을 감고 소리를 듣는다.
눈을 감고 귀를 여니 평소에는 잘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린다.
교실에서는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다.
바람이 지나가며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
다양한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산새들의 소리도 다 다르다.
학생들 얼굴 하나하나를 보니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하다.
교실이 아닌 밖에서 보니 그 얼굴 하나하나가 더 예쁘다.
오늘 이 첫 등산을 학생들이 오래도록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