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체질을 예민체질로
'자율진동'을 유도할 때 체질의 형태를 알아보기 위해 무릎을 약간 굽힌 상태에서 양 팔을 쭉 뻗도록 한다. 이때 팔굽은 몸통에 붙인다. 손바닥이 하늘을 바라보도록 한 상태에서 '손끝에서부터 진동이 시작된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이도록 한다. 민감한 사람들은 이때 손끝에서부터 맥박 뛰듯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그 느낌이 좀 더딘 사람은 눈을 감고 하도록 한다. 눈을 감고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이런 상태에서 건강을 체크하는 사람들도 있다. '손끝에서부터 진동이 시작된다!'는 암시를 주었을 때 반응이 오면 그 상태에서 자율진동으로 유도한다.
이미 밝혔듯이 중국 기공에서는 극민감형 10%,민감형 40%, 보통형 40%, 극둔감형 10%라고 말한다. 나는 어쩌면 보통형에서도 극둔감형에 가까운 사람이었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자율진동이 무척 빨랐었는데 나는 혼자 시도하느라 날 잡아 놓고 했을 정도였다. 보통 자율진동을 한차례 이상 해 본 사람들은 많이 예민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 역시 그랬다.
2005년 봄 비누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친구들은 한두번 써 본 후 감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주일 정도 써본 후 감탄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역시 난 아주 둔감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했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그 느낌이 궁금했다. 그래서 아주 열심히 썼다. 성인 한사람이 샤워를 해도 한달은 쓴다고 하는데 나는 유난히 잘 닳았다. 몸이 맑지 않은 사람은 더 잘 닳는다고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겉과 속이 탁해. 아니 영혼까지도 탁해'라 생각하며 모두 정화시킨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썼다. 일주일에 한장씩 쓰기도 했다. 그만큼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대략 3개월쯤 열심히 쓰다보니 남들이 말하는 그런 느낌을 이해하게 되었다. 곰곰 살펴보니 처음부터 반응이 있었는데 느끼지를 못했을 뿐이다. 어쩌면 주위 사람들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상대적 열등감에 젖어 느낌이 둔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민감형도 아니고 보통형에 속하는가보다. 수련을 한 후 느껴보는 것도 주위 사람들에 비해 둔하다. 나무에 손을 대면서 '기의 흐름'을 느끼는가하면 나무와 대화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다 가능하리라는 것을 믿는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못한다.
그러나 나한테는 남들이 둔한 부분에 대해 민감한 것이 있다. 즉 다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면 즉시 알아 차린다. 귀신을 보지도 못하는 놈이 본 것처럼 말하거나, 자꾸만 말이 번복되는 경우 즉 때와 장소에 따라 말이 뒤바뀐다거나, 겉 마음과 속 마음이 확연히 다른 경우 등. 이처럼 사람마다 제각기 민감하고 둔감한 상태가 다른가보다.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것을 내가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만족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데 왜 나는 없는가'라는 생각은 욕심에서 나오나 보다.
이런 마음 저런 마음을 그냥 내려두려 애 쓰면 그렇게 되나보다. 이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한결 더 여유로워진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펴보면 상대방의 움직임이 더 잘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상대방을 잘 보면 뭣 하리오......내 모습이 잘 안보이는데.......
의념!
뭣이든 마음을 모으는 것을 '의념을 갖는다'라고 한다. 손끝에 기운을 모으고자 생각을 많이 하면 그런 느낌이 일어난다. 그런 기운이 작용한다고 한다. 운동선수들이 반복된 연습을 많이 하다보면 실력이 늘듯이 의념의 중요성도 있나보다. 남들이 갖기 어려운 소질 가운데 자랑할만한 것이 하나 있다고 항시 느낀다. 나는 수련을 잘 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 수련은 잘 시킨다......이제 남들 수련시키는 것 보다 내가 수련을 해야할라나보다. 남들 약손 만들어 주는 것 보다 내 손을 약손 만드는 것이 더 빠를듯 하다. 이렇게 마음을 모아가면 필요할 때 유용한 민감체질로 바뀔 것 같다.....